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를 앞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닿는다면 이제 ‘안전 전문 기자’가 되고 싶어요.”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대오 기자(55)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가족들하고 캠핑카 타고 다니려고, 중년의 로망인 오토바이를 타려고 시작했는데 이런 꿈까지 갖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자 인생 2막’ 꿈꾸며 자격증 73개 취득

73개. ‘연예 전문 기자’로 31년 살아온 김 기자가 취득한 자격증 개수다. 통상적으로 기자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는 해당 분야 전문 기자가 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노동 문제에 대한 심층 보도를 하던 중 공인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가 대표적이다. 혹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거나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이들이 기자 생활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김 기자는 이들과 다른 사례다. 앞서 언급됐듯 무려 73개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다. 그렇다고 김 기자가 무분별하게 아무 자격증이나 취득한 것은 아니다. 김 기자의 자격증들을 쫓아가 보면 그가 새롭게 그리고 있는 ‘기자 인생 2막’을 파악할 수 있다.

김 기자는 자신이 준비해 온 한 TV 예능 프로그램 영상을 보여주며 대화를 시작했다. 해당 영상은 오토바이 자격증(원동기 면허) 취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상이었다.

김 기자는 “단 8초의 시간이면 원동기 면허를 딸 수 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며 “균형 잡기도 어렵고, 다리를 땅에 안 닿게 하기 위해 다리를 들고 면허 시험에 응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대오 기자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기자
▲김대오 기자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기자

“처음엔 가족들끼리 캠핑카 즐기기 위해 시작”

김 기자는 자연스레 자신이 도로교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며 보고 느꼈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 기자는 원동기부터 1종 대형 면허까지 10가지 도로교통 관련 면허를 모두 취득했다. 16개 시도광역시 택시 운전사 자격도 취득했다.

김 기자는 택시 운전사 자격 취득 과정을 언급하며 “택시 시험을 보면 도로교통법부터 각 지역 지름길까지 모두 외우게 된다”며 “자격증 시험의 가장 기초는 이론, 법률에 기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택시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는 타다 사태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해볼 수도 있었다”며 “단순히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을 떠나 현장에서 현안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기자는 해상교통 면허와 건설산업중장비 면허 취득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기자는 “소방안전관리자를 취득하면서는 안전 문제와 이 자격증 급수를 가진 사람이 투입되는 것에 따라 몇 층까지 아파트를 올릴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며 “위험물안전관리자와 위험물운송관리자 자격증을 따면서는 폭발 사고와 인재 방지 등을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대오 기자가 취득한 자격증들. 올해로 31년 차인 김 기자는 73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진=조준혁 기자
▲김대오 기자가 취득한 자격증들. 올해로 31년 차인 김 기자는 73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진=조준혁 기자

자격증 취득 현장서 사회 현안 고민

김 기자는 자격증 취득 현장에서 만났던 이들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타워크레인 조종 자격증을 취득하던 시절 한 젊은 여성분이 시험을 같이 쳤다”며 “생소해서 어떻게 왔는지 물어보니 간호사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이어 “굉장히 인상 깊었다”라며 “중장비 관련 자격증 시험이 충남 당진에서 많이 진행되는데 산업재해가 하도 자주 일어나서 직접 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닌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김 기자 이야기가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격증을 의미 없이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자격증과 연계되는 사회 현안까지 학습한 것이다. 연이은 자격증 취득은 31년차 기자에게 또 다른 현장이었고 사회 현안 학습법이었다.

농기계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농업 현장 일선에서만 배울 수 있었던 경험도 있었다. 김 기자는 트랙터, 경운기, 이앙기, 콤바인을 모두 몰 수 있다. 그는 “귀농할 때 이 장비들을 구매하려면 수억원이 있어야 한다”며 “자격을 취득하면, 저렴하게 대여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대오 기자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기자
▲김대오 기자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카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기자

“앞으로는 산업안전 분야까지 공부할 것”

김 기자는 자격증 취득 과정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안전 쪽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분야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 일선에 막내급 주니어 기자들이 가 있다 보니 취재를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안전 전문 기자 관점에서 사고 현장에 또 다른 시각을 제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지금까지 취득한 자격증은 교통안전, 소방안전과 함께 건설안전 분야”라며 “앞으로 더 나아가 산업안전 분야로 자격증 취득 분야를 넓혀갈 욕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김 기자는 “인공지능(AI)이 나와도 안전이라는 것은 결국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자격증을 하나하나 취득하며 안전과 책임의 중요성도 인식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총 73개. 도로교통, 해상교통, 건설산업중장비, 소방안전, 농기계운전 자격증을 취득한 그에게도 남은 과제는 있다. 김 기자는 “이제 남은 건 하늘, 항공기 관련 면허증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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