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선 직전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후보자에 범여권 정치인과 언론인을 고발해달라고 사주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파장을 낳고 있다.

손준성 검사로 추정되는 ‘손준성’이라는 사람이 보낸 파일이 김웅 의원의 텔레그램에 남아있는 화면과 고발장이 공개됐다. 손준성 검사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그럼 텔레그램은 뭐냐’는 의문에 아무런 답변이 없다. 김웅 의원은 고발장 작성 주체에 대해 말을 계속 바꿔 의심을 키우고 있다. 김 의원은 되레 제보자가 밝힐 문제라며 돌연 첫 보도한 뉴스버스의 취재원을 문제삼았다.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 보낸 사실 있나 없나

고발사주의혹의 핵심은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 고발해달라는 부탁이나 요청을 한 근거가 무엇이냐에 있다. 뉴스버스는 김 의원이 지난해 4월3일과 8일 미래통합당 관계자와 텔레그램 대화에 손준성 검사가 보낸 고발장과 증거자료 등이 들어있는 텔레그램 화면을 공개했다. 해당 파일엔 ‘손준성 보냄’이라고 쓰여있다. 김웅 의원은 처음 뉴스버스와 통화에서는 고발장을 자신이 작성했다고 했으나 이후 미래통합당에 넘겼다고 했다가 지난 6일엔 누구한테 전달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기사를 쓴 전혁수 뉴스버스 기자는 7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나와 “자료가 검찰에서 넘어온 건 맞다”며 “김웅 의원이 본인이 작성했다 해도 검사와 의원이 그런 얘기를 하고 법리를 검토했다는 것 자체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전 기자는 “텔레그램 메시지라는 것의 방향성이라는 게 있고, 모든 게 다 손준성 본인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걸 어떻게 역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 놀랍다”며 “이 정도 정황이 나왔으면 다음부터는 감찰과 수사의 영역”이라고 봤다. 전 기자는 조작가능성을 두고 “대화내용이 지난해 4월3일과 8일인데, 1년 전에 미리 윤 총장을 싫어하는 세력이 공작을 했다, 이건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달 30일 국회세종의사당 예정지를 방문해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캠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달 30일 국회세종의사당 예정지를 방문해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캠프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더불어민주당 고문)은 지난 6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김웅 의원이 미래통합당에 전달한 것 같다고 한 것을 들어 “시인을 한 셈”이라며 “지금(6일)은 일단 기억 안 난다 쪽으로 대응한 것 같은데 사실상 시인한 것”이라고 봤다. 유 전 의원은 “이게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 손준성 검사와 김 의원이 벌써 기자회견장에 여러 번 섰다”며 “왜 취재진 전화도 안 받고 휴가내고 저렇게 문자나 의원실을 통해 입장을 내느냐”고 추정했다. 그는 “이제 곧 밝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검사는 지난 6일 검찰 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자신이 고발장을 작성하지도 않았고,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과 첨부자료를 송부하지도 않았다며 명예훼손등 위법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법적조치 방침을 두고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은 이날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법적 대응이 들어와 봐야 아는 것”이라며 “지금 대검이 감찰을 진행 중인데 수사 등을 통해서 입증이 되리라 본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이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 겸 공보관)에게 7일 오전 전화통화 시도와 문자메시지 질의를 했으나 연결되거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 본인이 김웅 의원에 보낸 것으로 공개돼 있는 텔레그램 캡처 화면 등을 어떻게 보는지, 본인이 김 의원과 대화 또는 파일 발송한 것이 아닌지 등을 질의했다.

돌연 취재원 밝히라?

김웅 의원은 6일 입장문을 내어 “본 의혹과 관련한 자료가 진실한지, 제보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제보자 측이 밝힐 문제”라고 밝혔다. 뉴스버스의 취재원이 누구인지 겨낭한 것이다. 특히 이진동 발행인(대표기자)이 제보자를 국민의힘 쪽 인사라고 하면서 제보자 색출 경쟁도 과열되는 양상이다.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서 황보선 앵커가 7일 “제보자가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 소속은 맞느냐”고 묻자 전혁수 기자는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박재홍 앵커도 6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제보자분이 국민의힘 소속은 맞느냐”고 묻자 전 기자는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밝히고 싶지는 않은데 여기까지는 이제 오픈이 되어 있으니까 국민의힘 소속은 일단 맞다”며 “더 이상 이제 제보자 질문은 사실 좀 안 받고 싶다”고 답했다.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은 MBC 뉴스외전에 나와 ‘제보자가 야권이라고 밝혔는데, 어느 단계의 야권이냐’고 권순표 진행자가 질의하자 “그건 취재원이고. 신상이 이렇게 드러날 수있는 부분은 말씀을 많이 안 드렸는데 당시의 미래통합당 관계자, 국민의힘쪽 사람 이건 분명하다”고 답했다. 주영진 앵커도 SBS 뉴스브리핑에서 유인태 전 총장을 상대로 “제보원, 취재원도 원래 안 밝히는 게 기자로서는 그동안 해 왔던 일인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이진동 기자가 또 국민의힘 쪽이라고 먼저 자신이 또 밝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이 지난 6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MBC 갈무리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이 지난 6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MBC 갈무리

 

누가 제보한 것이냐에 대한 호기심이 있을 수 있으나 취재원을 대놓고 공개하라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이냐는 지적이다. 제보자 문제는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고발 사주를 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이 과정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알고 있었는지 등과는 거리가 있다. 설령 관계가 있다해도 취재원을 보호해야 하는 언론에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언론고발 시도 타당한가

이밖에 공개된 고발장을 보면 고발대상 11명 가운데 7명이 MBC와 뉴스타파 기사들이다. 이에 왜 언론인을 고발했는지 배경이 주목된다. 이를 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6일 성명을 내어 “오싹 소름이 끼치는 듯하다”며 “언론을 향한 윤석열 후보의 눈길에 시퍼런 서슬이 어린 성싶어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윤석열이나 배우자 김건희와 그의 어머니가 명예훼손과 손해배상 소송들로 기자 발을 채우려들까 몹시 두렵다”며 “이런 게 바로 ‘연속 보도 봉쇄 소송’이자 ‘입막음 송사’”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더불어민주당 언론중재법 개정안으로부터 같은 서슬을 본다”며 “소송으로 막아 버리거나 잠그는 짓.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국회 여야 카르텔. 우리는 ‘깡패’를 바라지 않는다”고 촉구했다.

야당 내에서도 우려

국민의힘은 뉴스버스 보도내용이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과 달리 김웅 의원의 모호한 태도로 의혹을 증폭시켰다며 조사결과 문제가 있다면 강력한 징계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입장을 내어 “논란의 당사자인 김웅 의원은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단편적 내용만 언론에 흘리는 등 모호한 처신을 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김 의원은 모든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소상하고 신속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김웅 의원에 대한 즉각적인 진상조사에 나서 하루빨리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며 “조사 결과 문제가 있다면 강력한 징계는 물론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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