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지난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에서 8시간30분(정회시간 포함)간의 회의 끝에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했다. 8월 중 해당 법안의 본회의 통과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4단체는 29일 공동입장을 내고 “위헌적 법률 개정을 중단하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을 향해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 4단체는 “지난 몇 달 동안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하려면 형법상 명예훼손제도 등을 폐지하는 등 언론자유 위축을 막을 조치를 동시에 취하고 정치인·공직자·대기업 등 정치·경제 권력은 징벌적 손배제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 선량한 시민피해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더라도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에 족쇄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러한 현업 언론단체들의 우려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민주당의) 현업단체 의견 청취는 입법 강행을 위한 명분이었을 뿐 실제 개정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도리어 정치권의 돌발 이슈가 나올 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조항만이 추가된 누더기 짜깁기 법안이 되어 버렸다”면서 “일부 조항들은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정치 권력이 언론의 기사편집과 표현을 일일이 사전 검열하던 보도지침과 유사한 느낌마저 준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번 개정안에 신설된 ‘열람 차단 청구 표시’ 조항을 가리켜 “기사 자체가 거짓이라는 낙인과 같다. 정치인의 무책임한 발언이나 대기업의 불법 노동 행위에 대한 기사에도 열람차단 청구 표시가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이 ‘언론 보도 등의 내용이나 표현이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 등에 기여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명시한 대목에 대해선 “해당 보도가 공적 관심사인지 여부는 소송에서나 다툴 수 있을 것”이라며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 기준이 되는 고의와 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 조항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원고의 입증책임을 대폭 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판례법리 상 언론 보도 소송은 원고(피해자)가 피해 및 불법성을 밝혀 범죄임을 입증하면서 시작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하여 보도한 경우’,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를 통해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등 원고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그동안 언론사·기자에게 적용된 위법성 조각사유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독소 조항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개정안대로라면 “불법노동 실태를 취재하기 위한 잠입 취재는 ‘법률 위반’이 되며, 공직자 비리에 대한 연속보도는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가 되고 만다”고 꼬집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4단체는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이 “정치인·공직자·대기업에게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할 법적 근거를 만들어 주었다”면서 “이들을 징벌적 손배 적용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요구는 철저히 무시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개정안이) ‘악의를 가지고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언론에 징벌적 손배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며 “악의에 대한 하위 규정은 정치인·공직자·대기업 등이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용어로 채워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연속보도나 기획보도는 ‘허위·조작보도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경우’로, 이들(정치인·공직자·대기업)의 해명에 대한 팩트체크는 ‘보복성 허위·조작보도’로 간주 될 수 있다”며 “결국 이 조항은 공인에 대한 엄격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제한 요건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수월하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준 셈이다”라고 우려했다.
 
이들 4단체는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며 시민의 권리 강화보다 정치·자본 권력의 언론 봉쇄 도구로 변질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민주당 스스로 철회하라”면서 “대신 모든 원내 정당, 언론 현업단체, 학계 및 노동계가 참여하는 공론장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민주당은 위헌적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에 쏟고 있는 노력의 반만이라도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기득권 포기와 국민참여 법안 처리에 투입하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도 지난 28일 공동성명을 내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반헌법적 언론중재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협회는 “과거 군부 독재정권이 무력으로 언론자유를 억압했다면 지금의 여당은 무소불위의 입법권을 행사하며 언론을 통제하려 하고 있을 뿐 본질은 같다”고 주장했다. 오늘 언론 4단체 성명까지 더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언론 현업단체가 법안에 반대하고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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