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엔 두 종류 기사가 있다. 청정 기사와 오염된 기사. 청정 기사는 언론사가 공들여 만든 기사다. 취재도 잘 돼 있고, 맞춤법 틀린 문장도 찾기 어렵다. 취재와 기사 생성까지 들인 시간도 길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언론사에 입사해 잘 훈련 받은 기자가 쓴 글인 데다가 데스크가 크로스체크까지 해서 내보내기 때문에 읽을 만하다. 자랑할 만한 기사이므로 바이라인도 제대로 달려있고, 지면으로도 옮겨져 더 정제된 언어로 독자에게 읽힌다.

오염된 기사는 조회수용 기사다. 클릭 수에 따른 광고 수익을 끌어 모으려는 ‘쩐의 논리’에 오염된 기사다. 기사 생성까지 짧게는 1분, 길게는 약 10분이 걸린다. 타사 기사를 복사해 붙여넣어 만들거나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키워드를 넣어 기존 기사를 조금씩 바꿔 올린다. 주로 인턴 기자가 쓰거나 온라인 이슈 대응 부서에서 꾸역꾸역 처리한다. 부끄러운 기사이므로 바이라인이 제대로 달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온라인이슈팀 등 부서명만 달려있거나 존재하는지도 모를 가상 기자 이름이 달릴 때도 있다.

▲ 사진=unsplash
▲ 사진=unsplash

언론사가 오염된 기사를 처리하는 방식은 ‘구별짓기’였다. 취재 부서와 디지털 부서를 나누고, 본사와 닷컴사를 나눠 나쁜 기사를 외주화했다. 인턴, 닷컴 기자가 오염된 기사를 처리하는 동안, 취재 기자는 시간을 들여 기사다운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취재 기자도 오염된 기사를 쓰는 일이 왕왕 있다. 그럴 때면 기자들은 마음속에서 구별짓기를 했다. 지금 쓰고 있는 기사는 진짜 기사가 아니라고. 지금 쓰고 있는 기사는 진짜 기사를 쓰기 위해 견뎌내야 할 몫이라고. 그렇게라도 구별짓지 않으면 자괴감을 느낄 터였다. 오염된 기사는 기자 자신도 ‘신경 쓰기 싫은 기사’였다.

그러는 동안 오염된 기사는 점점 통제를 벗어났다. 온라인은 수많은 오염된 기사가 오물 버려지듯 모이는 공간이 됐다. 시시각각 관심이 달라지는 온라인 여론 특성상, 그 관심에 대응할 오염된 기사는 양적으로 팽창할 수밖에 없었다. 언론사는 그 수많은 기사를 일일이 데스킹할 여력이 없었다. 디지털 부서로, 닷컴사로, 인턴과 닷컴 기자로 외주화된 기사들은 부지불식간에 관리되지 않은 채 온라인에 배설됐다.

언론사 이름을 걸고 나간 기사였지만 언론사가 어떤 기사가 어디로 나갔는지도 알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기사가 지면에서 디지털로 옮겨가는 사이 언론사는 점점 기사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됐다. 처음엔 오염된 기사를 외주화하려는 목적이었지만 ‘모든 기사를 다 살펴볼 수는 없다’, ‘온라인 기사는 어느 정도 포기해도 된다’는 인식도 자리 잡아 시스템이 됐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조선일보가 부적절한 일러스트를 사용한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성매매 사건 관련 기사를 온라인에 내보내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의 딸 조민씨를 연상케 하는 일러스트를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기사 자체는 청정 기사였을지 몰라도, 온라인 노출도를 위해 억지로 일러스트를 붙이는 과정에서 오염된 기사가 됐다. 원래 기사는 새벽 5시에 일러스트 없이 실렸었지만, 기자는 새벽 6시27분께 기사에 사진이 없는 것을 보고 일러스트를 추가했다. 일러스트가 잘못 들어가고 논란이 커지는 동안, 담당 데스크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가 문제를 파악한 건 사건이 발생한지 48시간 만이었다. 기사에 달리는 사진 하나, 문장 하나, 단어 하나 꼼꼼히 검수하던 지면 기사 시절엔 상상도 못할 일이다.

▲ 6월30일자 조선일보 28면
▲ 6월30일자 조선일보 28면

언론사야 청정 기사와 오염된 기사를 구분하지만, 독자는 두 기사를 구분하지 않는다. 맞닥뜨린 기사에 언론사 마크가 달려 있으면, 그 기사는 해당 언론사 기사인 것이다. 닷컴이 생산한 기사든, 지면에 실리지 않는 기사든, 인턴 기자가 썼든, 기자가 억지로 1분 만에 쓴 기사든 상관없이 말이다.

이는 실제 조사에서도 증명되는데,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3.4%는 포털에서 뉴스를 접할 때 어느 언론사가 작성한 뉴스인지 인지하면서 뉴스를 읽었다. 이는 ‘인지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24.6%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독자는 기사를 볼 때 기사를 쓴 언론사가 어디인지 항상 생각하며 읽는다.

그러니까, 오물 덩어리 기사도 내 기사다. 아무리 고고한 척 청정 기사와 오염된 기사를 나누며 ‘나는 그래도 좋은 저널리즘을 실현하고 있어’라며 정신 승리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는 거다. 우리 언론에 모든 기사를 들여다보고 살펴보고 관리할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온라인 기사, 오염된 기사는 오염된 채로 놔둬도 상관없을 거라는 그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사가 블로그 글 취급받는 때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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