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기에 대해 불거진 ‘고발 사주 의혹’이 16일에도 주요 신문 지면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어 검찰 수사가 본격화댔고, 국민의힘 내에선 이번 의혹이 윤 전 총장을 비롯한 대권 주자간 공방으로 번졌다. 당내 내홍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 한편, 일부 신문은 ‘박지원 게이트’에 불을 지피는 양상이다.

검찰은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와 별개로 이번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최창민)에 배당했다. 13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이 윤석열 전 총장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소하면서다. 최 대표와 황 최고위원이 고소한 이들은 윤 전 총장과 그의 배우자 김건희씨, 한동훈 검사장과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국민의힘 소속 김웅·정점식 의원, 성명불상자(고발장 최초 작성자) 등 7명이다. 혐의는 공무상 비밀누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선거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5가지다.

한겨레(검찰 ‘고발사주’ 의혹 수사 착수…공수처와 ‘투트랙’)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수사 기관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공수처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나서고, 대검 감찰부는 ‘진상조사’에 주력하는 모습”이라며 “공수처는 김웅 의원과 손준성 검사의 휴대전화와 함께 태블릿 피시(PC)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9월1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9월1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한국일보는 향후 주도권이 중앙지검 수사에 돌아갈 거라 관측했다. “서울중앙지검도 ‘고발 사주’ 의혹 전담수사팀 꾸렸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대검 감찰부의 경우 외부인사 조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직 검사인 손준성 검사 조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도 한계가 있다. 전담수사팀이 꾸려진 것도 대선을 앞두고 신속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로써 대검, 경찰, 공수처, 검찰까지 4곳이 진상규명에 나서게 됐다. 한국일보는 “공수처 수사 대상인 직권남용 혐의는 공수처가, 검찰 수사 대상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검찰이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선 레이스를 본격화한 윤 전 총장이 이번 의혹의 정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대선 국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에선 난 데 없는 대권주자간 공방에 불이 붙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 측이 이번 의혹은 ‘제보 사주’라며 제보자인 조성은씨,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외에 홍준표 캠프 관계자가 관여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이를 두고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 중인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해석”(세계일보), “국민의힘 대선 경선의 ‘양강’인 윤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 간 집안싸움”(서울신문) 등의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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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신문은 국민의힘 스스로 내홍을 수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세계일보 사설(국민의힘 위기인데 尹·洪 지금 집안싸움 할 때인가)은 “당내 이전투구를 끝내려면 우선 윤 전 총장 측이 자제해야 한다”며 “박 원장과 조씨, 홍 의원 측이 모두 펄쩍 뛰고 있고, 윤 전 총장 측은 명확한 증거를 대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했다.

한국일보 사설(국민의힘 1차 컷오프, ‘고발 사주’ 내홍부터 수습해야)도 “이번 사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에 따라 당 전체가 연루·은폐 의혹에 휘말려들 수 있는 데도 별다른 조사도, 해명도 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냉정하게 말하면 우리가 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하는 이준석 대표가 그나마 당이 직면한 위기를 보고 있는 셈”이라 했다.

▲9월16일 한국일보 10면 기사
▲9월16일 한국일보 10면 기사

일부 신문은 이른바 ‘박지원 게이트’라는 시각에 힘을 싣고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의 5시간”이란 제목의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은 “국정원장의 5시간이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의 페이스북에 등장한다. 2월 15일 ‘어제 다섯 시간 넘게 나눴던 말씀이 생각나서 엄청 웃었네’라고 썼다”며 “조성은이 ‘핵심적 증거’라는 휴대전화 이미지 파일을 몽땅 내려받은 다음 날(8월 11일) 박지원을 만난 것은 ‘뉴스공장’ 김어준 식으로 표현하면,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안혜리의 시선’은 “박지원 국정원장, 그리고 두 번의 8월 11일”이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안 논설위원은 “조씨의 부주의한 과시욕 탓에 박 원장의 부적절한 행보가 드러났고, 그 결과 국정원의 부당 정치 개입이라는 야당의 반발을 불러왔다”며 “정권이 바뀐 후 박 원장의 미래가 보인다고 얘기하면 너무 심한 악담일까. 고(故) 김대중 대통령을 같이 모셨던 장성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말마따나 ‘(2004년 대북 불법 송금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다시 휠체어 타고 수인번호 찍힌 수의를 입고 법정과 교도소를 드나드는 불행한 일은 없어야’ 할 텐데 말이다”라고 했다.

