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조중동의 색깔공세가 늘어나고 있다. 기실 신방복합체인 조중동은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좌파 딱지’를 붙여왔다. 임기 말을 앞두고는 ‘좌파정권의 실패’로 몰아친다. 그 색깔몰이를 견제해야 마땅한 철학 교수들마저 용춤 추는 풍경은 을씨년스럽다.

“애국의 國은 대한민국… 나라 파괴한 이들 애국자라 불러선 안돼.”

조선닷컴이 지난 주말 내내 부각한 철학교수 최진석 인터뷰의 제목이다. 기사는 그를 “석학(碩學)이자 스타 철학자”로 소개했다. 기사가 전한 그의 발언은 놀랍다. “대통령이 대한민국 헌법 수호자로서 역할은 하려고 하지 않고, 대한민국 헌법을 넘어선 역할을 하려고 한다”면서“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거침없이 주장한다. 심지어 “현 집권세력이 기본적으로 북한에 민족적 정통성이 있고, 북한을 민족 이익을 수호하는 국가로 여기다 보니 한마디로 ‘종북굴중혐미반일(從北屈中嫌美反日)’로 흐르고 있”다며 “몽환적 통치 때문에 대한민국은 지금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아니라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가 되어버렸다”고 부르댄다.

▲ 8월1일 조선일보 홈페이지 “최진석 “애국의 國은 대한민국… 나라 파괴한 이들 애국자라 불러선 안돼”” 인터뷰 화면 갈무리.
▲ 8월1일 조선일보 홈페이지 “최진석 “애국의 國은 대한민국… 나라 파괴한 이들 애국자라 불러선 안돼”” 인터뷰 화면 갈무리.

과연 그러한가. 조선일보의 색깔몰이를 뺨친다. 철학교수의 주장이라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몽환적 논리’다. 조선일보가 “석학이자 스타철학자”라고 소개한 이유가 짐작된다.

기실 조선일보만도 최진석만도 아니다. ‘100세 철학자’로 조중동이 합창하듯 추어올린 김형석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왜 실패했는가” 제목의 칼럼(동아일보 7월30일)에서 원인은 “산업혁명 시대 사회주의적 경제관을 절대시하는 과오”라고 주장했다. 그는 두 달 전에도 같은 신문에 똑같은 제목 “문재인 정권은 왜 실패했는가”(5월7일)를 기고해서 “150년 전 계급투쟁의 폐습을 계승하면서 국제정세를 위한 거시경제는 외면하고 국내적인 사소한 과제에 몰입하는 동안 실패를 거듭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지난 “4년간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대한민국 전체를 오늘과 같은 중증 환자로 만들었다”고 개탄했다(7월2일).

100세가 넘은 분의 칼럼을 굳이 따따부따하고 싶지는 않다, 케케묵은 색깔몰이에 앞장서는 모습, ‘100세 철학자’를 자사의 정파적 이익에 이용하는 조중동 두루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해괴하게도 조중동이 즐겨 소개하는 철학 교수들은 ‘생각’과 ‘공부’를 강조한다. 자신도 촛불을 들었다는 최진석은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생각하는 능력”을 강조하고 다음 대통령 자격도 “인문적 능력”을 중시했다. 그가 “훨씬 더 깊고 복잡하고 존재론적인 인간의 문제”를 거론한 대목은 충격적이다. 친일청산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가 자체에 대한 기억이 없고, 국가의 보호를 받아본 기억도 없이 식민지가 된 지 이미 20년이나 흐른 시점”에서 조선일보의 ‘철학 석학’은 “나는 죽어도 간도특설대 장교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저는 노력하여 흥남시청의 농업계장이라도 하려고 했을 것 같다”라고 언죽번죽 말했다. 대체 그는 간도특설대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는 있는 걸까. 알고도 그런 말을 했으리라 믿고 싶지 않다. 틈날 때마다 공부하라고 훈계하는 그에게 그 말을 돌려주고 싶다. “노력”하여 농업계장이라도 하겠다는 말에선 그다운 ‘진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말은 일기장에나 쓸 일이다. 행여 ‘존재론적 인간 문제’라고 자부는 말기 바란다.

▲ 4월13일 중앙일보 유튜브에 업로드된 “최진석 “문재인 대통령, 남은 1년 잘못 수정할 가능성 없어”” 인터뷰 화면 갈무리
▲ 4월13일 중앙일보 유튜브에 업로드된 “최진석 “문재인 대통령, 남은 1년 잘못 수정할 가능성 없어”” 인터뷰 화면 갈무리

최진석은 앞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586집권세력’을 비판하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게 염치와 부끄러움”이고 “이걸 모르는 것 역시 ‘생각하는 능력’이 없어서”라고 꾸짖었다. 어떤가. 이쯤이면 ‘철학적 내로남불’ 아닌가.

철학이 강단의 교수들에 의해 시정의 우스개로 전락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란 가슴 아픈 일이다. 강단철학 밖에서 애면글면 철학적 고투에 몰입해온 철학자들을 떠올리면 더 그렇다. 성찰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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