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검찰청 간부가 검찰 출신인 김웅 당시 국민의힘 후보자(현 국회의원)에게 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다. 현재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있었다는 점에서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으로 불리는 사안이다. 관련 조사,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4일 주요 신문들도 이 의혹에 집중했다.

2일 온라인매체 ‘뉴스버스’가 의혹을 최초 보도한 이 사안은 조만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에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대검찰청 감찰부가 진상조사에 나섰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돌아오는 월요일(6일) 긴급현안질의를 예고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이번 사안을 부인하면서 ‘검언유착’ 의혹으로 불린 ‘채널A 사건’을 거론했다. 국민일보는 “尹, ‘고발사주’ 의혹 정면돌파 “증거 대봐라”…채널A 사건도 거론”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 주장을 전했다. 윤 전 총장이 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검언유착’으로 해서 총선을 앞두고 그렇게 하더니 1년 넘게 재판을 해서 드러난 게 무엇인가. 선거를 위한 정치공작으로 드러나지 않았는가”라고 목소리 높였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국민이 바라는 고발은 고발장이든 고소장이든 아무리 들어와도 캐비닛에 넣어놓고, 정치공작에 나서는 일은 최우선으로 하는 걸 보니까 제가 몸담았던 조직이지만 안쓰럽다”고 검찰과 선을 긋기도 했다.

▲9월4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9월4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경향신문 사설(‘고발 사주 의혹’, 각 주체는 신속한 진상규명에 전력을)은 이런 윤 전 총장의 태도를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공인 중의 공인”임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아직까지 인터넷언론 뉴스버스의 보도가 사실인지, 윤 전 총장의 해명이 사실인지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윤 전 총장은) 여권의 정치공작이라는 말로 얼버무릴 것이 아니라,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가능한 한 솔직하고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 그리고 주권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손준성 검사도 검찰의 진상조사에 성실하게 임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의 경우 현 상황을 “여권과 윤 전 총장 측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윤석열 측근 ‘고발 청부’ 논란 철저히 진상 밝혀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신문은 “손 검사가 고발장을 작성하고 관련 자료와 함께 전달했다는 것이 사실인지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라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진상 조사에 나선 법무부와 검찰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 국민의힘에서도 홍준표 유승민 최재형 등 대선 주자들이 윤 전 총장을 향해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면서 “국민의힘도 자체 조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 사설(‘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진상규명이 먼저다)은 의혹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섣부른 예단도 금물이다” “정치권은 과도한 정치적 공방을 자제하고 조사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공방 진화에 중점을 뒀다.

▲9월4일 국민일보 3면 기사
▲9월4일 국민일보 3면 기사

한편 이번 사안을 두고 여야의 언론중재법 관련 입장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해석이다. 경향신문은 “‘고발 사주 의혹’ 보도에 언론중재법 논리 뒤집는 여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언론중재법 논의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 보도를 강조한 여권은 윤 전 총장 의혹의 신속 보도를 강조했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언론재갈법’이라 비판한 윤 전 총장 측은 의혹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실제 민주당과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대표는 2일 “이런 충격적인 기사를 메이저 언론에서 왜 안 쓰는지 알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되레 이 발언은 “합리적 근거에 기초한 보도라도 별도의 검증 없이는 인용하지 못하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여권이 지금 상황을 통해 발견해야 한다”는 지적(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을 불렀다.

현 개정안을 ‘언론재갈법’이라 비판하는 야권이 윤 전 총장 의혹 보도에 대해선 ‘재갈 물리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있다. 윤 전 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가짜뉴스로 윤석열 후보 흠집내기를 시도하는 뉴스버스에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청와대 “유감”에도…靑출신 ‘뉴딜펀드’ 운용총괄 내정에 비판

이른바 ‘한국판 뉴딜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자리에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 내정되면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가 ‘낙하산’이라는 표현에 불쾌감을 드러낸 뒤에도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진다.

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출자로 설립된 한국성장금융은 오는 16일 주주총회에서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신임 투자운용2본부장에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전망이다. 황 전 행정관은 지난 2017~2019년 행정관을 지낸 직후 연합자산관리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 차례 낙하산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이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직 청와대 직원이 개인적으로 취업을 한 사안에 대해서 일부 언론에서는 ‘낙하산’ 이런 표현을 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 관련해서 이것은 청와대가 관여하는 인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황 전 행정관의 전문성 문제를 들어 ‘낙하산’ 논란을 비판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는 4일 사설(‘20조 뉴딜펀드’ 운용 총괄에 정치권 ‘낙하산 인사’ 안 된다)에서 “한국성장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8월에 투자운용본부를 1본부와 2본부 둘로 쪼개 2본부에서 뉴딜펀드를 총괄하게 했다. 이런 조직 개편 직후 자산 운용 분야 경력이 전혀 없는 정치권 인사를 담당 임원으로 앉히려 하니, 더욱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한국판 뉴딜펀드는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월 5개 펀드에 5000만원을 투자하며 국민들에게 참여를 권했던 펀드다. 그럼에도 황 감사를 임명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고, 그렇지 못한 낙하산 인사라면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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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4일 한겨레 사설(위)과 조선일보 사설 제목

동아일보 사설(부적격 靑행정관 출신, 20조 펀드 운용 가당찮다)은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황 전 행정관은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전략기획팀장으로 있었고 정부 출범 후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2019년 은행들이 출자한 구조조정 전문기업에 상임감사로 갈 때에도 관련 경력이 없어 낙하산 인사란 지적이 나왔다”며 “이번 인사는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출자자인 산업은행과 충분한 협의도 없이 공채가 아닌 내부 추천 방식으로 진행됐다. 청와대의 ‘자기 사람 챙기기’나 ‘정권 말 인사 대못 박기’가 아니고선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보다 원색적인 비판을 가했다. 조선일보 사설(‘금융 문외한’이 20조 펀드 책임자, 정권 말 막가파 인사 철회하라)은 황 전 행정관을 두고 “조국 민정수석 밑에서 사정 업무나 하던 사람이 최첨단 미래 산업 생태계에 대해 뭘 알겠나. 막가파식 인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현재 350개 공공기관 중 200여 곳의 기관장이 연내에 임기 만료로 교체될 예정이라고 한다. 문 정부의 캠코더(대선 캠프·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들 간에 막차 타기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며 “청년들은 취업 기회조차 없어 절망하고 있는데, 친문 인사들은 막판 이권 챙기기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표현했다.

스가 총리 떠난다, 한일관계 미칠 영향 촉각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3일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새 일본 총리가 선출될 예정이다. 차기 내각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한국일보는 “‘포스트 스가’ 명부 오르내리는 3인”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고노 다로 행정개혁장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조회장 등 3인을 유력한 차기 총재 후보자로 지목했다. 이 신문은 “누가 집권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향후 한일 관계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그대로 계승한 스가 내각 때와는 다른 변화를 맞을 전망”이라며 “실제 선거는 후보 개인의 인기뿐 아니라 당내 파벌의 선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에 영향력이 있는 아베 전 총리와 아소파의 수장인 아소 다로 부총리의 의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라 전했다.

▲9월4일 세계일보 2면 기사
▲9월4일 세계일보 2면 기사

세계일보 기사(새 총리 누가 돼도 한·일관계 개선 난망)는 “보수화하고 혐한(嫌韓)이 확대하고 있는 일본 정치지형상 누가 새 총리가 되더라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극적인 한·일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아베 전 총리가 적극 견제하는 이시바 전 간사장에 대해서도 이 신문은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정치인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비판적이다. 다만 군비 확충과 국방군 조항 신설 등 헌법 개정에 의욕적이라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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