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부친이 17년전 제주도의 밭을 사들였으나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해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다. 이준석 대표는 “송구하다”면서도 유학중인 시절이라 잘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에 민주당은 몰랐다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며 윤희숙 의원 사퇴 때 흘린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었다는 비판을 되새기라고 지적했다.

이 의혹을 제기한 곳은 SBS다. SBS는 지난 3일 저녁 메인뉴스 ‘이준석 부친 밭 가보니…“17년째 농사 안 지어”’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아버지가 17년째 밭을 가지고 있는 제주도 땅에서 실제 농사는 짓지 않아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SBS는 기자가 지난달 30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2,023㎡ 규모의 땅을 찾아간 현장을 보여주면서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땅 주인은 이모씨. 땅의 용도는 밭, 그러니까 농지로 확인된다”고 방송했다. SBS는 “잘 정비된 이 땅과 달리 이씨가 소유한 밭은 한동안 관리하지 않은 듯 이렇게 잡목만 무성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런데 SBS는 “취재진이 철수한 다음 날, 방치돼 있던 해당 농지에서 중장비 작업이 시작됐다고 이웃 주민이 전해 왔다”며 이씨 소유 땅에 이틀 만에 다시 한번 와보니 이 빽빽했던 잡목이 모두 제거됐고, 평탄작업이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작업을 두고 다른 주민은 “서울에 사는 땅 주인 이 씨의 제주 지인이 의뢰한 걸로 안다”고 말한다고 SBS는 전했다. 또한 공진중개사 사무실에서는 이씨가 이 농지를 지난주 매물로 내놨다면서 “(3.3㎡당) 120(만 원)인가. 7억3000만원. 대충 7억이 넘는다”고 했다.

취재 결과 이 땅의 주인인 이씨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부친으로 확인됐다고 SBS는 방송했다.

이씨는 SBS에 “농지 매입 시점은 2004년 1월, 취재진이 만난 이 씨는 제주서 온천 사업을 하던 고교 동창의 추천으로 해당 농지를 1억 6천만 원에 구매했고, 은퇴 후 전원주택을 지을 목적으로 그동안 보유하고 있었다”며 지난 17년간 직접 농사를 지은 적도 위탁 영농을 한 적도 없다고 인정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SBS를 보면, 이씨는 육성 인터뷰에서 “농사는 못 지었다. 사실은 돈만 (친구한테) 보내고 웬만한 서류(농지취득자격증명 등)는 다 법무사 이런 데 통해서 다 했다”며 “경작하는 것도 ‘(구매)하고 난 뒤에 바로 해야 한다?’ 그렇게 내가 인식을 못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BS가 지난 3일 방송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부친 농지법 위반 뉴스. 사진=SBS 뉴스 갈무리
▲SBS가 지난 3일 방송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부친 농지법 위반 뉴스. 사진=SBS 뉴스 갈무리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SBS 기사 관련 입장’을 내어 “SBS에서 보도한 부친의 부동산 매매는 만 18세인 2004년에 이뤄졌으며 당시 미국 유학 중이었고 그 후에도 인지하지 못했다”며 “취득사실 등에 대해서 SBS의 취재 이후 부모에게 들어 알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농지법 위반 소지등에 대해서는 가족을 대신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결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 및 가족 12명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이준석 대표는 12명 가운데 6명에게 탈당 등을 권고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도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자 의원직 사퇴와 함께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는등 파문을 일으켰다.

김진욱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4일 오전 서면브리핑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님, 부친의 농지법 위반을 몰랐다고 어물쩡 넘어갈 일이 아니다”며 “이 대표가 부친의 농지 소유 사실을 몰랐다고 어물쩡 사과하고 넘어갈 만큼 이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 대표가 원외인사라 이번 권익위 조사 대상은 아니었지만 사회적으로 정치권의 부동산 투기가 문제가 됐던 만큼 이 대표 역시 집안의 부동산 소유 등을 자체 점검했어야 한다”며 “이를 하지 않은 것은 너무 무감각했다고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농지법 위반에 유독 관대했던 것이 혹시 동병상련의 심정 때문이냐”며 “이 대표가 윤희숙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만류하며 흘린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라는 세간의 비판의 의미를 새기기 바라며, 이 대표가 국민의힘 부동산 투기 의혹자들에 대해 어떤 후속조치를 취하는지 국민과 함께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SBS가 지난 3일 방송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부친 농지법 위반 뉴스. 사진=SBS 뉴스 갈무리
▲SBS가 지난 3일 방송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부친 농지법 위반 뉴스. 사진=SBS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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