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추석 연휴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19세 등급으로 심야시간에 편성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청년정의당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필요 의견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SBS 측은 언론사에서 추석 편성표를 먼저 달라고 해서 일단 나간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계속 논의 중이었고 15세 이상 관람가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청년정의당 비판에 대해선 정치권이 방송사의 고유 권한인 편성권을 침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다수 보도에 따르면 SBS는 오는 18일 오후 11시20분부터 추석 특선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편성하며 19세 미만 관람 불가 등급을 매겼다. 

SBS는 지난 2월 설 특선영화로 이 영화를 방영하면서 15세 이상 관람 등급을 매겼는데 주인공인 영국 록밴드 퀸(Queen)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동성 키스신 장면을 삭제하고 배경으로 등장하는 남성 출연자 키스신도 모자이크 처리해 “동성애를 유해한 것으로 보고 임의로 편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은 해당 장면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행위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는 지난 1일 키스 장면을 삭제·모자이크 처리한 것에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이 발생하거나 강화되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왼쪽)와 매니저 폴 프렌터가 키스하는 장면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왼쪽)와 매니저 폴 프렌터가 키스하는 장면

오승재 청년정의당 대변인은 15일 “SBS ‘보헤미안 랩소디’ 19세 미만 관람불가 및 심야 시간 편성은 성소수자 차별, 국가인권위원회가 적극 개입해야”라는 브리핑에서 “인권위 개선 필요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결정”이라며 “의견 표명 이후 보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똑같은 과오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오 대변인은 “키스는 죄가 없고 키스 장면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래 있던 장면이 편집되거나 관람가나 방영 시간 같은 방송 편성이 변경되는 경우 또한 없다”고 설명한 뒤 “SBS의 결정 근거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소수자 존재를 TV 바깥으로 내쫓으려는 SBS 결정을 규탄하며 보헤미안 랩소디의 편성 정상화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SBS 관계자는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문사들이 추석 방송 편성표를 요청해서 확정이 안 된 상태에서 드린 것”이라며 “심의팀에서 논의해서 15세 이상 관람가로 최종 결정했다”고 답했다. 

심야시간에 편성한 것에 대해 SBS 관계자는 “지난 2월 영화를 방영했기 때문에 SBS 입장에서는 재방송”이라며 “편성은 방송사 고유 권한인데 정치권에서 편성을 지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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