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씨는 과거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싫습니다. 국민은 대통령을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편파적인 방송을 하겠습니다. 다만 그 편파에 이르는 과정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2009년 한겨레TV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오프닝)

기성 언론과 달리 ‘편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솔직함에 지지자들은 환호를 보냈다.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는 팬덤에 기반해 김씨는 최근 각종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영향력 2위로 자리매김했다.

“김어준이 민주당 당대표”(진중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오늘의 여론을 주도한다. 나꼼수 출신의 ‘B급’ 방송인은 10년이 지난 지금 정권이 믿는 ‘주류’ 방송인으로 입지를 굳혔다. 부동의 청취율 1위, 공영방송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다.

▲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TBS
▲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TBS

특히 선거 때 김씨 마이크는 주목 받는다. 김씨는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정적’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생태탕 인터뷰’로 한바탕 전투를 치렀다. 생태탕 선거라는 오명이 붙었을 정도로 선거 막판은 네거티브로 채워졌는데도 김씨는 포털 사이트가 이슈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 부동산 의혹은 “결정적 뉴스인데 보도가 안 돼 묻혔다”며 언론과 포털에 선거 패배 책임을 물은 것이다. 물론 이는 거짓말이었다. 본지는 포털 기사 랭킹과 뉴스 배열 등을 검증해 김씨 주장이 거짓임을 확인했다.

사실을 말해도 진실이 왜곡될 때가 있다. 20일 뉴스공장 방송에서 김씨는 “봉환식을 중계한 지상파가 (KBS) 한 곳밖에 없다는 게 속이 상한다”며 KBS를 제외하고는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식을 생중계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는 “방송사들이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식을) 마치 문재인 정부의 ‘프로파간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3사 가운데 KBS 1TV만 15일 오후 봉환식을 생중계한 건 사실이다. 김씨 말만 들으면 대다수 언론이 홍범도 장군을 일제히 외면한 것처럼 비치지만 MBC와 SBS는 3일 뒤인 18일 오전 홍범도 유해 안장식을 생중계했다. 지상파 방송의 홍범도 유해 안장식 생중계는 그가 말하지 않은 사실이다. 사실의 취사 선택이다.  

특히 MBC는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홍범도 장군 기사를 24건 보도했다. “지상파 방송은 홍범도 이슈를 외면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홍범도 유해 봉환식을 정부의 프로파간다처럼 받아들인다”는 주장보다는 진실에 부합할 것이다.

김씨는 또 “4년에 한 번 있는 올림픽에서 우리 경기가 있으면 모든 지상파가 똑같은 장면을 중계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지만, 지상파 3사가 일제히 동일한 경기를 동시 중계하는 관행에는 늘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이날 김씨 방송만 듣는 청취자는 또 언론에 절망했을 것이다. ‘78년 만에 귀국한 독립운동가 유해마저 외면하는 기레기들….’ 언론은 보도를 하고도 욕을 먹는다. 언론 불신은 이렇게 커진다. 기자는 뉴스공장에서 홍범도 유해 봉환식 생중계만 짚은 이유는 무엇인지, 안장식 생중계 사실은 왜 누락했는지 등 20일 김씨 생각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공영방송 진행자는 하나의 사건을 소개하더라도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반론과 소수의견은 ‘고이 모셔야 할 손님’처럼 대접해야 한다. 유튜버들과 다른 점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나 정경심 교수 유죄 판결을 격하게 비난할 수 있는, 즉 자기 입맛에 맞는 패널만 모아다가 판사와 검사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것은 청취자 확증 편향만 가속화할 뿐이다.

단편적 사실로 사안 전체를 설명하는 우를 범하고 있진 않은지, 음모론이나 언론 증오를 부추기진 않는지 그는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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