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했다는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 발언이 논란이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윤석열 검찰의 조국 수사를 적극 지지했던 보수 유권자들은 홍 후보를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홍 후보는 지난 16일 오후 “조국 전 가족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국민들이 지금도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 사건은 제 수사 철학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치수사였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같은 날 TV조선이 주최한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홍 후보는 “조국 일가에 대해 검찰이 과잉수사를 했다”며 “조국이 사내답게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했으면 가족들은 고생 안 해도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역선택’ 논란에서 알 수 있듯, 홍 후보는 여권 지지자 지지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쏟고 있다.

▲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후보. 사진=연합뉴스
▲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후보. 사진=연합뉴스

특히 조국 수사에 관해 홍 후보는 검찰을 비판하는 입장이다. 지난 6월에도 “조국 사태 때 조국이 (하는 처신을) 보고 ‘그 새끼 사내새끼 아니다’라고 생각했다”며 “잘못했으면 자기가 (감옥에) 들어가야지 각시가 들어가느냐”고 말했다. 지난 3월 홍 후보가 검찰을 겨냥해 “정권의 사냥개”라고 비판하자 조 전 장관이 홍 후보 페이스북 글을 공유한 것도 화제였다.

16일 토론회에서도 홍 후보는 “조 전 장관이 ‘내 가족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들어갈 테니 내 가족은 건드리지 말아라’ 그렇게 얘기하고 자기가 들어갔다면 가족 전체가 들어갈 필요가 없었던 사건”이라고 입장을 고수했다.

홍 후보 발언에 국민의힘 타 후보들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조국 가족 수사는 과잉수사였다’고 한 건 실언한 것”(최재형), “그 이야기 들을 때 정말 심장이 부들부들 떨렸다”(하태경), “정경심 불법을 어떻게 봐준다는 말인가”(유승민) 등 반응이 대표적이다.

보수진영 지지자 사이에서는 ‘조국수홍’이라는 조롱성 조어까지 나왔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이 외쳤던 ‘조국 수호’에 홍 후보의 ‘홍’을 합성한 것이다. 

홍 후보는 거듭 “대선은 우리 편만 투표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편, 중도층, 호남도 모두 투표에 참가한다. 반문만으로는 정권교체가 되지 않는다”며 외연 확장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보수진영 분노를 잠재우진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조국 사태’에 반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후 강성 친문 지지자들에게 문자 폭탄 공격을 받았던 것과 쌍을 이루는 현상이다.

홍 후보 발언이 일관되지는 않는다. 홍 후보는 지난 2019년 8월 조 전 장관을 상대로 전방위적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진정한 칼잡이인지 지켜 보겠다”면서 “검사들이 칼을 뺐다. 너희들이 검사인지 샐러리맨인지 판명 날 수 있는 순간이 왔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를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그해 10월에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별장접대를 했다’는 취지의 한겨레 오보에 대해 “백골단을 동원해 조폭집단처럼 윤석열을 압박하고, 법원을 동원해서 수사를 방해하고 이제 좌파 언론도 동원하는 것을 보니 그들은 확실히 조폭 집단으로 보인다”며 당시 윤 총장을 옹호했다.

▲ 문화일보 17일자 사설.
▲ 문화일보 17일자 사설.

보수진영 분열이 커지는 가운데 문화일보는 17일자 사설에서 ‘조국 수사가 과도했다’는 홍 후보를 겨냥해 “이른바 ‘모래시계 검사’ 출신으로서 나름의 판단에 기초한 발언이겠지만, 사실을 왜곡함은 물론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며 “조국 일가와 여당의 일관된 억지였다는 점에서, 망언 또는 ‘여당과 원팀’이라는 야권 내부 반응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조 전 장관 배우자 정경심씨는 이미 표창장 위조 등 혐의로 2심에서 4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 동생도 수감됐다. 조 전 장관도 정씨 판결문에 일부 혐의를 공모한 것으로 적시됐기 때문에 유죄 판결 가능성이 크다”면서 “연루된 가족이 많을 경우, 모든 책임을 자임하는 경우 등에 한해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가족 배려’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조 전 장관 등은 수사와 재판에서 범죄 혐의 자체를 부인하며 정치적 순교자인 듯 행동하고 있다. 이러니 조 전 장관 딸도 기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한다”고 전했다.

이어 “검사 출신이고, 문재인 정권에 강하게 맞섰던 홍 후보가 이런 이치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이른바 ‘여당의 역선택’ 유도용이란 억측까지 나온다”면서 “야당 입지를 약화시키고 정치 불신만 부추긴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의 정치적 도박이 성공할지 이목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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