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원전건설 중단은 중대범죄”라는 자극적 제목의 기사로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을 중단한 현 정부를 겨냥한 보도에 나섰다. 그러나 기사의 핵심 부분이 왜곡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6일자 1면 ‘美 “원전건설 중단은 중대범죄, 주민 위해 245억 내라”’ 기사에서 “2017년 중단된 미 사우스캐롤라이나 원전 사업에 대해 수사 중인 연방 검찰이 시공사였던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 컴퍼니(이하 웨스팅하우스)가 원전 건립 무산으로 피해를 입게 된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한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에 총 2125만달러(약 245억8625만원)를 내기로 검찰과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돈은 원전 건립 무산으로 저렴한 전기료 등의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해 쓰이게 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6일자 1면, 2면 기사.
▲조선일보 6일자 1면, 2면 기사.

그러면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원전 중단 포기는 당시 사업자나 시공사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원전 건립으로 주민들이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수급받을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된 것을 미 사법 당국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원전 건립 무산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협력 업체 등을 위한 배상 절차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에너지전환포럼은 6일 “연방정부 보도자료에도 나오지 않는 내용을 인위적으로 가공해 억지로 국내 원전정책 비난 논리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해당 기사를 가리켜 “사실과 전혀 다른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에너지전환포럼에 의하면 2008년 웨스팅하우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전력회사들이 추진한 서머원전(VC Summer) 건설사업은 2005년 조지 부시 美 행정부가 추진해 통과한 에너지정책법(Energy Policy Act)에 따라 2020년까지 준공되는 원전에 대해 14억달러(약 1조6200억원)의 세제 혜택을 준다는 지원정책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2016년 웨스팅하우스는 시공업체로부터 원전이 2022년 8월 이전에 준공될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미국 검찰의 보도자료. 보도자료 어디에도 ‘원전 건립 무산으로 저렴한 전기료의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해 보상에 나선다’는 내용은 없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미국 검찰의 보도자료. 보도자료 어디에도 ‘원전 건립 무산으로 저렴한 전기료의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해 보상에 나선다’는 내용은 없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 기준에 따라 공사 기간과 건설비용이 늘어난 것이 하나의 배경이었다. 그해 웨스팅하우스는 내부평가를 통해 시공업체가 전달한 공기 지연 전망을 감안해 원전을 준공할 경우 61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럼에도 웨스팅하우스는 이 같은 정보를 은폐한 채 파산보호신청 직전인 2017년 3월까지 전력회사들에게 2020년까지 원전이 준공된다며 허위 정보를 제공해 건설사업을 지속해 천문학적 손실을 입혔다. 이것이 美 연방 검찰 수사가 밝힌 핵심 혐의다. 이 때문에 웨스팅하우스의 모회사인 도시바는 전력회사들을 상대로 약 21억 달러의 손실보상금을 지불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웨스팅하우스가 저소득층 전기소비자 지원을 위해 약 2100만 달러를 제공하기로 합의한 것은 그동안 건설비용 중 약 10억 달러가 이미 전기요금에 부과되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소비자들의 손실을 상징적인 수준에서 보상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 기사는 연방 검찰의 발표자료에도 나오지 않는 ‘원전 건립 무산으로 저렴한 전기료의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해’라는 내용을 인위적으로 가공해 ‘원전=저렴한 전기료’라는 논리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미국 검찰이 ‘원전건설 중단은 중대범죄’라는 조선일보 기사 제목의 뉘앙스처럼 원전건설 중단을 중대범죄로 본 것이 아니라, 사실은 원전건설을 빨리 중단하지 않은 것에 중대범죄 혐의를 둔 것인 셈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공사 도중에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전기요금은 계속 올랐다. (원전 투자로) 전기사업자가 받은 모든 손실은 궁극적으로 전기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전하며 “빨리 건설을 중단할수록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웨스팅하우스가 2020년 이전에 준공이 안 된다는 걸 숨겼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서는 “국내 원전업계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계속 요구하는데, 이를 위해 압박용으로 쓴 것 같다”며 “원전건설 중단이 중대범죄라는 식의 왜곡 보도는 사실상 정치적 협박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조선일보는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자력 산업 분야 매출이 2년간 7조 원 가까이 감소했다”는 왜곡 보도에 나서는 등 지속적으로 현 정부 탈원전 기조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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