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국가대표팀 안산 선수가 ‘페미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숏컷’과 과거 SNS 발언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페미니스트 아니냐는 갑론을박이 오간 것이다. ‘메달 박탈’이라는 초유의 주장까지 나왔다.

안 선수 역시 관련 논란을 알고 있었다. 그는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대한양궁협회를 통해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언론들은 이 같은 논란이 부끄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책임을 문재인 정부, 혹은 국민의힘에 묻는 각기 다른 분석을 내놨다. 31일자 지면에 안 선수 페미 논란 관련 사설을 실은 곳은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이다.

▲양궁 국가대표님 안산 선수가 30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결승 시상식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양궁 국가대표님 안산 선수가 30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결승 시상식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경향신문, ‘이대남’ 목소리 확산한 정치권 비판

경향신문은 “혐오와 차별을 이겨낸 안산 선수, 고맙고 미안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이르렀나”라며 한탄했다.

경향신문은 “혐오의 싹을 애초에 잘라버리지 못하고 방치한 사회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며 “특히 지난 4월 재·보궐선거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이대남’(20대 남성)의 투표 행태에 주목하며 일부 남초 커뮤니티(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확대 재생산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또 “상당수 언론도 (이 같은 정치권의 발언을) ‘중계’하며 극단적 주장에 힘을 실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의 이러한 분석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을 비롯한 야권 일부 인사들 행보를 비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우리는 청년 남성이 겪고 있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부인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청년 남성의 고통이 또래 여성이라는 엉뚱한 과녁으로 향하는 일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양궁 국가대표팀 안산 선수 관련 경향신문 사설. 사진=31일 자 경향신문 갈무리
▲양궁 국가대표팀 안산 선수 관련 경향신문 사설. 사진=31일 자 경향신문 갈무리

국민일보, 언론 보도 행태 비판하기도

국민일보는 “국제망신거리 된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자잘하고 어딘가 모자란 남자들의 헛소리가 왜 이렇게까지 확산됐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언론의 보도 행태를 문제 삼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많은 매체들이 이 소란을 ‘페미 논쟁’, ‘쇼트커트 논란’이란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한쪽의 주장에서 최소한의 상식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논쟁·논란이란 표현은 잘못됐다”며 “이번 일은 안 선수에 대한 사이버테러이자 범죄”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외신에 언급된 이번 논란을 언급하며 “한국 사회에 여성 혐오와 성차별적 인식이 퍼져 있음을 전 세계에 확인시켜줬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아울러 AFP, 로이터통신, BBC, CNN,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도 일제히 이 논란을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올림픽 영웅 스무살 안산 향한 ‘온라인 학대’ 제정신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여성 혐오 같은 억지 주장을 외면하거나 무시해온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디지털 공간의 혐오 표출과 부당한 공격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며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현상을 온라인 학대로 명명했다”고 전했다.

▲양궁 국가대표팀 안산 선수 관련 조선일보 사설. 사진=31일 자 조선일보 갈무리
▲양궁 국가대표팀 안산 선수 관련 조선일보 사설. 사진=31일 자 조선일보 갈무리

조선일보 “결국 문제는 경제 상황”…중앙일보 “교육 통해 개선”

조선일보는 “‘안산 젠더 갈등’ 배경에 깔린 청년들의 미래 좌절에 주목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청년 세대의 경제 상황에 주목했다. 미래세대에 희망이 보이지 않기에 갈등이 조장되고 있고 이를 ‘정부 책임론’으로 돌렸다.

조선일보는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 젊은 세대가 미래 희망을 갖기 어렵게 돼버린 경제 상황이 배경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남녀 청년층이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을 겪으면서 앞날에 대한 좌절감을 상대 쪽 성(性)에 대한 공격적 분노로 표출시키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올바른 정책으로 경제를 다시 끌어올려 작은 파이를 나눠 먹는 것이 아니라 전체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그러지 않는다면 이 젠더 갈등은 지역감정처럼 치유가 어려운 사회 갈등으로 고착될 수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코로나가 키운 혐오, 다양성 존중으로 극복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지면에 실었다. 중앙일보는 이번 논란을 두고 코로나19가 비대면 활동을 증가시켰고 이 과정에서 온라인상 혐오 표현이 증가됐다고 바라봤다.

중앙일보는 “인류의 축제라 불리는 올림픽도 혐오를 비껴가지는 못했다”며 “이 사건은 안 선수 개인에 대한 논란이기보다는 숏컷에서 연상되는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일부 남성들 사이에 팽배한 ‘여혐’ 문화가 주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중앙일보는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반지성적 사고가 혐오 현상의 본질”이라며 성인이 되기 전 학교 교육을 통해 사전 예방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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