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들이 통합뉴스룸 국장(옛 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자사 보도 편향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최장원 MBC 통합뉴스룸 국장은 기자들이 느끼는 문제 의식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26일 MBC는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통합뉴스룸 국장 중간 정책간담회’를 실시했다. 지난 2월 신임 국장으로 임명된 최장원 국장은 7개월의 소회를 밝혔다. 최장원 국장은 “7개월간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면 땀 흘리며 뛴 현장 기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잘된 점보다 아쉬운 점을 꼽고 싶은데 저 역시 소통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최장원 국장은 “우리가 가진 역량, 수준, 집단적 고민 등이 뉴스에 투영된다. 국장부터 지난해에 들어온 기자들까지 대등한 위치에서 공정 방송 의무를 수행해나가는 주체라고 생각한다. 간담회를 하고, 민실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뉴스, 신뢰 받는 뉴스를 만들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우리 뉴스에 문제가 있다면 내부에서 먼저 경고음이 울려야 한다. 아직 그런 여건이 되지 못하고 또 그런 이야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다면 책임자로서 더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사진=MBC.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사진=MBC.

‘신뢰도 및 편향성 논란’에 대해 최장원 국장은 “김경수 지사 선고 관련 기사 배치에 대한 여러분들의 문제 제기는 보도 책임자로서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 생각한다. 꼼꼼히 챙기고 기사 가치 판단을 정확히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과 현장에 있는 후배 기자들에게 당혹감을 안겼다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21일 대법원은 ‘드루킹’ 김동원씨와 공모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에게 징역 2년의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당일 TV조선과 KBS, SBS, JTBC, MBN 등 5개 방송사 저녁 메인뉴스는 김 지사의 대법원 유죄 판결 소식을 톱 리포트로 배치해 보도했다. 반면 MBC 뉴스데스크는 이 소식을 15번째, 16번째 리포트로 전했다.

이에 당시 MBC 기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에 MBC의 A기자는 “KBS나 SBS는 전부 톱 뉴스로 배치했다. 정치적으로 중요하게 다룰 만한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한 지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실위 간사는 “많은 사람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민실위 보고서를 쓸 때 중요한 이슈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지난 7월21일 MBC ‘뉴스데스크’는 15번째 리포트와 16번째 리포트에서 김경수 지사 유죄 확정 판결 소식을 다뤘다.
▲지난 7월21일 MBC ‘뉴스데스크’는 15번째 리포트와 16번째 리포트에서 김경수 지사 유죄 확정 판결 소식을 다뤘다.

실제 민실위는 지난달 17일 보고서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해당 문제 제기가 외부에서 먼저 지적됐다는 점이다. 특히 보도국의 공식 논의 기구인 편집회의에서 보도 이후 공식적으로 이에 관해 설명하거나 논의하지 않았고, 보도 당일 기사를 담당한 일선 기자부터, 팀장, 보도 책임자까지 ‘큐시트 후반부 배치는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 우리 내부의 점검 절차나 문제 의식이 무뎌진 게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편향성’ 문제 제기에 대해 최 국장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한국 언론 신뢰도가 바닥인데 우리 뉴스 비교 기준을 다른 언론사로 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모범 사례로 삼아야 할 언론사가 있다고 보나. 저는 없다고 생각한다. 보수 언론이 절대 우위에 있는 언론 시장에서 사회적 약자와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는 뉴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MBC의 B기자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블랙리스트와 윤미향 전 의원 등의 이슈가 터졌을 때 다른 사안과 달리 적극적으로 취재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줄어드는 측면이 있었다. 이런 사례들이 쌓이고 있다”고 말하자 최 국장은 “데스크의 구체적 지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보도국 분위기가 일선 기자가 느낄 만큼 편향성이 흐르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실제 현장에서 그렇게 느낀다면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하는 것도 제 역할이다. 공정한 뉴스를 만들기 위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쌓아두지 말고 말해달라”고 답했다.

MBC의 C기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의견을 보태면 윤미향 전 의원, 이용구 전 차관 등의 사건을 잘 다루지 않았다. 박원순 전 시장 사건 때는 신입사원 논술 출제로 한바탕 20대들 사이에 일련의 음모론이 돌았다. 비슷한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자, 최 국장은 “정책설명회마다 반복되는 우리 뉴스 편향성 논란에 대해 여러분이 문제 제기하는 취지를 존중한다. 보도 책임자로서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MBC 탐사보도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최 국장은 “정책간담회를 할 때마다 ‘MBC 탐사보도의 미래는 어디에 있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제가 국장이 되면서 인원을 보강하고, 스트레이트 뉴스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동성과 시의성을 갖춘 기획 취재를 시도하자고 했지만, 결과는 여러분 기대에 못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MBC 탐사보도를 위해 “의지와 열정을 가진 분들이 (탐사보도팀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기자들에게 탐사보도팀 지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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