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이 SBS를 상대로 한 김상덕(가명)씨의 민사소송에서 사생활 침해로 인한 피해를 인정하고 지난 6월22일 SBS에 15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조정합의 결정을 내렸다. SBS는 ‘그것이 알고싶다-강남 땅 부자 박 회장’편에서 김씨의 동의 없이 김씨 음성을 그대로 내보냈고 방송 이후 김씨는 직장을 잃었다. 

조정합의결정문에 의하면 김씨는 2019년 7월6일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에 음성이 등장했던 인물로, 한 병원의 경비직원으로 근무했다. 김씨는 병원 측으로부터 ‘방송국에서 박회장을 방송하려고 하니까 아무말도 하지 마라’는 경고를 받았고, 이후 야간당직 근무 중 처음 보는 사람이 나타나 “방송 때문에 왔는데, 병원장 장인 부부가 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김씨는 “알려주면 제가 곤란해진다”라고 하면서도 공익적 목적의 보도에 도움을 주고자 병원장 장인에 대해 “여기 있어요. 저번에도 왔다 갔어요”라고 알려주었다. 당시 김씨 앞에는 기자로 보이는 사람만 문 입구에 서 있었고, 공개적으로 녹음하는 상태도 아니었기에 김씨는 자신의 목소리가 녹취되고 있는지 몰랐다. 김씨는 병원장 장인이 머물던 요양병원 호실을 알려주고 나서도 ‘내가 알려줬다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7월6일자 방송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싶다' 7월6일자 방송의 한 장면.

그러나 7월6일자 해당 방송에선 약 19초간 김씨의 음성이 거의 변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나갔다. 김씨는 “대화 내용을 몰래 도청하고, 사전 동의나 사전 승낙도 없이 방송에 넣어 마치 내가 고의적으로 전화 제보한 것처럼 가장해 음성을 그대로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항의에 SBS측은 “목소리 변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만 답변했다. 

김씨는 병원측으로부터 “사직하지 않으면 징계처리하겠다”는 압박을 받아 방송된 지 약 20일 만에 사직을 당했다. 김씨 항의 이후 해당 방송에서 일부 목소리가 변조되었지만, 그때는 이미 사직당한 뒤였다는 설명이다. SBS는 ‘1달 정도의 월급만 보상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김씨 측은 “김씨가 실직한 기간인 2019년 8월2일부터 2020년 2월3일까지 월급 상당액은 방송사고로 강제 퇴직당해 입은 손해”라면서 당시 받았던 월 급여와 위자료 2000만 원을 더해 3320만 원의 배상액을 청구했다. 이후 서울남부지법은 청구액의 절반 수준인 1500만 원에 양쪽이 합의하는 조정 결정을 냈다.

김씨를 공익변호했던 언론인권센터 미디어피해구조본부는 지난 22일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소송을 통해 피해자의 피해가 원상회복되지는 못했지만 재판부는 김씨의 피해를 인정하고 언론사의 과도한 취재행위 및 취재윤리 문제를 지적하는 조정 결정으로 방송사에 엄중한 경고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