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표결로 밀어붙였다. 허위보도로 손해를 입힌 언론이 최소 매출액의 1만분의 1을 배상하고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보도를 하면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조항을 넣었다.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조항에 사진·삽화·영상과 기사내용을 다르게 해 왜곡할 경우도 포함시켰다. 징벌적 손배제가 ‘조국 방지법’이 돼 버린 셈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독소조항들에 의한 언론재갈물리기법안을 힘으로 강행처리했다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27일 오후 2시14분부터 밤 10시45분까지 8시간30분(정회시간 포함) 동안 16개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놓고, 유례없는 마라톤 회의를 벌인 끝에 밤 9시30분경 표결처리했다. 이 법안 16건은 민주당이 새로 만들어온 대안으로 통합해 4대2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문체위 전체회의에 상정해 오는 8월 중순경 강행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밤 11시경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표결처리 했다”며 “오후 2시부터 (민주당 법안 대안을) 세 차례씩 읽고 검토했다”며 “야당은 이의를 제기해서 표결했다”고 밝혔다.

27일밤 미디어오늘이 법안심사소위측에서 입수한 민주당의 대안을 보면, 신설한 17의3조에 ‘허위조작보도’란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했다.

▲국회 문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27일 밤 표결통과된 언론중재법 개정안 고의중과실 부분. 사진=민주당 대안
▲국회 문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27일 밤 표결통과된 언론중재법 개정안 고의중과실 부분. 사진=민주당 대안

 

손해액의 산정도 개정했다. 현행 언론중재법 30조2항에 손해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고려해 그에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를 개정해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 보도로 인한 피해정도, 언론사등의 전년도 매출액에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을 곱한 금액 등을 고려하여 인정되는” 액수를 정하고 “다만, 매출액이 없거나 매출액의 산정이 곤란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1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액을 산정한다”고 규정했다.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보도시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안을 강행했다. 민주당은 신설한 제30조의2(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의 1항에서 “법원은 언론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다만 공직자윤리법에서 규정하는 공직자(제10조제1항제1호부터 제12호까지)와 그 후보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업 및 그 주요주주, 임원의 경우 악의를 갖고 허위조작보도했을 때에 고의중과실 징벌배상을 적용받도록 했다. 그 ‘악의’에 대해 민주당은 △허위·조작보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할 것을 인식한 경우 △지속, 반복적인 경우 △보복성 허위·조작보도를 하는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등이라고 제시했다. 이 대목도 새로 추가된 항목으로 보인다.

특히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조항(제30조의3)의 신설이 핵심이다. 고의중과실로 추정하는 경우 중에 사진이나 삽화, 영상이 기사내용과 달리 왜곡됐을 때도 포함시킨 점이 눈에 띈다. 언론사가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해 보도한 경우 △인터넷매체와 포털이 정정보도청구등이나 정정보도등이 있음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 △정정보도청구등이 있는 기사가 있었는데도 그 전 기사를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계속적,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제목과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하거나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사진·삽화·영상 등 시각자료와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하거나 또는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시각자료를 사용해 새로운 사실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등 시각자료로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등의 하나를 했을 때 고의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시각자료 왜곡 부분은 지난 6일 민주당이 내놓은 대안이나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 등에는 없었던 새로운 조항이 막판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조국 딸의 일러스트를 쓴 조선일보 왜곡 보도 사태를 감안해 추가로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국회 문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27일 밤 표결통과된 언론중재법 개정안 고의중과실 부분. 사진=민주당 대안
▲국회 문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27일 밤 표결통과된 언론중재법 개정안 고의중과실 부분. 사진=민주당 대안

 

이번에 새로 등장한 기자 구상권 청구 범위 축소조항도 들어갔다. 신설조항 제30조의4(구상권청구 요건)는 언론사등이 손해를 배상할 때에는 △언론보도를 작성한 사람에게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음이 명백할 경우 △언론보도를 작성한 사람이 언론사등(언론보도를 작성한 사람의 상급자를 포함한다)을 기망했을 경우에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무조건 1면, 초기화면, 방송첫머리에 정정보도하도록 했던 지난 6일 민주당이 내놓은 대안과 달리 이날 통과된 민주당 대안에서는 정정보도를 “보도가 이뤄진 같은 채널, 지면 또는 장소에서 정정 대상인 언론보도와 같은 시간·분량 및 크기로 보도하되 적어도 원래 보도의 시간 분량, 크기의 2분의 1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17조).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 조항도 신설됐다. 제17조의2를 보면 인터넷신문이나 포털서비스를 통해 △언론보도 등의 제목 또는 전체적인 맥락상 본문의 주요 내용이 진실하지 않은 경우 △언론보도등의 내용이 개인의 신체, 신념, 성적 영역 등과 같은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하는 경우 등에는 기사의 열람차단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단 언론보도의 내용이나 표현이 공적 관심 사안으로 사회의 여론형성 등에 기여하는 경우엔 청구할 수 없다.

이를 두고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밤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정보도를 원래크기의 2분의 1 이상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넣었고, 기사 열람을 차단할 수 있는 정정보도 차단청구권도 새롭게 뒀다”며 “언론오보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도 법원이 보도경위와 피해규모, 매출액의 1만분의 1부터 1000분의 1까지 고려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여기에다 아주 허위이고 조작된 보도의 경우(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보도) 5배 이내 손해배상을 하도록 했다”며 “대신 정치권력 경제권력에 대해서는 언론의 악의적 보도인 경우에만 손배책임 지우도록 비판을 보장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가 언론사를 속이지 않는한 기자에게는 배상을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입증책임과 관련해 김 의원은 “허위 조작보도의 경우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을 뒀고, 추정이 되려면 그런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해야 한다”며 “입증이 가벼워진 측면은 있는데, 원고가 고의중과실 추정이 된다는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문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27일 밤 표결통과된 언론중재법 개정안 손해액의 산정 부분. 사진=민주당 대안
▲국회 문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27일 밤 표결통과된 언론중재법 개정안 손해액의 산정 부분. 사진=민주당 대안

 

‘공직자와 재벌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고의중과실이라고 주장하고 소송을 남발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김 의원은 “그런 사람이 소송을 제기해도 이기기 어렵다”며 “소송비용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법안으로 언론환경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 김 의원은 “방점은 오보로 인한 명예훼손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피해회복을 하는 것이며, 언론생태계 조성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끝까지 통과하는 것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밤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강행처리한 것이라고 본다”며 “이를 상임위 대안이라 보기도 어렵고, 자신들 맘대로 독소조항을 넣어둔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고위공직자와 재벌이 악의적이고 보복적 허위조작보도라고 그냥 주장하면 된다”며 “함부로 소송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자기들 주장일 뿐 정치생명이 끝나고 기업의 생사가 걸린 문제에 돈 몇억 아끼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구조적 범죄자들이 처음엔 다 허위조작, 악의 등을 주장하면서 손해배상 제기한다”며 “그것이 위협적이고, 결국 보도의 큰 위축을 가져오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입증책임을 원고가 지게 했다는 김승원 의원 주장에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자체가 언론에 고의중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특히 “외국에도 이런 식의 입법례가 없다”며 “입법조사처가 의뢰해 조사한 결과 배상액을 법원 판례로서 축적해나가는 것이지 손배액 상하한을 규정하는 나라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 법안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임기) 막판에 언론에 재갈물리는 법이며 거악의 권력 비판 보도를 못하게 하는 법안인 만큼 통과시키지 못하게 하겠다”고 역설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27일 오후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27일 오후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