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무개씨(19)는 지난달 26일 부산교육청이 특성화고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 공무원 시험 합격자 확인을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자신의 이름·수험번호와 함께 합격을 알리는 문구(“최종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성적 점수까지 떴다. 이씨는 이를 캡처해 가족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다시 홈페이지 합격자 조회창에 들어가보니 불합격으로 변경돼 있었다.이후 이씨는 교육청을 방문해 본인과 타 면접자들의 필기, 면접 평가 점수 등을 살폈다. 이씨 유가족에 따르면, 최종 합격자는 이씨보다 필기 점수가 10점 낮았을 뿐더러 면접 대상자들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였다고 한다. 10분가량의 면접으로 당락이 바뀐 것이다.

이씨는 당일 응급실에 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하루가 지난 27일, 이씨는 가족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이씨를 가족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씨는 생을 마감했다. 유가족 측은 당초 합격 소식을 홈페이지에 공고한 행정적 실수뿐 아니라 채용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씨 사연은 언론에 많이 보도됐다. “공무원 시험 탈락자에게 실수로 ‘합격 축하’ …불합격 고교생 극단 선택”, “떨어졌는데 ‘합격 축하합니다’… 공무원시험 치른 고교생 극단 선택”, “탈락했는데 ‘합격 축하’ 문구 오류···공무원 시험 불합격 고교생 극단 선택” 등이 대표적이다.

▲이씨가 확인한 부산교육청 지방공무원 최종합격 메세지. 사진출처=유가족 측 제공.
▲이씨가 확인한 부산교육청 지방공무원 최종합격 메세지. 사진출처=유가족 측 제공.

이씨 유가족은 많은 보도들이 단지 행정 실수에 기인해 이씨가 극단의 선택을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씨의 유가족 A씨는 29일 미디어오늘에 “단지 행정적 실수로 인해서가 아니라, 부산교육청에 방문했을 때 확인한 본인(이씨) 및 타 면접자들의 면접평가 점수에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면접관의 과반수인 2명이 한 면접자에게 모든 문항에 ‘상’을 부여하면서 필기점수에 관계 없이 최종 1등으로 합격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벌어진 후 아무리 필기를 잘 본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있을 수많은 공무원 면접에서 이와 같은 일들이 벌어질 것에 대한 크나큰 실망과 낙심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여러 기사 가운데 △합격창이 10분만 떠 있었다고 보도한 점 △부산교육청에 방문한 뒤 집에 돌아와 당일날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도한 점 등이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씨의 유가족 측은 이씨가 당일날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쓴 보도들에 대해 이씨가 더욱 우발적인 행동을 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씨의 유가족 측은 이씨가 당일날 교육청에서 돌아온 후 바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쓴 것처럼 보이는 보도들에 대해, 이씨의 행동이 더욱 우발적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10분 동안만 합격창이 떠 있었던 것이 아니다. 30분~1시간 동안 합격창이 떠 있었다”며 “또 당일날 바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그 다음날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씨가) 교육청을 방문한 뒤 바로 응급실에 갈 정도로 충격을 받았고, 너무나 괴로워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당일날 바로 자택에서 숨졌다는 기사는 (이씨의) 선택이 더욱 우발적으로 보이게 한다. 댓글창에도 ‘그렇게 바로 죽느냐’는 식의 상처가 되는 댓글들이 달렸다. 당일날 동생과 가족들이 함께 교육청에 문의도 하고 방문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너무 우발적으로 행동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심정을 밝혔다.

유가족은 현재 부산교육청에 △합격창이 불합격창으로 변경된 일에 대한 설명 △10분간 진행됐던 면접에 대한 감사와 해명 △과거 면접에서 필기 결과를 뒤집은 유사 사례가 있는지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A씨 설명에 따르면, 이씨가 지난달 26일 부산교육청에 방문해 합격자 필기점수를 확인한 결과, 합격자는 이씨보다 필기점수가 10점 낮았고 면접까지 올라간 5명 가운데 필기 성적이 5등이었다고 한다. 이씨의 필기점수는 합격자보다 높은 점수였지만 면접에서 점수가 더 낮아(5명 중 2등) 불합격 처리가 됐다는 것이다.

A씨는 “면접은 10분 정도 진행됐기 때문에 결과가 뒤집힌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면접 점수를 확인해보니, 면접에 들어간 심사위원이 후보자 대부분의 면접점수를 ‘중’ 위주로 줘서 성의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합격한 사람에게만 ‘상’을 여러번 줬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 시험은 어떤 선발보다 공정해야 하는데 합격자가 번복된 상황, 이후 공개된 모호한 면접 성적 처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유가족 측이 올린 청와대 청원.
▲이씨의 유가족 측이 올린 청와대 청원.

유가족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부산광역시 교육청 ‘불성실한 대응’과 공무원 채용 과정 속 ‘부실한 면접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보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해당 내용을 게시했다. 8월2일 현재 해당 청원에는 6800여명이 동의했다.

부산교육청은 지난달 28일 “26일 필기시험 성적열람사이트인 온라인채용시스템에 개인별 성적 열람자 모두에게 ‘최종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안내됐다”며 “해당 오류를 인지하고 불합격자에게 그 문구가 뜨지 않도록 조치 후 10시53분경 정상적으로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공무원 선발과 관련해 안타까운 사안이 발생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음날인 29일 김석준 교육감은 이 사건에 대한 특별감사를 지시했다.

부산교육청은 “김석준 교육감은 이번 사건 원인 규명과 제도개선 방안 등에 종합적으로 심도있는 특별감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며 “감사를 통해 지방공무원 최종 합격자 발표 과정에서 불합격자에게도 ‘합격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뜨게 된 경위를 파악하는 등 시험 관리 전반에 감사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즉각 감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김 교육감은 “지방공무원 최종합격자 발표 과정에 개인 성적 열람사이트 운용 오류가 발생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귀한 자녀를 잃은 부모님과 유족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철저한 원인 규명과 관련자 엄중문책은 물론 제도 개선책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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