가짜 수산업자 김태우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해명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 전 위원은 조선일보를 퇴사한 직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변인을 맡았다가 지난달 20일 열흘 만에 사퇴했다.

15일 SBS 시사 라디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에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는 “이 전 위원이 (법망을 피해가는) 얄팍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은 지난 13일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후 “언론은 내가 (가짜 수산업자) 김태우로부터 수백만 원 상당의 골프채 세트를 받았다고 보도했으나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해 8월15일 골프 때 김태우 소유의 캘러웨이 중고 골프채를 빌려 사용했다. 이후에는 집 창고에 아이언 세트만 보관됐다. 풀세트를 선물로 받은 바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 ‘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씨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오후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씨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오후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 변호사는 이 전 위원이 ‘아이언 세트만 보관됐다’고 강조한 데 대해 “100만원 이하는 범죄가 안 되니까 그 이하로 (수수한 금품의 액수를) 맞추려고 했던 것 아닌가 추측한다. 검사들이 잘하는 수법”이라며 “(아이언 이외의) 드라이버, 우드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아이언도 물품이니 빌린 것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골프채 풀세트는 300~400만원이 넘어간다”고 밝혔다.

언론인과 공직자를 규율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을 초과하거나 한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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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변호사는 이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짜 수산업자 김씨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고 한다. 골프를 치지 않는데 어떻게 (이 전 위원에게) 골프채를 빌려주느냐”고 말했다. 이 전 위원 해명이 부실하다는 취지다.

한국일보도 15일 보도를 통해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이 전 위원이 골프채를 빌렸다고 주장한 지난해 광복절 골프 모임 때 필드에 서지 않았다. 김씨는 이들의 라운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음식점으로 이동해 저녁식사를 함께했다”고 했다.

이어 “경찰은 아이언 세트만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이 전 위원 해명을 믿지 않고 있다”고 전한 뒤 “골퍼들은 아이언 이외에 드라이버, 우드, 퍼터 등을 풀세트로 구성해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언 세트만 별도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주장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 15일 SBS 시사 라디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에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왼쪽)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위원이 얄팍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사진=SBS 시교라 유튜브
▲ 15일 SBS 시사 라디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에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왼쪽)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위원이 얄팍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사진=SBS 시교라 유튜브

한국일보에 따르면 경찰은 이 전 위원이 김씨에게 새 골프채 풀세트를 받았다고 보고 있고, 그 가액을 300만원 가량으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는 이 전 위원의 ‘여권의 공작설’ 주장에 대해서도 “잘못을 했다면 잘못했다고 하면 되는 것”이라며 “누가 (골프채 등을) 먹도록 공작을 벌였나. 아니면 (이 전 위원이) 골프채를 가져가도록 집 근처에 몰래 골프채를 놔두는 함정을 파놨나”라고 반문했다.

이 전 위원은 13일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여권, 정권의 사람이라는 인사가 찾아온 적 있다. 와이(Y·윤석열 지칭 추정)를 치고 자신들을 도우면 없던 일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경찰과 조율이 됐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여권을 겨냥해 공작설을 제기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병민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응을 비판했다. 김 전 위원은 “이동훈 전 위원 입장에서 자신이 살려면 여러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말에는 진실도, 이동훈의 주장도 있을 것”이라며 “유력한 대권주자인 윤석열이 여기에 참전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선을 그어야 하는데 제대로 긋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14일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이동훈 대변인이 없는 말 지어내서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저에 대한 공격이 다양한 방면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수사를 악용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김병민 전 위원은 “윤 전 총장은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와 그 시점이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지난달 29일이라는 주장 등에 관해서만 조심스럽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 전 위원은 “이동훈 전 위원은 (자신을 회유한 ‘정권의 사람’이) 누구인지 시원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제대로 밝히지 않으니까 궁금증만 클 뿐 누가 선뜻 나설 수 없다. 이 전 위원은 지금부터 스스로 문제를 풀어야지 윤석열과 엮거나 정권에 핍박 받는 프레임을 설정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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