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악성후기·별점테러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소비자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당부가 나왔다.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달 30일 논평을 내어 “방통위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이용자 후기 정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방통위는 앞서 지난달 11일 “일부 이용자들이 왜곡된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에게 악의적인 리뷰·별점을 부여하면서 환불, 물질적 대가 등 무리한 요구를 주장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5가지 정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온라인 배달 플랫폼 이용자의 환불 요구를 받던 음식점주가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과도하거나 의도적인 리뷰를 제어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온라인 플랫폼이 ‘별점테러’가 가능한 시스템을 방치하면서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우려도 높다.

방통위가 밝힌 5개 방안은 △리뷰·별점제도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 법제 개선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보호업무평가’ 대상 확대 △플랫폼 이용사업자·이용자의 원스톱 피해구제 추진 △악성리뷰·별점테러 피해예방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 △플랫폼 이용사업자·이용자 보호를 위한 별도 규율체계 마련 등이다.

이 가운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쟁점이다. 방통위는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유통되는 정보의 과장·기만성이 명백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발생이 예상되는 등의 일정 요건을 갖춘 정보에 한해, 유통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방향을 밝혔다.

오픈넷은 “우리나라에는 진실한 사실의 공개도 처벌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자의 요청이 있으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게시글을 바로 삭제·차단해야 하는 임시조치 제도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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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을 통해 작성된 '별 5개 만점' 기준 리뷰 이미지 ⓒgettyimagesbank

 

임시조치는 포털 등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특정 정보에 대한 삭제 요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게시중단 등 조치를 취하는 제도다. 일례로 과거 남양유업이 자사의 ‘갑질’ 의혹 기사를 다룬 기사를 공유하거나 인용한 네이버 블로그 글들을 명예훼손으로 신고하고, 네이버가 즉각 해당 글들을 임시조치(게시중단)한 일이 있다. 온라인 상품·서비스 이용 후기를 자주 작성하는 소비자 20.9%, 거의 작성하지 않는 응답자 중에서도 4.0%가 이용후기 삭제·차단을 경험했다는 한국소비자원 연구 결과(온라인 이용후기 관련 소비자 보호방안 연구)가 올해 1월 발표되기도 했다.

오픈넷은 “악의적인 리뷰 작성 및 무리한 환불 요구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모욕죄, 협박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반면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은 전무하다”며 “따라서 악성리뷰 유통방지법보다는 임시조치 제도 폐지 내지 게시자의 복원권 보장 등 임시조치 제도 개선과 함께 진실한 리뷰를 보호하는 미국의 소비자 리뷰 공정화에 관한 법(Consumer Review Fairness Act)과 같은 제도의 도입이 훨씬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2016년 미국 상원을 통과한 이 법은 사업자가 상품·서비스에 대한 이용후기를 쓰지 못하게 하거나 작성자에게 위약금·수수료 부과, 지적재산권 포기 요구 등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동시에 회사는 기밀·개인정보, 인종·성별 등에 대한 비방적 욕설·외설적 표현이 포함된 이용후기, 상품·서비스와 관련 없는 내용, 분명한 거짓·오도된 내용에 해당하는 이용후기 등은 금지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나아가 오픈넷은 “사업자가 개입한 과장되거나 기만성이 명백한 정보에 대해서는 이미 규제들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표시광고법과 관련 지침은 과장·기만성 광고부터 대가성 이용후기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규율하고 있으며,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이라면서 “과장·기만성 정보의 유통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중복규제이며 혼선만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명백한 불법이 아닌 정보 유통을 막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사적 검열’ 및 ‘일방적 감시의무’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용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정책이 오히려 이용자의 권익을 침해하지는 않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픈넷은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악성리뷰로 인한 사업자의 피해는 최소화하면서도 진실한 이용자 후기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내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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