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울시 폭설 당시 “TBS가 교통 긴급방송이 아닌 정치 방송을 했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린 이혜훈 전 국회의원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 인정돼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이를 받아쓴 일부 언론사들도 손해배상 및 정정 보도를 해야 한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TBS가 이혜훈 전 의원과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이혜훈 전 의원에게 500만 원을, 파이낸스투데이(메이벅스)와 이데일리에 각각 300만 원을 TBS에 배상하고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발단은 지난 1월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이혜훈 전 의원의 페이스북 게시글이다. 이혜훈 전 의원은 폭설 다음 날 페이스북을 통해 TBS 편성표를 제시하며 “어제 밤부터 출근길 혼란이 극에 달한 이 날 아침까지 긴급 편성돼야 마땅한 교통방송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온통 정치, 예능방송 일색”이라고 비판했다. 이혜훈 전 의원의 발언에 여러 언론사들은 이를 인용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 이혜훈 전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 이혜훈 전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그러나 TBS는 편성표에는 반영이 안 돼 있지만 당일인 1월6일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 그리고 다음날인 1월7일 새벽 5시부터 7시까지 대설 특집 방송을 긴급 편성하는 등 재난방송을 실시했다.

TBS는 구체적인 방송 현황을 공개하며 이혜훈 전 의원과 언론에 정정을 요구하는 입장을 낸 데 이어 이혜훈 전 의원과 중앙일보, 이데일리, 파이낸스투데이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혜훈 전 의원측은 “의견표명이며 사실 적시가 아니다”라며 출퇴근 시간대에는 별도의 재난방송을 하지 않았고 내용 또한 부실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 이혜훈 전 의원의 주장에 따라 TBS가 폭설에 긴급편성을 하지 않다고 전달한 보도들.
▲ 이혜훈 전 의원의 주장을 인용해 TBS가 폭설 긴급편성을 하지 않았다고 전달한 보도들.

그러나 재판부는 “적시된 내용과는 달리 원고가 기존에 편성되어있던 프로그램을 통해 기상 및 교통과 관련된 보도를 하거나 관련 특집방송을 편성해 방송한 사실”을 언급하며 “피고 이혜훈은 이 사건 게시글을 통해 원고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혜훈 전 의원에 대해 “전직 국회의원이자 당시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던 사람으로 원고측에 문의를 통해 사실관계를 쉽게 확인해볼 수 있음에도 그와 관련한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게시글의 작성 게시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정치인으로서 발언이나 게시글의 파급력이 매우 큰 만큼 발언 등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는 점”과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페이스북에 올린 점” 등을 종합해 손해배상 판결했다.

▲ 1월 7일 대설 특집 방송 종료 직전의 TBS 제작진의 모습, TBS가 7일 새벽 특집방송에 활용한 사당역 사거리 CCTV화면. 사진=TBS 제공
▲ 1월 7일 대설 특집 방송 종료 직전의 TBS 제작진의 모습, TBS가 7일 새벽 특집방송에 활용한 사당역 사거리 CCTV화면. 사진=TBS 제공

재판부는 이혜훈 전 의원의 주장을 받아 쓴 언론 가운데 사실관계를 정정하지 않은 언론에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언론사들은 인용 보도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재판부는 “제 3자의 말을 그대로 기사화한 경우라도 기사에 사실적 주장이 담겨 있는 한 정정보도 청구 대상”이라며 언론의 인용 보도 역시 사실관계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밝혔다.

그러면서 이혜훈 전 의원의 주장을 받아 쓴 이데일리와 파이낸스투데이에 대해 “아무런 취재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각 기사를 작성해 보도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즉시 반박자료를 제공하고 정정보도를 요청했음에도 다른 언론사들과 달리 아무런 수정도 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언론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황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함께 소송이 제기된 중앙일보 기사의 경우 폭설 당시 서울시 행정 전반을 비판하는 기사 내용 가운데 이혜훈 전 의원의 발언을 인용한 대목이 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중앙일보는 문제가 되는 대목이 서울시에 대한 비판 기사의 일부분에 불과한 점과 추후 TBS 요청에 따라 기사를 수정하고, 해당 대목을 삭제한 점 등을 고려해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TBS는 “수도권 공영방송인 TBS는 지난 30여 년 간 교통과 기상 등 시민의 안전을 위한 다양한 재난 정보 제공에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왜곡된 정보로 TBS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TBS 구성원들의 노력을 폄훼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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