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 검증공방도 ‘폭로’로 시작됐다. 폭로는 역대 대선에서 선거판세를 흔든 변수였다. 역대 대선의 폭로 내용과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폭로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살펴봤다.

“대선 주자를 날릴 만한 X파일이 있다.” 역대 대선 때마다 여의도 정가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얘기이다. 언론의 후각을 자극할 얘기이지만 ‘정치공작’의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을 때도 많았다. 87년 대선 때만 해도 지역감정, 색깔론, 사생활 의혹 등이 담긴 대량의 비방유인물이 논란이 됐다. 구전홍보를 의식한 ‘아니면 말고’식 폭로였다. 그러나 90년대를 넘어서면서 폭로의 출처도 권력기관의 고급정보나 후보자 주변인물로 옮겨갔고 폭로의 파괴력을 결정하는 건 언론보도의 방향이었다.

   
  ▲ 한나라당 이회창대선후보 아들 병역 의혹을 제기한 전 의무하사관 김대업씨가 지난 2002년 8월5일 오후 서울지검에 고소인자격으로 출두해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주자, 폭로에 휘청=역대 대선에서 주요 대선 주자들은 폭로전에 골머리를 앓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92년 중부지역당 연루 의혹, 97년 오익제 전 천도교 도령 월북 연루 및 자금 유입 논란에 시달렸다. 그러나 중부지역당 관련 의혹은 입증되지 않았고 북풍으로 불렸던 오익제 사건은 안기부의 정치공작으로 결론이 났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97년 아들 병역면제 의혹과 2002년 병역비리 은폐의혹, 최규선씨 20만 달러 수수설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만 달러 수수설을 제기했던 설훈 전 민주당 의원은 명예훼손에 따른 실형을 선고받아야 했다. 병역비리 은폐 의혹을 제기했던 김대업씨도 무고 혐의 등으로 징역 1년10월을 선고받았다.

▷언론보도, 폭로 영향력 좌우=폭로 자체를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대선 후보검증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부도덕성을 폭로하는 양심선언 역할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충남 연기군수를 지낸 한준수씨가 92년 총선에서 관건 부정선거가 있었음을 폭로한 양심선언(같은해 8월)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 따라 폭로의 결과가 엉뚱하게 흐를 때도 있다. 92년 12월 국민당은 부산 초원복집에서 김영삼 민자당 후보 당선을 위한 부산지역기관장 대책회의가 열렸다면서 대화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를 공개했다.

그러나 검찰이 관권선거보다 불법녹음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언론이 이에 동조하면서 흐름은 달라졌다. 초원복집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영남표 결집으로 이어져 김 후보 당선을 도왔으며 ‘YS 언론장학생’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종유혹, 언론부담 가중=대선이 되면 정치권이나 언론 모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대선 주자 관련 폭로 보도의 경우 정황이 있더라도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거액소송에 따른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29일 이회창 후보 병역비리은폐 의혹 사건과 관련해 오마이뉴스는 3000만원, 주간지 일요시사는 2000만원을 각각 한나라당에 지급하라는 내용의 원심을 확정했다.

2002년 11월 시사저널은 이 전 총재 부인 ‘한인옥씨 10억 수수설’을 제기했으나 검찰수사 결과 ‘근거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한나라당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은 2004년 7월7일 시사저널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폭로저널리즘’ 파괴력 배경=폭로전에 있어 언론이 정파적 편향성을 드러내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특정 후보의 폭로는 부풀리고 다른 후보의 폭로는 외면하는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정치에 개입하려는 유혹에 빠질 경우 정당정치의 근간이 흔들리고 여론 역시 정상 궤도를 이탈할 수밖에 없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정당 내부에서 후보를 사전에 거르지 못하는 등 정당 정치의 합리성 투명성 부재 때문에 폭로 저널리즘이 힘을 받는 것”이라며 “정당이 자기 의무를 게을리하면서 검증의 권한을 신문재벌 등 언론 쪽에 넘겨주게 되고 폭로저널리즘이 장삿속과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