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개원부터 문제가 됐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후반기에 국민의힘에 내어주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고를 요청하는 등 반대 목소리가 계속됐다.

특히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7 재보선 패배 이후 취임했을 때부터 시종일관 법사위를 야당에 내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이번에 국회 원 구성 등 정상화를 위해 양보하기로 했다. 지난 23일 국민의힘과 협상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윤 원내대표는 지지자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윤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는 것에 대한 일부 당원들의 우려가 큰 것을 잘 안다”면서도 “법사위를 야당에게 그냥 넘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 외의 법안심의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체계자구심사기한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며 △이 기한이 넘으면 원래 법안 심의를 했던 상임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하거나, 표결을 통해 5분의 3의 동의를 얻어 본회의에 바로 법안을 부의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합의 문안에는 없지만, 60일 경과 후에 본회의 부의 여부를 소관 상임위가 지체 없이 결정한다는 것과 체계자구 심사 시에 각 부처에서 장관이 아닌 차관의 출석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 포함되어서 법사위의 갑질과 시간끌기를 차단한다는 여야 원내대표의 신사협정 내용이 포함된다”며 “신사협정을 야당이 어기면 국회법을 즉시 다시 개정하겠다는 양해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의원총회에서 거수로 표결 거쳐 추인을 받은 사안”이라면서도 “제가 약속드렸던 일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지지자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여전히 당 안팎에서 이견이 나온다. 특히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아예 재고를 요청한다고까지 했다. 법사위원장을 양보하는 것이 대체 무엇이 문제이길래 이럴까. 자구체계심사를 빌미로 상임위를 통과한 시급한 법안조차 시일을 끌어 일종의 ‘발목잡는 상원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0일 경기도청 신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0일 경기도청 신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이 지사는 2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법사위 양보는 내년 시점의 당원의사와 후임 원내대표단 및 당지도부의 권한을 제약한다는 문제의식, 180석 거대의석을 주신 국민 뜻과 달리 개혁입법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민주당은 개혁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가지신 국민과 당원들에 큰 빚을 지고 있다”며 “그러한 열망에 부응했는지 저부터 성찰하겠다. 더는 발목 잡는 탄핵세력에 부당하게 굴하지 말라며 180석을 주신 뜻도 더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처럼 개혁입법은 실질적 성과로 나타나지 않았고, 국민 90%가 찬성하는 CCTV 의무화법도 국회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소불위 권한을 가진 법사위를 야당에 내주는 것을 당원과 국민들께서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진을 위한 양보가 아니라 개혁의지 후퇴라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냥 과반이면 몰라도 압도적 과반 의석을 고려하면 법사위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당에 법사위 양보 재고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법사위가 상임위 위의 상임위로 불법부당하게 운영돼온 점을 들어 이 지사는 “법사위가 원래 법의 취지에 맞게 자구심사 등 형식적 권한만을 행사하고, 법안통과를 막는 게이트처럼 악용되지 못하게 제도화한다면 이 역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선경선 후보들도 법사위양보 재고 및 권한축소를 요청하는 공동입장 천명을 제안드린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 안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나왔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하반기 법사위원장 합의와 전반기 상임위원장 재배분에 대해 당 안팎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국회의 5분의 3을 채우도록 선택받은 정당으로서 야당과의 협치보다 국민들에게 책임을 지는 정치가 더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사위원장 양보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사위원장 양보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김 위원은 법사위 문제의 본질을 두고 “‘지나친 월권’과 국정을 발목 잡아 온 ‘법사위의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합의안에 대한 한계점도 지적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의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의 경우 현재 국회법의 해석으로도 충분하나 지키지 않아 온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해당 상임위에서 6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부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합의한 것의 경우도 해당 상임위원장이 야당일 경우와 상임위원의 5분의 3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총선에서 의석수가 달라져도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은 “국민과 당원들에 정치적 책임을 지는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협치라는 명분의 익숙함을 뛰어넘어야 한다”며 “불편하더라도 익숙함과 결별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학 최고위원도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국회법을 개정해 별도의 체계자구 심사기구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굳이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도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이 본회의로 직행할 수 있는 길을 열자는 것으로, 이는 민주당 1호 당론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이견을 두고 민주당은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찬성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이견이 있어서 표결했지만 압도적 다수가 찬성으로 추인해 줬기 때문에 원내대표께서 그 협상안으로 여야 간 타결 봤다”며 “일부 반대하는 당원의 항의가 있지만 여야 협치를 위해서, 법사위의 권한 관련된 국회법 개정이 여야 합의대로 이뤄지고 또 신사협정한 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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