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15년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 사업은 대장동 일대 96만8890㎡ 부지(약 29만3089평)에 5903 가구를 건설한 1조150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언론이 주목하는 건 사업에 참여해 막대한 배당 수익을 거둔 신생업체 화천대유자산관리다. 출자금 5000만원으로 사업자 공모 일주일 전 설립된 화천대유는 최근 3년 동안 577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기자 출신 설립자 김아무개씨는 2014년 7월 이 지사를 인터뷰한 인연이 있다.

15일자 언론은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을 꺼내기도 했다. 한국경제는 이날 사설에서 여·야 정치권 공방에 “흡사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둘러싼 ‘BBK·다스 실소유주 논란’이 정치권을 거세게 강타했던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민중의소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민중의소리

한국경제는 전날 이 지사 긴급 기자회견에 관해 “현직 언론인(올 3월 퇴사)이 설립한 신생회사에 대규모 개발사업을 맡기고 이 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사업구조를 짠 배경, 화천대유 설립자와 특수관계인들이 민간회사(SK증권)에 특정금전신탁 형식으로 공동 투자해 더 많은 배당을 챙길 수 있었던 배경 등은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인들과 보수언론이 근거 없는 마타도어식 네거티브, 허위사실 유포를 자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사업에 대해 “민간개발 특혜사업을 막고 5503억원을 성남시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주장했지만,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이 지사 말처럼 단군 이래 최대규모 공익환수사업에서 소수의 민간업자가 아무런 특혜나 밀실거래 없이 막대한 개발 이익을 챙기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반문한 뒤 “(기자 출신 설립자) 김씨가 회사 설립 때 동생 명의로 했다가 3년 후 바꿨고, 김씨 지인들이 증권사 신탁 수수료까지 부담하며 신분을 숨기려 한 것도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 중앙일보 15일자 사설.
▲ 중앙일보 15일자 사설.

국민일보는 “당시 사업자 선정 등의 핵심 역할을 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현재 이 지사 선거캠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일보는 15일 “공모 업무를 담당했던 유동규 당시 기획본부장은 경기관광공사 사장(차관급)에 올랐다. 유 전 사장 또한 이 지사 캠프 소속”이라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이 지사 측은 의혹 제기와 관련해 언론중재법 개정이나 징벌적 배상의 필요성을 내세웠는데, 국민을 충분히 이해시키는 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의혹이 설익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일보는 15일자 사설에서 “우선 의혹을 제기한 쪽에서 더 정확한 근거나 자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까지 나온 주장을 아무리 살펴봐도 범죄 혐의 수사에 나서기엔 부족해 보인다’는 전직 고검장의 지적처럼 모든 폭로가 정황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조사나 공수처 수사를 요구해 온 국민의힘 장기표·장성민 대선 경선 후보는 그 정도 의혹을 제기하려면 뒷받침할 만한 물증이나 관계자 증언을 공개해야 한다”며 “이런 노력 없이 비난과 주장만 반복하면 대선이 네거티브의 블랙홀로 빨려들 뿐”이라고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핵심 인물로 떠오른 전직 언론인 김씨는 기자로 재직하면서 대형 사업에 투자한 사실 등 일반인의 상식으로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을 설명해야 한다”며 “사업 시작을 앞두고 이 지사 인터뷰를 보도한 것이 우연인지도 명확히 밝혀야 논란의 증폭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경향신문 15일자 8면.
▲ 경향신문 15일자 8면.

진보언론도 대장동 개발사업에 의문을 제기한다. 경향신문은 15일 “[단독] ‘특혜의혹’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사업계획서 접수 하루 만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5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사업계획서 접수 하루 만에 선정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1조5000억원 규모 사업의 계획서들을 하루 만에 심사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화천대유가 불과 3년 사이에 거액의 수익을 내다 보니 성남시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며 “그 연장선에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지 하루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배경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화천대유는 성남의뜰 주주 중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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