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학살을 옹호하던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또 박정희 찬양하던 분도 계시잖아요.” (이재명) 
“이낙연 전 대표가…”
“뭐 누구라고 말씀드리기는 그렇고…” (이재명)

17일 MBC라디오 ‘정치人싸’에 출연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발언을 두고 ‘이재명 “박정희 찬양하던 분” 이낙연 “터무니없는 왜곡”’(연합뉴스), ‘이재명 “5·18 학살 옹호”…이낙연 측 “조바심에 네거티브”’(MBN) 등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 1·2위의 갈등을 다룬 기사가 쏟아졌다. TV조선은 “이 지사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동아일보 기자 시절 전두환 옹호 칼럼을 쓴 사실 등을 에둘러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17일 밤 입장을 내고 “전두환 찬양 주장은 1983년 이낙연 후보가 동아일보 기자 시절 당시 민정당 권익현 사무총장의 발언을 따옴표로 인용해 기사로 쓴 것을 마치 이 후보가 말한 것처럼 왜곡한 허위·날조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캠프가 언급한 기사는 1983년 1월26일자 ‘“이 지방은 민정의 뿌리”…경남 출신 의원들 전 대통령 선영 참배’란 제목의 단신이다. 참석자 명단이 담긴 마지막 문단을 제외한 전문은 아래와 같다.  

▲1983년 1월26일자 동아일보 기사.
▲1983년 1월26일자 동아일보 기사.

“25일 낮 경남 합천에서 열린 민정당 의령 함안 합천 지구당(위원장 유상호 의원) 개편대회 참석자들은 이 지역이 당총재인 전두환 대통령의 출생지라는 인과관계를 시종 강조. 격려사에 나선 권익현 사무총장은 “이 나라의 위대한 영도자이신 우리 당 총재 출생지인 이곳에서 평생 동지들이 모여 정기위원회(개편대회)를 갖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이 지역을 모범 지구당으로 만드는 일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 축사에 나선 이낙훈 의원은 이 지방을 민정당의 뿌리라고 규정하면서 지구당 당원들의 노력을 당부.”  

“위대한 영도자”라는 인용 자체를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단신 기사에 실린 인용만으로 전두환을 찬양했거나 5·18 학살을 옹호했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남에게 주기 좋아하는 성격”, “운동이면 못 하는 것 없고 생도 시절엔 축구부 주장” 따위의 부제를 달았던 조선일보 1980년 8월23일자 ‘인간 전두환’ 같은 특집기사와, 김대중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광주시민을 ‘총을 든 난동자’로 묘사한 광주 르포를 가리켜 전두환 찬양 혹은 학살 옹호라 말한다. 

2017년 이낙연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이 나라의 위대한 영도자” 인용이 포함된 기사를 언급하면서 “광주학살 직후 그다음 해 1월 말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는데 이낙연 기자가 쓴 칼럼을 보니 ‘놀랍다, 잘 됐다는 반응을 얻을만하다’라고 평가했다. 또 방미 성과에 대한 평가에서 ‘우방의 굴절된 대한관이 선회됐다’. ‘국내에 몰고 올 정경 훈풍이 기대된다’ 이런 기사를 썼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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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1월29일자 동아일보 칼럼. 

김광수 의원이 언급한 칼럼 ‘기자의 눈’은 1981년 1월29일자 지면에 실렸다. 주요 내용을 발췌하면 이렇다. “전두환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정상회담발표는 잘됐다와 놀랍다는 두 가지 반응을 모두 얻을만하다. … 전체적으로 제의에서 발표, 그리고 출국까지 각 과정이 한국의 정상회담 사상 최단 기록을 세웠으며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전격적인 일로 기록될만하다. … 또 하나 놀라운 것은 한미 양국에서 모두 기밀이 철저히 유지됐다는 점이다.” 

김광수 의원이 언급했던 ‘방미 성과평가’ 보도는 전두환에게 유리하게 쓰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방미 보도 전반을 살펴보며 평가할 필요도 있다. LA에서 유탁·고신석 동아일보 기자가 송고한 1981년 1월30일자 ‘한미우의 영원히…우정의 종 33번 타종’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면 “부슬비도 그치고 햇살” 따위의 부제가 등장한다. 강인섭·유탁 기자가 쓴 2월2일자 기사에선 “전두환 대통령이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 도착하던 1일 오후 4시40분 워싱턴에는 몇 년 만에 겪는 심한 겨울 가뭄 끝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인사청문회 당시 이낙연 후보자는 본인의 과거 기사와 칼럼이 지적받자 “해직돼서 큰 고통을 겪으신 선배들께 늘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만약 아주 몹쓸 짓을 한 기자였다면 김대중 대통령님이 저를 발탁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낙연 동아일보 기자가 전두환을 찬양했다는 주장이 높은 설득력을 얻으려면 현재까지 드러난 기사와 칼럼 이상의 사례가 필요해 보인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한편 배재정 대변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했다는 것도 거짓 주장”이라면서 “이낙연 후보는 전남지사 재임 당시 ‘동서화합포럼’을 김관용 경북지사와 함께 운영한 바 있다. 김관용 지사가 훗날 김대중 대통령 탄신 100주년에 참여하기로 하고, 김 지사 등이 추진한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에 이낙연 후보도 여러 사람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7년 그 기념사업회가 광화문에 박정희 동상 건립을 추진하며 우상화 움직임을 보이자, 이낙연 후보는 유감을 표하며 참여를 철회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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