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잼버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남긴 대규모 야외 행사가 되었다. 다들 알다시피 결코 긍정적인 의미의 충격은 아니었다. 이번 잼버리는 행사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끝을 낼 때까지 좀처럼 성한 부분이 없었다. 행사가 끝난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문제의 책임이 서로에게 있음을 주장하며 진창에 빠지며 어그러진 잼버리를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하지만 동시에 잼버리를 말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지점을 고려해야 한다. 행사를 망친 책임이 어떤
2022년 말부터 서서히 퍼지고 있는 한국 영화에 대한 위기론은 주로 한국 영화의 심각하게 부진한 흥행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그 위기는 단지 영화 작품 개별에 그치지 않고 있다. 전주, 부산과 같은 대형 영화제를 비롯해 인디포럼, 원주옥상영화제 같은 작은 영화제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회복할 거라고 생각했던 영화제 역시도 무수한 위기와 한계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물론 세부적으로 따지면 영화제의 규모에 따라 논란의 성격도 달라진다. 대형 영화제에 제기되는 문제의 다수는 영화제라는 조직을
2016년 바둑기사 이세돌이 AI(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몇 차례 대국을 둘 때를 기억하시는가. 이세돌이 대국 중 한 번은 이겼지만 나머지 네 판은 모두 알파고의 승리로 끝나자, 한국에서는 AI를 비롯한 기술의 발달이 인간을 위협할 것이라는 말이 무수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AI를 비롯한 여러 기술들이 고도로 발달해서 인간이 새로운 변곡점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미래학 서적 ‘특이점이 온다’ 같은 책이 유행하기도 했다. 물론 비슷한 우려가 전이라고 없던 건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1996년 I
문화·예술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예술 영역을 파고드는 팬이라면 어느 정도 알 이야기가 있다. 한국은 비슷한 수준의 경제 기반이나 문화·예술 산업이 형성된 나라들 중에서 유난히 정부가 관할하는 심의 및 등급 제도가 많다는 점이다.출판물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산하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사후 심의를, 영화·비디오·뮤직비디오·외국인 출연 공연물은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사전 심의를, 방송·인터넷 콘텐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사후 심의를, 게임의 경우에는 PC·콘솔 게임 중 ‘청소년
문화 산업에 관심이 많으면서 ‘하이브’(HYBE)라는 이름을 모를 사람이 있을까. 본래 ‘빅히트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발한 하이브는 2005년에 처음 설립되었지만,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것은 채 10년도 되지 않는다. 하이브의 핵심 주축이자 하이브 그 자체를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시작한 것은 미니앨범 ‘화양연화’ 시리즈가 발매된 2015년부터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하이브는 10년도 안 되는 빠른 사이에 한국 문화·엔터테인먼
1990년대 만화 잡지를 즐겨 보았던 독자라면, 2000년대 한국 애니메이션을 제법 봤던 시청자였다면, 설사 둘 다 아니더라도 유튜브 등 SNS로 유포되는 각종 유행에 익숙하다면 ‘검정 고무신’이라는 작품은 결코 낯선 이름이 아닐 것이다. 스토리 작가 도래미(본명 이영일), 그림 작가 이우영이 공동으로 1992년부터 2006년까지 대원씨아이의 만화 잡지 ‘코믹 챔프’에 연재한 만화는 2020년대 현재까지도 다양한 세대들에게 고른 인지도를 지닌 하나의 스테디셀러가 되었다.1960-70년대를 배경으로 과거를 회고하는 성격의 작품이었기에
대체 누가 이런 날이 오리라 생각을 했었을까. 지난 3월8일 신카이 마코토의 새로운 작품이자, 지난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후보로 오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한국에 개봉하며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에 전례 없는 모습이 벌어지고 있다. 일찌감치 1월부터 장기간 한국 영화계를 강타하고 있는 이노우에 다케히코 원작·연출·각본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보다 일주일 빨리 개봉한 TV 에피소드의 모음집이자 선행 상영이기도 한 ‘귀멸의 칼날 :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와 더불어 박스오피스 10위권 내에
