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무분별한 협찬 방송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가짜 회사를 만들고 수백만 원을 내고 광고성 방송을 내보내기까지의 전 과정을 심층 보도했다. 협찬 방송의 ‘시청자 기만’폐해를 줄이기 위해 협찬 고지 규정 등이 담긴 방송법 개정안이 지난해 10월 발의되었지만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뉴스타파는 24일 보도에서 “광고대행사에서 받아본 협찬 금액표는 식당 메뉴판과 비슷해 보였다. 표에는 채널과 방송 제목, 노출 시간, 협찬 금액 등의 정보가 적혀 있었다. 협찬 방송이 가능한 방송사에는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방송 채널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제작진이 선택한 SBS Biz의 ‘생생경제 정보톡톡’ 프로그램은 5분짜리로, 부가가치세 포함 660만 원에 선입금 시스템이었다. 뉴스타파는 “지상파는 4분짜리 홍보 꼭지를 내려면 1500만 원은 내야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생생경제 정보톡톡’ 작가의 제안에 뉴스타파 기자는 가짜 사례자로 방송에 출연했다. “(대본에서) 기자가 맡은 사례자는 만성피로와 근육통에 시달리다가 체리를 먹고 건강을 되찾은 사람으로 묘사돼 있었다”고 했다. 뉴스타파는 “전문가도 협찬주가 섭외해야 했다. 취재진은 가짜 전문가를 내세웠다. 가짜 전문가로 나선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는 체리가 치매에 효과가 있다, 일본과 미국 체리의 장점을 섞은 신품종이다, 산도를 낮춰서 많이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등의 검증되지 않은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협찬 방송은 지난 12일 SBS Biz ‘생생경제 정보톡톡’을 통해 전파를 탔다. 방송사 홈페이지에는 가짜회사의 온라인 매장 주소와 대표 전화번호 등 정보가 공개됐다. 뉴스타파는 “협찬주의 홍보 효과에는 충실하지만, (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방송에는 이 코너가 협찬금을 받고 제작된 코너라는 고지가 전혀 없었다”고 보도했다. 

더 큰 문제는 방송 이후였다. 뉴스타파는 “YTN 660만 원, 서울경제TV 385만 원, 채널A 770만 원. 채널번호에 따라 가격은 다르지만, 모두 (우리가) 돈만 주면 광고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스포츠서울에선 식품 분야 혁신기업으로 (가짜 회사를) 선정하겠다, 상을 받으면 기사형 광고도 내준다고 하면서 협찬금 120만 원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산업’이 된 미디어업계 협찬 시장의 민낯이다. 가짜로 개설한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방송 당일 7건의 체리 구매가 이뤄졌다.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타파가 위장 취재 사실을 알리자 SBS Biz는 지난 17일 방송에서 “가짜 농장과 사례자 그리고 전문가의 이야기를 방송함으로써 시청자에게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 인터넷 뉴스 사이트가 몇 달 전부터 허위로 사업자 등록증을 내고 대형 포털 사이트에 상점까지 개설한 후 의도적으로 제작진에게 접근했고 촬영 과정에서 그들이 사례자와 전문가를 사칭함으로써 프로그램 제작에 큰 혼선을 줬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 ‘사과 방송’에서 돈을 받고 방송을 만들었고, 그 사실을 시청자에게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 

소비자를 속이는 이 같은 기만적 방송에 방송통신위원회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현행 방송법상 SBS Biz와 같은 수십 개의 케이블 채널에게 협찬 고지는 의무가 아니다. 다만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가 재승인 조건으로 협찬고지 의무를 부여받고 있는데, 사실상 자율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한 달간 이들 7개사가 방통위에 자발적으로 신고한 협찬 고지 건수는 446건이다. 실제 방송업계에서 이뤄지는 ‘협찬’영업실태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일 SBS Biz ‘생생경제 정보톡톡’ 방송화면. 
▲지난 12일 SBS Biz ‘생생경제 정보톡톡’ 방송화면. 

 

‘소비자 기만’ 방송사 처벌 가능한 방송법 개정안은 ‘계류중’

최윤정 방통위 방송광고정책과장은 통화에서 뉴스타파 보도를 봤다고 전하며 “허위사실 방송과 관련해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검토해야 하고, 방통위로선 현재 협찬고지 의무 관련 방송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라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협찬의 법적 근거를 신설하고 협찬과 협찬 고지의 허용범위 및 필수적 협찬 고지 사항을 명시한 방송법 개정안을 지난해 10월 국회에 발의했다.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은 “방송사들이 특정 기업들로부터 협찬을 받고도 (안 받은 것처럼) 속이는 건 없어져야 한다.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의하면 방송프로그램에서 협찬주가 판매하는 상품과 관련된 기능·효과·효능을 다루는 경우 반드시 협찬 고지 하도록 의무화했으며, 방송사업자는 수입내역을 포함한 협찬자료를 보관해야 하고, 방통위는 이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협찬 또는 협찬 고지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방송사업자에 대해서는 최대 5000만 원 이하 과징금 부과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이 협찬 관련 모니터링 및 방송사업자 불공정행위 실태 파악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최윤정 과장은 “법이 개정되면 협찬고지 규칙도 개정할 예정이다. 협찬 고지 시간도 시청자가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지 않게 적어도 3초에서 5초 정도 내보내도록 하고 고지 시점도 (상품의) 효능효과가 등장할 때 하게끔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현재 이 같은 생활정보프로그램과 홈쇼핑과의 연계편성 실태도 지속적으로 조사 중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소비자들에게 광고보다 더한 신뢰를 주는 프로그램에서 광고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홈쇼핑) 연계편성은 이른바 허위과장 광고보다 더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하며 “연계편성문제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8월27일 오후 YTN 입장 등 추가)

뉴스타파 보도 이후 YTN은 “(뉴스타파 보도에서 언급되는) ‘비즈 코리아’는 YTN이 아니라 관계 채널인 YTN2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이며, 뉴스타파에 전화를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가 YTN을 사칭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홍보대행사가 YTN을 사칭해 일종의 사기 행각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A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뉴스타파에 ‘비즈 코리아’ 협찬 방송에 대한 상세한 제안서와 구체적인 금액 등을 이메일로 보냈다. 뉴스타파는 “A홍보대행사 관계자는 YTN을 사칭했느냐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하고 있지 않다”고 추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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