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지역매체 특별심사’가 진행되면서 일부 지역 MBC들이 권역별로 뭉쳐 화력을 모으고 있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는 전국의 지역 매체 중 9곳을 최상위 단계인 ‘뉴스콘텐츠제휴’ 매체(CP사)로 선정하는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콘텐츠제휴’는 포털이 언론사의 기사를 구매하는 개념이다. 포털은 언론매체에 광고수익을 주고, 해당 매체의 기사를 자사 뉴스페이지(인링크)로 제공한다.

이번 지역매체 특별심사는 9개 권역별로 1개 매체를 선정한다는 점에서 ‘1사1도’라 불리고 있다. 권역은 △인천·경기 △강원 △세종충북 △대전충남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전북 △광주·전남 △제주 등으로 분류됐다. 그간 일반심사를 통해 CP사로 진입할 수 없었던 지역 매체들로서는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지역 MBC들 중에선 광역화를 그리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통합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른 시점에 광역화가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강원권이 발빠르게 대응한 곳으로 꼽힌다. MBC강원영동과 원주MBC, 춘천MBC는 이번 심사를 앞두고 ‘MBC뉴스강원’ 페이지를 열었다. ‘MBC뉴스강원’ 홈페이지는 강원권 뉴스를 기획·심층·단독, 분야별, 지역별, 기자별 등으로 제공하고 있다.

▲MBC 강원뉴스 페이지
▲MBC 강원뉴스 페이지

조규한 MBC강원영동 보도국장은 “영동지역에서 강원도권 기사를 보도하면 영서지역 밀착성이 아쉬웠고, 강원도 전체적으로도 춘천시, 원주시 등 단위의 세밀한 지방자치단체 이야기는 담지 못했다”며 “소지역적인 기사화에서 대지역적인 기사로 범주를 넓혀가기 위해 서로 협조하고 있다. (3사간) 공동기획을 하거나 지역 특색을 살린 부분을 내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3사의 경우 지난 30~40년간 축적해온 뉴스 영상 자료들을 서로 제공하고 활용하는 점도 강점이라 전했다.

광주·전남권의 경우 광주MBC를 중심으로 목포MBC, 여수MBC가 공동 대응하고 있다. 제평위 심사를 계기로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인터넷 뉴스를 노출하는 방식도 정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원 광주MBC 뉴스팀장은 “사람들이 뉴스를 보기 쉽고 편하게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그동안 뉴스 프로그램 시간에 방송된 기사를 인터넷에 올리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기사를 써서 보내면 바로 홈페이지에 올라가게끔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3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적 이슈를 중심으로 협업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간의 5·18민주화운동 특집 콘텐츠를 공동으로 송출하거나,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해 참사의 현장에서 공동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한 사례 등이다. 이재원 팀장은 “(CP사가 되면) 지역에서 나름대로 이슈를 끌어온 기자들이 조금 더 전국적으로 노출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권에선 대구MBC와 포항MBC, 안동MBC가 협업하고 있다. 지난 5월 제평위가 지역매체 특별심사를 공식화한 이래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대구MBC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포항과 안동의 소식을 알 수 있게끔 뉴스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대구MBC의 경우 대구·경북권 주요뉴스, 최신뉴스와 더불어 천주교 대구대교구 비리 의혹,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검증, 코로나19 현황 등의 탐사취재물을 메인 홈페이지에 앞세우고 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그래픽 디자인=이우림 기자

일각에선 여전히 제평위 심사 참여에 부정적인 분위기도 전해진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말이 심사이지 ‘9개 특설 링’을 깔아줄 테니 지역언론끼리 치고받고 싸우란 것”이라 비판한 데 이어 “이번 심사가 좋은 지역언론 만들기의 자양분이 아니라 지역언론의 ‘포털 바라기’를 가속화 한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것과 같은 취지다. 포털 중심 구조에 편승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포털 집중도가 심각한 한국 언론 지형을 고려하면 지역언론이 지나치게 과소대표되는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는 고민도 전해진다. 한 지역 MBC 관계자는 “일단 보도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읽는 게 중요하고 수익은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라며 “검색제휴로 (검색에) 걸리는 건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심사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MBC의 경우 서울 MBC 본사 등과 달리 디지털 콘텐츠를 관리하는 인력이 전무했던 상황에서 제평위 대응을 위해 새롭게 인력을 충원하거나 시스템을 만든 상황이다.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된 만큼 이를 어떻게 지속시켜나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이 관계자는 “홈페이지 개발, 콘텐츠 제작, 인원도 모두 투자”라면서 “만약 제휴심사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도 많은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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