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이 제보자 조성은씨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이름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은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검찰이 여권 인사와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야권에 건네고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검찰의 권력남용’에서 ‘박지원 게이트’로 보도 양상이 뒤바뀌며 언론은 제보자를 쫓는 모습이다. 어디까지가 ‘사실 검증’ 차원인지가 문제다. 특히 제보자에 대한 사생활 침해 보도까지 나오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제보자 검증을 무조건 ‘메신저 공격’이라며 금기시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뉴스버스 기자 “제보자 아닌 증거를 보고 한 보도”

고발사주 의혹을 가장 먼저 보도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의 보도는 지난 2일부터였다. 이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했다는 사람은 여러분들 모두 누군지 알 것”이라고 발언하자 제보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10일 제보자 조성은씨가 언론 인터뷰에 나선 직후 박지원 국정원장과 만났다는 기사가 보도됐고, 그 뒤 윤석열 캠프 측은 ‘정치 공작’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9월2일 이후 ‘고발 사주’와 관련한 기사를 검색하면 총 4747건의 보도가 나온다. 이 가운데 ‘조성은’이 함께 검색되는 보도는 626건이다. 박 원장이 언급되는 보도는 1120건이다. ‘고발 사주’로 검색되는 기사 가운데 ‘정치 공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보도도 1376건에 달했다. 보도의 4분의 1정도가 제보자와 관련된 보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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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고발 사주' 키워드 검색 후 연관어 결과. 제보자, 조성은씨, 김웅 의원, 정치공작, 박지원, 국정원장 등이 관련 연관어로 나온다. 

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한 전혁수 뉴스버스 기자는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기사는 제보자를 보고 보도한 것이 아니다. 증거를 보고 보도한 것”이라며 “(고발장을 보낸 사람이) 손준성 검사라는 증거를 먼저 확보하고 기사를 쓴 것이므로 증거를 누가 제공했느냐고 공격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기자는 “윤석열 후보 캠프는 처음에는 증거를 대라고 하더니 증거를 보도하니 이제는 ‘정치 공작’이라고 한다”며 “해당 사안에 해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프레임 씌우기로 양상이 바뀐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성은씨가 타는 차와 집에 대한 보도까지 나오는데 이는 본질과 전혀 상관없는 사생활 캐기”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사진=윤석열 캠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사진=윤석열 캠프

사생활 보도는 제보자 검증이나 사실 검증과는 무관하다. MBN의 “고발 사주 제보자 조성은, SNS에 올린 1억 원대 고급차 화제”(9월11일), “김재원 ‘세금 연체한 조성은, 고급주택에 마세라티?’”(9월13일) 같은 기사가 대표적이다.

다만 전 기자는 모든 ‘제보자 검증’이 필요없다는 입장은 아니다. 전 기자는 “예를 들어 채널A 사건의 경우 VIK(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이철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제보자 지씨가 어떤 사람인지 꼭 알았어야 했다”며 “메신저에 대한 검증이라기보다 제보자가 건네는 증거가 진실한지에 대한 체크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언론계와 정치권을 흔들었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법적 판단을 보면 제보자 지아무개씨에 대한 검증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은 이 전 기자의 취재 윤리 위반은 지적했지만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기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위를 캐기 위해 여권 인사와 가까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전 신라젠 대주주)를 회유·협박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해 여권 인사 비위를 캐려 한 것 아니냐는 게 ‘검언유착’ 의혹의 골자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지씨는 마치 피해자(이철)와 상의한 것처럼 언동을 하면서 피고인들(이동재·백승우)과 2차 만남을 갖기에 이르렀으며 2차 만남에서도 마치 피해자에게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금품제공 장부나 송금자료가 있는 것처럼 언동해 피고인들이 녹취록을 보여주기에 이른 것”이라고 밝혔다. 홍 판사는 지씨가 이 전 대표 진의를 왜곡한 채 이 전 기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본 것이다.

[관련 기사: ‘채널A 기자 무죄’ 법원 “제보자X, 유도질문 던지고 메시지도 왜곡”]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최근 다시 언급되는 2002년 ‘김대업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김대업씨는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장남이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검찰과 경찰 수사로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후 수사관 사칭, 사기, 불법 오락실 운영 등 혐의로 수차례 수감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나온 제보자, 숨으려는 제보자 사례와는 달라”

이 사건의 경우 제보자 조성은씨가 언론 인터뷰를 자처하는 등 스스로 신원을 밝혔기 때문에 여타 사례와는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종합편성채널의 한 기자는 “이번 사건 제보자 조씨는 다른 사례와는 달리 스스로 제보자임을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제보자 기사가 안나올 수 없다”며 “제보자가 적극적으로 뉴스 중심에 서고 있다. 대선 전이라는 시기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보자에 관한 보도를 하면 ‘프레임’이라고 하는데, 제보자가 뉴스에 선 이상 어떤 배경을 가진 제보자인지도 취재 사안”이라고 말했다. 

제보자 검증도 중요한 취재 사안 중 하나이며 제보자에 대한 보도를 무조건적 금기시하는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기자가 제보를 받았으면 제보자가 어떤 사람인가, 믿을 만한 사람인가 체크하는 것은 기본 사항”이라며 “제보자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제보 내용이 문제라고 볼 순 없겠지만, 제보자가 누구냐에 따라 제보 배경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제보자를 종합적으로 검증할 수 있지만 사적인 문제를 파고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심 교수는 “다만 제보자에 대한 검증을 금기시하는 것도 문제”라며 “제보자 윤지오씨의 경우 당시 제보자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면 제보자 흠집·트집잡기처럼 비쳐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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