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 피해자에게 부당징계, 직무정지 등 불리한 조치를 한 사업주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르노삼성 성희롱 사건은 민사에 이어 형사에서도 사측의 잘못을 인정하며 법적 다툼이 마무리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지난 21일 르노삼성 측과 검찰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사업주에게 2000만원의 벌금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르노삼성 성희롱 사건은 지난 2012~2013년 발생했고, 2013년 6월 소송이 시작됐다. 민사소송의 경우 지난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성희롱 피해와 사측의 부당한 후속 대응을 인정하며 피해자의 요구를 모두 들어줬다. 

형사 재판에서 대법원은 사업주의 책임은 유죄로 봤지만 부당한 업무배치에 대해서는 무죄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지난 27일 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책위)는 공동논평을 내고 “부당한 업무배치를 ‘불리한 조치’로 판단한 본 사건의 민사소송 판결보다 후퇴한 것”이라며 “재판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공동대책위는 해당 사건을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회사 측의 불리한 처우를 집약한 사례”라고 표현하며 “회사에 유죄 선고되고 대법원에서 확정되기까지 8년이 걸렸다”며 “이 기나긴 시간을 견뎌 기어코 역사적 판결을 이끌어낸 용기에 대해 이제는 우리 사회가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르노삼성자동차 공장. 사진=르노삼성 노조, 민중의소리
▲ 르노삼성자동차 공장. 사진=르노삼성 노조, 민중의소리

 

공동대책위는 르노삼성 측에 “조직 구조와 문화를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당사자를 비롯한 여성노동자들에게 평등한 일터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며 “이제라도 르노삼성은 사과와 함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본 사건에 대해 대법원(민사)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사업주의 불리한 처우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며 “이 판결이 ‘최초’라는 것은 법원이 시대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라고 지적한 뒤 “법원은 앞으로 남녀고용평등법을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노동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공동대책위에 따르면 피해당사자는 “내가 꽃뱀이 아니라 ‘사내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시작했던 소송이었고 날 도왔던 직원이 나 때문에 회사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두고 볼 수만 없어 소송을 지속하게 됐으며 내 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고 비슷한 상황에 계시는 분들이 본인들은 어떻게 하면 좋으냐며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내 사건을 긍정적인 판례로 남겨 사내 성희롱을 신고해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맘에 8여년 간의 소송을 진행했다”고 법적다툼의 배경을 밝혔다. 

피해당사자는 “회사의 괴롭힘에서 오히려 저를 보호해주는 방패막이던 소송이 종료된 것이 두렵기만 하다”라며 “회사가 또 어떻게 날 괴롭히기 시작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어 “사내 성희롱 피해자를 보호하는 많은 법적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피해자가 얼마나 신고하기 전처럼 근무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소송이 종료된 후 깨달은 것은 이런 일은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피해자의 현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많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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