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를 ‘고발 사주’ 의혹 피의자로 입건했다. 또한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 등 5곳을 압수수색 시도했고,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전달한 고발장을 받았던 이번 사건의 제보자인 조성은 전 통합당 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이 실명을 밝히고 JTBC에 출연해 공적대응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대선을 앞두고 야당 유력후보를 정치적 의도로 겨눴다며 공수처를 비판하는 한편 이번 고비를 넘지 못하면 윤 후보의 대권도전이 좌절될 것이라 경고했다. 

한편 김 의원이 손 검사에게 고발장 등을 받아 조성은 전 부위원장에게 넘긴 지난해 4월3일이라는 시점에 주목한 보도도 눈길을 끈다. 4월3일자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이 몇시간 뒤 김 의원이 전달한 고발장에도 담겨있다는 점과 함께 이후 6월에 다른 매체에서 보도한 내용이 이미 4월 고발장에 담겨있다는 점을 볼 때 제3자의 개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권 전체의 악재로 떠오른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 조선일보가 철저하게 방어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도 윤 후보 개인에 대해선 비판적인 논조를 내비쳤다.

▲ 11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 11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조선 “공수처, 대선 앞두고 야당 유력후보 겨눠”

공수처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접수한 지 사흘만인 지난 10일 ‘고발 사주’ 관련 압수수색에 나서고 윤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범여권 인사와 MBC와 뉴스타파의 언론인 등 관련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전달해 제1야당에 고발을 사주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야당 관계자들이 김 의원 사무실에 찾아가 강력 반발해 의원실 압수수색은 실패했다. 

구체적으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후보의 지시로 손 검사가 고발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수처는 윤 총장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고, 나머지 관련자들에게는 공무살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을 적용했다. 

조선일보는 11일자 1면 톱기사 제목을 “대선 앞두고…野 유력후보 겨눈 공수처”로 정하고 공수처를 비판했다. 기사에 따르면 ‘법조인들’은 “야당 유력 대선 후보를 상대로 죄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려고 압수 수색을 했다는 것은 황당한 이유”라며 “공수처가 대선 국면에 개입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정치면 톱기사 ‘이준석 “공수처가 대선 개입…추석前 성과 내려 무리수”’에서 역시 공수처가 대선에 개입한 것이며 별 근거 없이 수사에 무리수를 뒀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해당 기사에선 “흠집내기 위해 공수처가 아니면 말고 식 수사를 벌이고 있다”(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것이야말로 공수처의 정치쇼”(김재원 국민의힘 공명선거추진단장), “가정과 추측에 근거한 속전속결 입건”(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보여주기이자 망신 주기”(윤석열 예비후보), “정치공작의 마각을 드러낸 것”(윤석열 캠프 박민식 전 의원) 등의 발언을 인용했다. 

▲ 11일 조선일보 칼럼
▲ 11일 조선일보 칼럼

 

그러면서 오피니언면에선 이번 사건이 윤 후보의 대선국면의 큰 고비라며 대권 도전이 좌절될 가능성도 거론했다. “윤석열, 사느냐 죽느냐”라는 칼럼에선 “현직 검찰총장이 부하 검사를 시켜 야당에 자기 아내를 공격하는 여권 정치인과 기자를 고발하도록 작업했다는 ‘고발 사주’ 프레임이 상식적이진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고발 사주 의혹’은 가족이 아니라 윤석열 본인이 표적이란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라고 했다. 

이 신문은 “윤석열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이 고비를 넘지 못한다면 대권 도전이 좌절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해당 칼럼은 윤 후보에 대한 다른 문제점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윤 후보는 ‘586 운동권 적폐 세력의 재집권을 막겠다’는 걸 정치 투신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최근 ‘정권교체’ 열망을 충족해줄 비전과 정책이 준비돼 있는지 의문이라는 국민이 늘고 있다”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고발 사주 의혹’과는 견줄 수 없는 진짜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발 사주 의혹이 윤 후보에게 큰 위기라는 진단은 다른 신문에서도 나왔다. 한겨레 칼럼 “4·3 고발장 미스터리, 윤석열 ‘대권가도’ 직격탄 맞나”를 보면 “윤 후보 대선 가도에 먹구름을 드리우며 최대 위기 요인으로 떠올랐다”고 표현했다. 

