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한 사건에서 서로 다른 고소·고발 행태를 보이는 정치인들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같은 당 소속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야기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와 유 부총리 모두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 관련한 사안을 두고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소에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민중의소리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소에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민중의소리

이낙연, 최성해 관련 발언 보도에 매체 고발

다만 대상이 다르다. 이 전 대표 고발장은 해당 발언을 다룬 인터넷 매체 ‘열린공감TV’로 향했다. 반면 유 부총리는 발언 당사자 최 전 총장를 직접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와 유 부총리 모두 열린공감TV가 유튜브를 통해 보도한 최 전 총장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 전 대표가 고발한 보도는 지난 6월22일 열린공감TV가 공개한 영상이다. 열린공감TV는 당시 “이낙연은 조국을 친 사람”이라고 발언한 최 전 동양대 총장 녹취를 공개한 바 있다.

이에 이 전 대표 측은 보좌관 명의로 같은 달 25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열린공감TV 측 인사들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고발장을 접수했다.

현재는 열린공감TV 소재지가 있는 강남경찰서로 사건이 이관된 상태다. 경찰은 피고발인에 이름을 올린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 김두일 작가, 정천수PD,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등을 상대로 피고발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전 대표 측은 형사 고발이 있기 전 ‘영상물 삭제 및 게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 측과 열린공감TV는 녹취록이 담긴 관련 영상을 삭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최 전 총장 입장문을 해당 유튜브 고정 댓글에 올리는 것으로 조율됐다.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청년특별대책 당정협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청년특별대책 당정협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유은혜 고소장은 매체 아닌 최성해로

열린공감TV 보도 내용을 토대로 한 또 다른 고소 소식이 들려온 것은 지난 6일이다. 교육부는 같은 날 출입기자단 ‘백브리핑’(공식 브리핑 이후 진행되는 질의응답)을 통해 유 부총리가 최 전 총장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열린공감TV는 지난달 30일 최 전 총장이 지인과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열린공감TV에 따르면, 해당 녹취에서 최 전 총장은 유 부총리와 친분을 과시한다. 최 전 총장은 이 같은 친분을 토대로 지난 2019년 허위 학력 관련 직권면직 처분이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 전 총장이 지인에게 2019년 10월 교육부 조사 및 직권면직 처분을 받은 사항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최 전 총장에게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 관련 소송을 추진하고, 유 부총리도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 달리 언론이 아닌 발언 당사자를 겨냥한 것이다. 발언 당사자가 아닌 언론을 고발한 이 전 대표 측 대응에 당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일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언론인 출신이 언론에 과잉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다.

추 전 장관은 “이 전 대표는 최 전 총장 발언은 놔두고 이를 보도한 매체(열린공감TV)를 고발했다. 후보는 언론인 출신인데 매체는 최 전 총장 녹취에 입각해 보도한 것”이라며 “매체를 고소하는 게 맞나. 문제의 발언을 한 최 전 총장을 고소하는 게 합당한 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이에 “그 매체(열린공감TV)는 그것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저에 대해 불명확하고 불공정한 보도를 한 바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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