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를 떠나는 시청자들 중 1990년대 이후 태어났거나 학력·소득이 높은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TV 외의 여러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일수록 지상파 콘텐츠를 찾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11년 이후 지상파 TV를 시청한 적이 있는 4908명의 시청 데이터를 활용해 지난달 30일 ‘지상파 TV방송 시청 고객 생존분석’ 리포트를 발간했다. 지상파TV 방송(MBC·KBS·SBS·EBS 및 계열사, 지역민방TV) 시청은 재방송을 포함한 실시간 시청에 VOD 및 다시보기를 통합했다.

2011년 이후 1인당 지상파 TV방송 시청 시간은 줄어든 반면, 유료방송채널과 종합편성채널 시청 시간은 늘고 있다. 1인당 평균 지상파 TV방송 시청 시간은 2011년 3.3시간(200.7분)에서 2020년 2.9시간(175.7분)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기타 유료방송채널은 0.2시간(13.7분)에서 0.5시간(29.0분), 종합편성채널은 처음 방영이 시작된 2012년 2.6분에서 2020년 25.6분으로 늘었다.

특히 2014년을 기점으로 지상파 TV시청을 유지하는 고객은 줄고, 이탈하는 고객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상파 TV의 유지 고객은 2014년 4903명에서 2016년 4863명으로 줄었고, 2018년엔 4762명까지 떨어졌다.

지상파 TV 시청을 이탈하는 폭은 더 가파르다. 해당 시점 이후 지상파 TV를 계속해서 시청하지 않은 고객은 2014년 2명에서 2016년 21명, 2018년 64명으로 대폭 늘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지상파 TV방송 시청 고객 생존 분석' 발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지상파 TV방송 시청 고객 생존 분석' 발췌

지상파 TV를 떠나는 이들의 특징은 저연령, 고학력, 고소득 등으로 요약된다. 연령별로 보면 1960년대 이전 출생자는 1% 이하, 1970~1980년대 출생자는 2% 후반대에 그친 이탈 비율이 1990년대 출생자의 경우 12.6%로 나타났다. 2000년대 출생자 비중은 15.6%에 달한다.

학력별로는 대학원 재학 이상이 8.7%로 가장 높다. 지상파 TV 이탈자들의 최종학력을 기준으로 중학교 졸업자는 0.6%, 고등학교 졸업자는 2.7%, 대학교 졸업자는 5.4%로 나타났다. 최종학력이 초등학교인 경우는 0%, 1930년대 이전 출생자와 같다.

이 같은 특성은 이탈자들의 소득 비중과도 일정 부분 연결되는 모양새다. 지상파 TV 이탈자 가운데 월 소득수준이 400만원~500만원 미만인 경우가 5.0%로 가장 많고, ‘없음’이 4.7%로 뒤를 이었다. 월 500만원 이상(3.3%)과 200만원~300만원 미만(3.1%)도 3%를 넘겼다.

KIDSI는 “전반적으로 월평균 소득이 높을수록 이탈 비중이 증가하는 가운데, 아예 소득이 없는 패널 집단 1546명의 이탈 비중은 4.7%(72명)로 타 소득 대비 상대적으로 크다”며 “현재 소득이 없는 집단은 2000년대에 태어난 패널의 비중이 제일 높은 집단이므로, 최근 세대일수록 더 많이 이탈하는 추세에 의한 결과”라 판단했다. 지상파 TV 이탈의 특성을 공유하는 집단이 연령, 세대라는 점이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TV화면을 앞에 둔 사람이 리모컨의 전원 버튼에 손가락을 올려둔 사진 ⓒgettyimagesbank
▲TV화면을 앞에 둔 사람이 리모컨의 전원 버튼에 손가락을 올려둔 사진 ⓒgettyimagesbank

다만 이번 연구에서 가장 큰 상관관계를 보여준 학력별 분포의 경우, 대학원 재학 이상 최종학력을 지닌 패널이 전체(4908명)의 1.4%(69명)에 그쳤다는 한계가 있다. 리포트 역시 이들의 미디어 소비 활동에 대해선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KISDI는 “오는 11월 디즈니 플러스가 정식으로 출시됨에 따라 매체 환경의 지각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향후 지상파 TV 방송 시청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지상파 3사의 전략적 방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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