▲9월16일 조선일보 6면 기사
▲9월16일 조선일보 6면 기사

한편 조선일보는 수사의 공정성 의문을 제기했다. “공수처에 이어 중앙지검까지 ‘고발사주’ 의혹 동시다발 수사” 제목의 기사는 “이 수사를 맡은 최창민 공공수사1부장의 아내가 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왔다”며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박범계 법무장관의 고교 후배이고, 대검 지휘 라인인 이정현 공공수사부장은 작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채널A 사건’을 지휘한 뒤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후 윤 전 총장 징계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공수처 수사에는 여당 보좌관 출신인 김숙정 검사가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사설(‘정권 호위’ ‘야당 수사’ 공수처, 이러려고 만들었을 것)에서도 조선일보는 “지금 공수처는 그 말과는 정반대로 ‘정권 호위처’이자 ‘야당 수사처’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신문 사설에서 드러난 온도차

북한이 15일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을 향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 중이자, 한국이 사상 첫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한 날이다.

경향신문 사설(한·미·일 협의·왕이 방한 중 탄도미사일 발사한 북한)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유를 무기체계 고도화 목표를 달성하려는 북한의 시간표, 미국을 향한 대화 촉구 메시지 등으로 봤다. 이 신문은 “북한이 진정 대화를 원한다면 더 이상의 도발을 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한국과 미국이 대화 카드를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을 북한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 사설(관련국들의 ‘한반도 외교’에 탄도미사일로 대응한 북한)도 “북한의 거듭된 무력시위는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행보인 동시에 유엔과 미국이 ‘제재 완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한·미가 준비 중인 인도적 지원만으로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먼저 대화의 장으로 나와 협상을 시작하지 않으면 제재 완화와 경제난 극복 또한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9월16일 경향신문 6면 기사
▲9월16일 경향신문 6면 기사

동아일보 사설(왕이 방한…北 도발 감싸는 中 한반도 훈수 자격 없다)의 경우 중국에 문제를 제기했다. 동아일보는 “북한의 명백한 도발 행위까지 대놓고 두둔하려 든다면 중국이 스스로 북핵 해결 방안으로 내세웠던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병행)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북한을 대화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해왔던 대북제재를 완화하자고 주장하는 게 중국 아닌가. 여기에 더해 북한 도발까지 감싸고도는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훈수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핵 재가동 北 탄도미사일 발사, 정부는 ‘남북 이벤트’ 궁리”란 제목의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비판을 집중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은 왕이 부장에게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이 평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 번의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의 올림픽 참가 자격을 정지시켰는데도 대선 직전 베이징에서 남북 이벤트를 벌일 생각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하면 거의 즉각적으로 정부가 ‘별일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 대선용 남북 이벤트가 물 건너갈까 우려하는 것이다. 남북 이벤트를 치적으로 내세워왔던 정권 입장이 흔들릴까 걱정하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9월16일 국민일보 1면 기사
▲9월16일 국민일보 1면 기사

한편 국민일보는 이날 피의사실 공표 금지 등의 ‘검찰 개혁’이 고위공직자 범죄 보도를 축소했다는 취지의 기획 보도를 시작했다. “檢 개혁 시행 후 고위공직자 범죄 보도 확 줄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다.

이 신문은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이 본격화된 2019년 이후 공인 범죄 실태는 ‘깜깜이’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울중앙지검의 고위 공무원 등 공인 수사 결과 보도는 최근 3년간 급감한 반면 공인 범죄를 제외한 다른 유형의 범죄 보도는 감소하지 않았다. 법무부와 검찰의 보도 제한 탓에 고위 공무원 등 권력층을 감시·견제하는 언론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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