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이면, 가해자들의 이 지독한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간절히 기도하고 원합니다.” (9월2일 새벽 반민정씨가 SNS에 올린 글)

강제추행 가해자 조덕제(본명 조득제)씨가 피해자 반민정씨에 대한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 및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일 항소심에서 11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선고기일이었던 이날도 반민정씨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2015년 조씨의 성범죄 이후 반씨의 삶은 송두리째 달라졌다. 이번 재판은 성범죄 유죄가 인정된 이후에도 계속된 조씨의 심각한 2차 가해때문이었다. 물론 언론도, ‘2차 가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반민정씨는 2018년 12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법원에서 강제추행 유죄판결이 난 범죄자의 말을 언론이 그대로 받아서 보도하는 행위 자체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조덕제는 성범죄자다. 이 사람이 말하는 건 거짓말이다. 제발 좀 이 범죄자가 거짓말하는 걸 받아쓰기 안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하며 “법원 판결은 끝났지만 오히려 언론으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괴로운 심경을 털어놓았다. 

2일 항소심 선고 직후 의정부지법 근처 카페에서 반민정씨를 만났다. 이날도 반씨는 판결 보도가 사실과 다르게 나가 직접 언론사에 전화를 걸며 정정 보도를 요청해야 했다. 항소심 판결에서 허위사실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주장 가운데 일부가 1심과 다르게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수정되었는데, 언론이 이를 두고 일부 명예훼손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다고 잘못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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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데일리’ 허위 보도 모음. 디자인=이우림. 

반민정씨는 심각한 언론보도 피해자다. 배우였던 이재포씨와 그의 매니저 김○○씨는 2016년 ‘코리아데일리’라는 인터넷신문에 입사해 “백종원 상대로 돈 갈취한 미모의 여자 톱스타”, “백종원 식당 여배우 ‘혼절했다’ 병원서도 돈 받아 ‘경찰 수사 착수’”, “TV소설 ‘저하늘에 태양이’ 미모의 메인 여배우 만행사건”과 같은 제목의 허위 기사를 출고했다. 해당 기사는 조덕제씨와 반민정씨 간 강제추행 재판에서 반씨의 진술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증거로 사용되었으며, 실제로 1심에선 조씨가 승소했다. 

이후 검찰 수사에서 이재포씨와 김○○씨는 코리아데일리 입사 전부터 조덕제씨 부부와 만나 조씨의 강제추행 재판 대응을 공동모의 했다고 자백했다. 이들은 강제추행 재판에서 가해자 조씨를 공갈·협박 피해자로 둔갑시키고자 조직적으로 언론을 이용했다. 그 결과 이재포씨는 징역1년6개월, 김○○은 징역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했다. 코리아데일리는 관련 기사를 모두 삭제하고 폐업 신고했다. 

이후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가 반씨의 사건을 맡아 가해자의 허위주장을 바탕으로 작성되었거나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언론 보도에 대한 공익소송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헤럴드경제는 무려 93건의 기사를 삭제했다. 반씨는 코리아데일리를 상대로는 민사소송을 진행하지 않았다. “코리아데일리 대표의 사과가 진심으로 느껴졌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배우 반민정씨. ⓒ반민정 인스타그램
▲배우 반민정씨. ⓒ반민정 인스타그램

반민정씨는 “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반씨는 “정치는 잘 모른다. (정치권이) 다툰다고 하는데, 일반인 입장에서, 배우 입장에서 보면 언론에서 나오는 하나하나의 기사들이 일하는 것이나 앞으로 살아가는 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반씨는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해도 손해배상은 너무 한정적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5년 넘게 당했던 언론피해를 배상받을 수는 없다. 명예는 회복되지 않는다. 허위사실 유포는 너무 빠르고 광범위하다. 그걸 삭제해보려고 ‘인터넷 장의사’에도 의뢰해봤는데 가격이 너무 비쌌다. 결국 오보 피해자들에게는 아예 손을 놓게 되는 순간이 온다”고 전했다. 

반민정씨는 언론중재법이 개정되면 “조금 더, 한 번 더, 사실을 확인하고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신중해질 것 같다. 기자님들이 쓴 글에 대해 더 책임감을 가질 것 같다”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신중하게 사실을 보도하라는 게 이 법의 의미인데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반씨는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강제추행 관련 사건) 기사의 문제를 인정하고 수정‧삭제하거나 사과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언론사도 여전히 있다”고 전한 뒤 “1심에서 손해배상 300만 원과 기사삭제 판결이 나와도 항소하는 언론사가 있고 문제의 기사는 지금도 수년째 살아있다”며 피해구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언론을 향해 “사적인 친분관계 때문에, 클릭 수 때문에 기사를 쓰는 게 아니었음 좋겠다”고 강조했다. 

반민정씨측 소속사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캐스팅 제안이 온 다음 (캐스팅이) 보류되는 상황이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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