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스스로도 언론사의 온라인 대응 문제의 심각성, 보다 적극적인 오보 대응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나서지 않으면 시민사회 공감을 얻기 힘들 거란 당부도 나온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신혜선(박사과정)·이영주(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현직 언론인 15명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오보 문제에 대한 기자 인식: 심층 인터뷰를 중심으로)은 한국언론학회의 한국언론학보 8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에 참여한 기자들은 연차별로 5년 차 미만 4명, 5~10년 미만 3명, 10~15년 미만 3명, 15~20년 미만 2명, 20년 이상 3명이다. 소속 매체는 뉴스통신 1명, 방송사 3명, 종합일간지 3명, 종합일간 자매주간지 1명, 종합경제지 5명, 인터넷전문지 2명(종합일간지 닷컴 자회사, 인터넷 경제지)이며 남성 8명, 여성 7명으로 구성됐다.

해당 기자들은 오보의 일차적 원인을 기자의 태도에서 찾았다. 보도 가치와 대중의 관심사를 동일시하는 접근이 문제라 보기도 했다. 7년차 종합경제지 기자 F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팩트 체크도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반대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주장까지 담아야 한다”고 밝혔다. 21년차 방송사 기자는 갈등을 확대재생산하기보다 “안 쓰는 게 더 중요한 시대”(21년차 방송사 기자 I)라 답했다.

다만 기자들은 미디어 관행과 조직이 바뀌지 않는 한 오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봤다. 특히 온라인 뉴스팀에 훈련 받지 않은 단기 인턴을 투입하는 관행, 조직 내 차별적 노동 조건을 전제로 한 ‘온라인 기사 떠맡기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종합일간지 계열 인터넷신문사 기자(0.7년차)인 H는 “오전 시간 중에 제일 많이 썼을 때가 9시부터 11시까지 12개 정도를 썼던, 거의 10분에 한 개씩 계속 출고를 했다”고 토로했다. 종합일간지 4년차 기자 M은 “훈련받은 기자들을 배치해 온라인 기사를 쓰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이크와 수첩을 손에 쥐고 무언가를 메모하는 모습 ⓒgettyimagesbank
▲마이크와 수첩을 손에 쥐고 무언가를 메모하는 모습 ⓒgettyimagesbank

온라인 기사 부문의 데스킹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도 여럿 지적됐다. 종합일간지 계열 인터넷 신문사의 1.7년차 기자인 G는 “데스크들이 너무 힘들다고 온라인 뉴스는 기자가 바로 표출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5년차 방송기자 K는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스펙트럼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데스크가 됐을 때 잘 걸러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밖에 오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지속적인 윤리 교육 △다양한 기사 형식 도입과 평가 체제 마련 △사내 대응조직 설치 △외부 미디어 환경 차원의 오보 방지 방안 등이 제안됐다.

특히 기자들 스스로 팩트체크나 오보 대응에 외부 인사 참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적으로 판단해줄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고. 독자나 교수 등 다양하게 구성해서 점검할 수 있는 위원회 같은 게 필요하다”(종합경제지 10년차 기자 E)거나 “외부 인사로 이루어진, 오보에 대해 체크하고 그거에 대해서 자정 작용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위원회 같은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뉴스통신사 3년차 기자 J)는 의견 등이다.

오보 등의 책임이 수익과 연계돼야 한다는 주장도 확인됐다. E는 “독자들이 참여하는 조직 또는 기구에서 정기적으로 오보 현황 등을 공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네이버, 카카오 뉴스 평가나 정부 광고 배정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며 “처벌에만 그칠 게 아니라 기자윤리 등 재교육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경제전문지 23년차 기자 B의 경우 한국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의 가이드라인을 미디어 평가에 반영해 수익에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B는 “언론사 내 기사수정준칙이 있는지, 기사수정준칙을 운영하기 위한 조직이 있는지, 그 조직이 잘 운영되는지를 살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협회 차원에서 평가하는 것”을 넘어 “평가 자료를 포털 제휴평가위원회 평가에 반영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보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청구 제도 도입과 관련해선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11년차 종합일간지 기자 N은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법제 아래 언론사를 포함시키면 분명 탈이 날 수 있다”며 “‘김영란법’을 만들 땐 언론사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더니 상법에서는 일반 기업으로 규정하는 건 모순적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N은 “현재도 명예훼손 소송이나 언중위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기자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해, 배상제도 개정은 언론 조직 전체가 아니라 기자 개인의 희생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FACT와 FAKE ⓒgettyimagesbank
▲FACT와 FAKE ⓒgettyimagesbank

다만 21년차 방송사 기자 I는 “언론에 의한 피해가 명백히 판명됐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징벌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사후 책임뿐 아니라 ‘아니면 말고’ 식인 일부 언론의 행태에 제동을 거는 예방 효과가 있으며, 이를 통해 언론의 신뢰가 높아지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징벌적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연구팀은 오보에 대한 강화된 사후 제재가 필요하다는 기자들의 공감대를 확인했다며 “이는 외부에서라도 언론 윤리를 강화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함으로써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려는 기자들의 의지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다만 “오보가 끊임없이 발생함에도 언론사가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엄격하게 자율 규제하지 않는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은 제도적 규제 위험에 대한 시민사회의 공감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 밝혔다.

나아가 온라인 기사 운용에서 드러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상업화된 언론의 민낯”과 “신문에 실리는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와 온라인 기사를 전담하는 기자간의 위계가 불러온 구조적 문제”가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수용자들은 온라인으로 기사를 접한다. 하지만 정작 미디어는 신문 기사와 온라인 기사를 차별하고 기자들의 역할도 다르게 요구한다”며 “기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지속된다면 언론사가 사회 구성원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라 꼬집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