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이 17일 언론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을 겨냥해 “지금 민언련에는 ‘민주’도 없고, ‘언론’도 없고, ‘시민’도 없다”며 “권력의 요직을 꿰차는 막강 인재풀로서 권력과의 ‘연합’만 있어 보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요미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지난 16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선고 직후 이 사건 고발인인 민언련이 성명을 통해 한 검사장에게 “지금이라도 검찰 수사에 협조해 본인 주장을 증거로써 증명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인 데 대한 반응이다.

한 검사장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위를 캐기 위해 이 전 기자와 공모해 여권 인사와 가까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회유·협박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사실이라고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없었다.

검찰 역시 지난해 이 전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도 공소장에 한동훈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못했다. ‘검언유착’의 물증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한 검사장은 16일 이동재 전 기자의 무죄 선고 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MBC와 KBS, 제보자X, 민주언론시민연합,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거론하며 “이제는 그 거짓선동과 공작, 불법적 공권력 동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대응을 시사한 것이다.

민언련 역시 선고 후 성명을 통해 “검언유착 사건 진상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검찰 수사과정이 충분하지 못한 점도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라며 수사를 방해한 인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한 검사장을 꼽았다.

▲ 한동훈 검사장이 지난해 1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직 변경 관련 신고를 하고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한동훈 검사장이 지난해 1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직 변경 관련 신고를 하고 법무부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민언련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검 감찰부 감찰을 중단시키거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는 등 노골적인 수사방해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며 “수사팀은 핵심 증거인 한동훈 검사장 휴대폰을 확보하지 못하다가 오히려 증거를 확보하려 한 검사가 폭행죄로 재판받는 처지가 됐다”고 했다.

이어 “선고 직후 검언유착 사건을 ‘유령 같은 거짓선동과 공작, 불법적 공권력 남용’으로 지칭하며 민언련, MBC 등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한동훈 검사장 역시 지금이라도 검찰 수사에 협조해 본인 주장을 증거로써 증명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검사장은 17일 입장문을 통해 “무죄 선고에도 사과나 반성은 하지 않고 입장문을 또 내면서 과거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민언련의 채널A 이동재 기자와 경찰사칭 MBC 양모 기자에 대한 상반된 태도, 아직도 검언유착이라고 말하는 뻔뻔함, (검찰)총장을 배제해 놓고 독직폭행까지 동원해 사상초유의 무리한 수사를 한 이성윤·정진웅 검찰이 미온적 수사를 했기 때문에 무죄가 난 것이라는 구차한 자기합리화에 말문이 막히고 안쓰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한 검사장은 “취재윤리 위반이라고 물타기하려는 듯한데, 기자도 아닌 저에게 취재윤리 위반 문제를 물을 수 없다”며 “민언련은 권력의 입맛에 맞춰 무고한 동료시민인 저를 해코지하려는 미련을 버리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 검사장은 “지금 민언련에는 이름과 달리 ‘민주’도 없고, ‘언론’도 없고, ‘시민’도 없고, 권력의 요직을 꿰차는 막강 인재풀로서 권력과의 ‘연합’만 있어 보인다”며 “민언련은 권력과의 노골적인 ‘검언유착 프레임 만들기’, 협업 과정에서 ‘고발자’ 역할을 담당하면서 정권 관련자들과 어떤 공모와 협력을 했는지 이제 밝혀야 한다. 이제 와서 무죄가 났으니 ‘비긴 걸로 하자’고 대충 넘어가자고 하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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