[관련기사 : 비전 잘 보이지 않은 윤석열·최재형 비전발표회]

▲ 11일자 한겨레 오피니언면 칼럼
▲ 11일자 한겨레 오피니언면 칼럼

 

‘고발사주’ 의혹, 4월3일에 주목할 이유

한겨레 해당 칼럼을 보면 “지난해 4월3일 첫 번째 전달됐다는 검찰 고발장과 같은 날 조선일보 보도의 연관성 여부에도 눈길이 쏠린다”며 “4월3일 고발장은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와 언론인, 지아무개씨 등이 짜고서 4·15총선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를 했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어 “고발장의 핵심 근거로 같은 날 새벽 나온 조선일보 보도를 제시하고 고발장과 함께 수십장의 증거자료도 함께 전송됐다”며 “불과 몇시간 만에 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4월3일 조선일보는 채널A와 한동훈 검사장 관련 검언유착 의혹에서 제보자X로 불린 지현진씨에 대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자세하게 보도했다. 당시 지씨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내용은 김 의원이 전달한 고발장에도 담겨있다. 이를 두고 손 검사 말고 고발장과 조선일보 해당 보도 관련한 제3의 출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가능하다. 

11일자 조선일보도 해당 고발장 내용에 대한 의문을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4월3일 고발장에는 지난해 3월31일 MBC가 보도한 채널A사건의 제보자X인 지현진씨 관련해 고발장에선 “지현진은 이철과 평소 서로 알고 지내는 지인이 아니었다”고 서술했다. 그러나 MBC는 당시 지씨를 ‘이철의 지인’이라고 보도하면서 지씨가 이철씨의 대리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지씨가 이철씨와 일면식이 없다는 사실은 두달이 훌쩍 지난 같은해 6월30일 CBS노컷뉴스 기사를 통해 알려진다.

또한 조선일보는 “고발장은 또 ‘2020.4.3. 조선일보에서는 피고발인 지현진이라는 오로지 한 사람이 뉴스타파와 MBC의 전속 제보꾼이 되어 윤석열 검찰총장과 그 가족, 측근들을 비방하는 내용을 전부 다 혼자서 제보했다는 사실을 취재해 보도했다’고 서술했다”며 “하지만 4월3일자 본지 기사에는 ‘전속 제보꾼’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 역시 문제의 고발장의 출처가 조선일보 기사만이 아니라 제3의 자료일 수 있다는 문제제기다. 

조선일보와 야권에선 이번 사건이 여권의 정치공작이라는 관점에서 고발장의 출처가 조선일보 기사가 아닌 제3의 자료일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번 사건을 야권 내부의 일, 나아가 정치검찰-제1야당-보수언론의 기득권 카르텔 사이에서 벌어지던 일 가운데 발생한 균열로 보는 시각도 가능하다. 

적폐수사했던 윤석열 소환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중앙일보·동아일보 등 다른 보수성향의 매체와 비교해봐도 윤 후보에 대해 긍정적인 보도를 많이 했고, 윤 후보 관련 부정적인 이슈는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관련기사 : 위기의 윤석열, 최후의 보루는 조선일보]

최근 뉴스버스가 보도한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조선일보는 의혹 내용보다는 제보자가 누구인지에 초점을 두는 기사를 보도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야권 전체의 악재로 커진 이번 의혹에 대해 일부 언론에선 ‘윤석열 리스크’라고 부르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11일자 정치면에서 보수진영 내 검찰 윤석열 시절 최대 약점인 적폐수사를 기사제목으로 강조했다. 야권 전체를 지키기 위해 이번 의혹과 공수처의 수사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하면서 윤 후보 개인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 11일 조선일보 정치면
▲ 11일 조선일보 정치면

 

조선일보는 정치면 하단에 ‘윤석열에 “적폐수사 표현 동의하나”…진중권 등 면접관들 송곳질문’이란 기사제목에 전날 국민의힘 국민면접에서 나온 질문 내용을 뽑았다. 면접관으로 참여한 박선영 동국대 교수가 “적폐수사라는 표현에 동의하느냐”가 물었던 내용이다. 중앙일보나 동아일보는 관련 내용을 기사제목으로 뽑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활짝 웃는 홍준표 대선 예비후보’의 사진기사와 함께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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