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한 일본 방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여당 뿐 아니라 국민의힘도 고심 끝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반응이 나와 주목된다.

과거사 문제 현안 등에 대한 진전된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고 보고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일본 방문도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오후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한일 양국 정부는 도쿄올림픽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양국 간 역사 현안에 대한 진전과 미래지향적 협력 방향에 대해 의미있는 협의를 나눴다”며 “협의가 우호적 분위기에서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며,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도쿄올림픽은 세계인의 평화 축제인 만큼, 일본이 올림픽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사 문제의 진전을 위한 성과가 미흡한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의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궁극적인 목표는 관계 복원이었으나 아직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았다”며 “전반적으로 조금씩 진전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협의의 결렬 이유를 두고 이 고위관계자는 “협의 방법, 협상 주체 등 구체 사안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소마 주한 총괄공사의 막말(망언)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이 고위관계자는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며 “국민 정서를 감안해야 했고, 이후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회의적으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일본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소마 공사 발언을 매우 유감스럽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이 고위관계자는 “그 발표에 주목한다”며 “일본 정부는 적절한 후속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하며 향후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에 더불어민주당 일각과 정의당 등은 불가피성을 이해하며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측의 최지은 대변인은 19일 오후 논평에서 문 대통령이 도쿄 올림픽 계기 방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존중한다며 합리적이고 신중한 결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아예 도쿄올림픽 참석 보이콧을 주장해 왔다.

최 대변인은 소마 공사의 망언에 대한 단호한 조치와 도쿄올림픽 지도에 독도 왜곡 표기 정정 등을 촉구하며 일본 정부가 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소마 공사의 모욕적 망언이 있었는데도 오늘까지도 공식 사과를 비롯해 어떤 조치도 없었다며 “결과적으로 일본은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실질적 추진 의사가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공식 입장이나 책임 있는 조치도 없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방일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을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이 수석대변인은 “일본 공사의 망언에 대해 주권국가답게 응당한 조치를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지난 4년간의 한일외교에 대해 다시 되짚어보고, 경색된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측은 과거 한일 외교실패로 몰아붙이던 태도와 달리 청와대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공감하는 등 완화된 태도를 내놓았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고민끝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독도영유권 표기 등 일본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다만 지소미아 파기나 반일감정을 부추겨온 측면을 생각할 때 외교문제에 있어 아쉬운 점이 많은 것 같다”며 “역사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야 하는 동시에 실리외교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일관계가 경색되지 않고, 일본에 안가더라도 열린태도로 물꼬 틔워야 한다”고 말했다.

소마 공사의 발언이 이번 결정에 다소간의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의 청와대 설명을 두고 황보 수석대변인은 “우리도 실망스럽게 생각한다”며 “올림픽이라는 화합의 장을 앞두고 경색적인 발언을 했다. 우리 정부도 적극적 노력을 할 수 없었나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우리 정부 책임이 아니라고 보느냐는 질의에 황보 수석대변인은 “그렇다”며 “외교가 쌍방간 소통과 합의에 의해 되는 것인 만큼, 향후 국익을 챙길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 찾아나가야 한다”고 했다. 평소 한일관계 갈등이 생길 때마다 우리 정부의 외교실패로 보고 비판하던 것과 다른 태도인 이유가 뭐냐는 질의에 황보 수석대변인은 “워낙 소마 공사 발언이 사고치는 발언이었다”며 “그리고 우리 정부도 고민끝에 내린 결론이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같은 당의 임승호 대변인 역시 “기본적으로 청와대가 고심한 사안이라 결정 자체에 대해 존중하고 최근 소마 공사 발언 부적절하다”며 “정부도 죽창가 논란 등 한일 양국간 악화되는 방향으로 가면 안되니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밝혔다. 소마 공사의 막말이 회담 결렬의 한 요인으로 보는 설명을 두고 임 대변인은 “소마 공사 발언 여야 떠나 비판한다는 입장이나 그 부분이 과연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쳤을지는 다른 문제”라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은 19일자에서 오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대면 정상회담을 한다고 보도해 많은 우리 언론이 인용보도했다. 결과적으로 줄줄이 오보를 낳은 셈이 됐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같은 정상회담 가능성 보도를 인용하며 방일을 통한 한일정상회담을 하면 통 큰 지도자로 인정받을 것이라며 일본 방문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저는 방일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리라 예상 못했다”면서 “일본 언론은 일본언론이 보도하는 것이고, 결정은 청와대가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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