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선수의 머리카락 길이가 짧다는 이유로 그를 향한 혐오 발언이 온라인상에서 며칠째 이어지는 가운데, 언론노조가 이를 무분별하게 받아쓴 언론들이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29일 “여성 선수에 대한 혐오 확산 나선 언론, 부끄러움을 모르는가”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안산 선수에 대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의 혐오와 차별 발언을 옮겨 쓴 기사를 모두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조장한 페미니즘 및 여성 혐오 논란을 언론이 무분별하게 받아 써 혐오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이다.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지난 24일 오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단체전 결승 경기에서 과녁을 향해 활을 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지난 24일 오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단체전 결승 경기에서 과녁을 향해 활을 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남성 비율이 높은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종목에 출전 중인 안산 선수 머리 모양이 ‘숏컷’이라는 이유로 ‘메달을 반납하라’거나 ‘남혐(남성혐오)에 대해 해명하라’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안산 선수 SNS를 통해 악성 댓글·메세지도 남겼다. 숏컷을 한 여성은 페미니스트라는 게 괴롭힘의 이유다. 페미니즘 혐오이자 여성 혐오가 동시에 이뤄진 셈이다. 

일부 언론은 이들이 일으킨 논란을 그대로 받아 썼다. “"여대에 숏컷…페미냐" 금메달 딴 안산 헤어스타일 갑론을박”, “"여대에 숏컷은 페미"…금메달리스트도 저격하는 좌표 찍기”, “안산 '숏컷', 여자 체조 레깅스…뜨거운 '젠더이슈 올림픽'” 등의 기사다. 

혐오 발언과 이를 비판하는 발언을 대등히 대립시키거나, ‘젠더 갈등’이나 ‘갑론을박’이라며 의미 있는 논쟁처럼 보도한 기사도 적지 않았다. “"'페미' 안산 메달 반납해야" vs "선수 보호해야" 갑론을박”, ““메달 반납해야” VS “선수 보호”… 女양궁 안산의 짧은 머리, ‘젠더 논란’ 확전“, ”"안산 선수 지켜주세요"…양궁 '숏컷' 남녀 '페미니즘' 갈등“ 등 제목의 기사다. 

▲언론노조 성평등위가 "의견 대립으로 확산시키는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비판한 기사 일부.
▲언론노조 성평등위가 "의견 대립으로 확산시키는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비판한 기사 일부.

 

언론노조 성평등위는 이에 “안산 선수의 과거 SNS 포스팅, 재학 중인 대학, 음악적 취향에서 헤어스타일까지 안산 선수에 대한 터무니없는 비방글이 기사화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견 대립으로 확산시키는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과연 이런 기사가 뉴스로써 가치가 있는지”를 물었다. 

성평등위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은 사실도 아니거니와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와 비아냥일 뿐”이라며 “이런 글들이 뉴스로 기사화되면서 해당 커뮤니티의 관련 게시물들을 더욱 증폭시켰고, 또 다른 혐오 발언들을 인용하는 기사의 대량 송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순식간에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성평등위는 또 “공인이나 유명인의 발언이라도 혐오와 차별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 그대로 인용하지 않는 것은 ’성평등 보도 가이드라인‘을 모르더라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보도윤리”라며 “그러나 대량의 뉴스가 생산되는 올림픽 기간을 노려 조회수를 높이려는 인터넷 커뮤니티발 기사 작성과 유포는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저널리즘 윤리 위반”이라고 밝혔다. 

성평등위는 이에 “성평등위가 설치된 언론노조 산하 지·본부는 안산 선수에 대한 자사 기사가 차별과 혐오를 확산할 위험이 없는지 확인하고 점검하라”며 “성평등위는 안산 선수뿐 아니라 올림픽 기간 중 발생할 모든 성적 차별과 혐오, 반인권적인 보도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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