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의 한 중고서점 담벼락에 그린 이른바 ‘쥴리 벽화’를 두고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사생활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인격침해” “윤석열 아내라고 결혼전 사생활까지 이렇게 비판해도 되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 캠프의 남영희 대변인은 29일 밤 내놓은 논평을 통해 종로구 관철동 소재 건물 외벽의 쥴리 벽화를 두고 “도덕성 검증의 범주를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느냐”며 “풍자와 해악은 평민이 누려온 자유였지만, 다양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작금의 통념으로 볼 때에도 쥴리 벽화는 금도를 넘은 표현”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남 대변인은 “윤석열 후보의 아내라는 이유로 결혼전의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비판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그는 다만 “결혼 전의 사생활을 조롱하기 보다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공익을 지키는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코바나컨텐츠 후원금 모금 의혹,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정말 중요한 윤석열 검사의 아내 김건희씨에 대한 검증의 칼날을 날카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대변인은 “불법과 탈법 의혹을 단지 조롱하기 위해 벽화 페인트로 덮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벽화를 그리신 분께 부탁드린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 시민성의 테두리 밖에 있지 않음을 한번 더 깊이 살펴봐달라”고 촉구했다.

▲대선 예비후보에 등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부인 김건희씨가 지난 2019년 7월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예비후보에 등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부인 김건희씨가 지난 2019년 7월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의원인 김상희 국회 부의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쥴리 벽화’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시중에 떠도는 내용을 공개 장소에 게시해 일방적으로 특정인을 조롱하고 논란의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의장은 “누굴 지지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가정사를 두고 김 부의장은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되어야 할 일이나 정치와 무관한 묻지마식 인신공격은 자제되어야 한다”며 “더욱이 벽화 앞에서 진보-보수 유튜버들이 충돌하며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벽화를 설치한 분께서는 성숙한 민주주의, 품격 있는 정치문화 조성을 위해 해당 그림을 자진 철거 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벽화가 그려진 건물주이자 서점 대표인 여모씨는 29일 “문제가 된 문구를 모두 삭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은 여씨가 이날 오후 통화에서 “그림만 남겨놓고 ‘쥴리의 꿈’ 등 지적을 받은 문구를 내일(30일) 전부 지울 예정”이라며 “배후설 등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주변에서 ‘왜 이렇게 힘들 게 사냐’ 등 걱정을 많이 해 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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