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취재진의 ‘경찰 사칭’을 두고 언론인 출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사이 가시 돋친 언사가 오갔다. 16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포문은 배 의원이 열었다. MBC 앵커 출신인 배 의원은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이 심사되는 것과 관련 김 의원을 소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김 의원이 며칠 전 언론사가 관행적으로 경찰을 사칭해 취재한다고 말씀하셔서 파문이 일었다”며 “언론법을 논의하는 분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하신 것이다. 김 의원이 (법안소위에) 참여하는 것은 향후 여야 위원들의 논의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위원장(도종환 의원)께서 위원 조정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왼쪽)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민중의소리
▲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왼쪽)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민중의소리

배 의원은 “저도 언론사(MBC)에 10년 종사했지만 그런 상황은 보고 들은 적 없다. 경찰 사칭은 엄연한 범행이자 범법 행위”라며 “취재기자들은 절대 보이스피싱 같은 방식으로 취재하지 않는다. 그런 오해를 촉발한 위원이 (법안소위를) 함께 한다는 건 원활한 소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MBC 취재진은 지난 8일 야권의 대선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했다. 김씨 논문을 지도한 교수의 과거 주소지를 찾은 MBC 취재진은 해당 집 앞에 주차된 차량 주인이자 현재 집주인인 A씨와 통화하며 교수에 관한 정보를 취득하려 했고 이 과정에 자기 신분을 ‘경찰’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MBC는 진상조사위를 꾸리고 지난 15일 조사에 착수했다. 

기자의 경찰 사칭은 가벼운 이슈가 아닌데도 김 의원은 지난 12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기자가 수사권이 없으니까 경찰을 사칭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이가 든 기자 출신들에게는 사실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김 의원은 29년 동안 한겨레 기자로 활동했다.

이날 김 의원도 배 의원에게 가시 돋친 말을 꺼냈다. 김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MBC 동료들이 힘들게 싸울 때 배 의원은 어디서 무엇을 하셨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배 의원이 지적하실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MBC를 장악했고, 이를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 역시 MBC 언론인들을 탄압해 내부 저항이 거셌다. 김 의원은 배 의원이 MBC 구성원으로서 2012년 공정방송 파업을 철회하고 MBC 사측 편에 섰던 것을 비판한 것이다. MBC 기자, PD 다수가 해직되며 고초를 겪고 있는 동안 배 의원은 MBC 뉴스데스크 간판 앵커로 활동했다.

배 의원을 겨냥한 김 의원 직격에 도종환 문체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싸우는 쪽으로 하시면 안 된다”며 김 의원 발언을 제지했다.

다시 발언 기회를 얻은 배 의원은 이번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에 화살을 돌렸다. 배 의원은 “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총 3번 파업에 참여했다”며 “2012년 파업에선 100일 참여했다. 그런데 민주노총 언론노조(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제 이름을 거론한 거짓 트위터를 돌렸고, 그러한 거짓에 휘둘리기 싫어 스스로 (업무 복귀를) 선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배 의원은 “그 당시 김 의원이 민주노총 언론노조와 뜻을 함께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2017년 MBC 앵커에서 내려올 때까지 마치 가정폭력처럼 언론사 안에서 (나에 대한) 폭력적 방식의 일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김 의원은 투기 문제나 경찰 사칭 두둔 발언으로 계속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같은 상임위 위원으로 굉장히 난처하고 곤란하다”며 “여야 상임위 위원들이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김 위원은 계속 옥에 티가 되고 있다. 위원님이 자중자애하셔서 스스로 빠져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문체위는 이날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그러나 법안소위 7명 가운데 국민의힘 2명(이달곤·최형두)이 코로나 확진자 접촉으로 자가격리된 상태다. 전원 참석이 어려워진 만큼 여당도 강행 처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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