‘한국 영화’가 위기라는 말이 다시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열기가 맹렬하게 번질 무렵, 많은 영화인이나 영화 산업 관계자들은 어떻게든 코로나-19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버틴 시도들도 수두룩했다. 본래 개봉을 앞두고 있던, 2011 ‘파수꾼’으로 장편 데뷔작을 발표한 이후 오랜 시간 신작이 없던 윤성현의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승리호’나 ‘차인표’, ‘서복’ 같이 OTT로 공개의 무대를 옮긴 작품이 등장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과 MBC의 합작으로 2020년에 방송한 ‘SF8
한국 음악, 더 정확하게는 2010년대 이후 비중이나 매출의 측면에서 한국 음악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돌 음악’을 대표하는 기획사로 어떤 회사들을 들 수 있을까.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크게 네 곳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업력은 짧아도 BTS(방탄소년단)에서 시작해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 그리고 자회사 소속으로 근래 데뷔해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르세라핌과 뉴진스가 있는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설립자 본인도 꾸준히 가수로 활동하는 한편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있지(ITZY), 그리고 소니뮤직과 협력
지난 2월2일,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온라인 종합 쇼핑몰인 ‘인터파크’ 산하의 온라인 서점 ‘인터파크도서’에 공지가 올라왔다. 2월20일부터 인터파크도서 내에서 음반이나 DVD의 구입이 더 이상 불가하며, 3월1일부터는 음반/DVD 페이지의 운영도 종료한다는 공지였다. 서점은 이름대로 ‘책을 파는 가게’라는 뜻이지만, 음반이나 영상 소프트의 판매는 문방구와 더불어 서점의 중요한 판매 품목이었다. 가면 갈수록 일부 아이돌이나 팬덤이 강한 인기 가수를 제외하면 한국의 음반/DVD 판매율이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작년 12월 13일, 인기 아이돌 그룹 BTS(방탄소년단)의 멤버 ‘진’이 군에 입대했다. 이미 그 전부터 유튜브 등으로 여러 차례 그룹 활동의 비중이 줄일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왔지만, 진의 군 입대는 한동안은 BTS의 일곱 멤버가 ‘완전체’로서 함께 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임을 매우 확정적으로 알리는 순간이었다. 물론 7명 전원이 한꺼번에 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니 여전히 다양한 매체에서 BTS의 모습들을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 모든 멤버들의 모습을 몇 년 간은 한 자리에서 보지 못할 팬들의 아쉬움은 결코 작을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2월 5일,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 시상식이자 영화의 ‘아카데미 시상식’처럼 미국 밖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상식으로 여겨지는 ‘제65회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가 개최되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BTS(방탄소년단)의 수상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며 그래미 어워드 중계를 본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2021년 듀엣이나 그룹 차원에서 부른 노래에 상을 주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Best Pop Duo/Group Performance)의 후보가 되며 한국 아이돌 그룹 최초로 그래미 어워
소위 사람을 웃길 수 있는 가장 원초적 코미디는 ‘몸개그’라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현대 코미디가 본격적으로 발달한지 100년 가량의 시간이 흐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슬랩스틱 코미디’는 여전히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인간의 신체는 때로는 말 한마디 보다 큰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코미디가 아닌 다른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각국을 막론하고 방송 산업이 형성되던 초창기부터 2023년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운동’과 ‘신체’를 소재로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다. 인간은 도구가 없던 때에도 생존을
지난 1월 3일, 한 편의 보고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사를 진행한 주체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다. 2003년에 출범한 이 연구소는 근육통이나 허리, 어깨 통증을 비롯하여 다수의 현장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시달리는 ‘근골격계 작업병’ 투쟁 참여를 시작으로 다양한 노동 현장의 안전보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와 조사를 수행했던 기관이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방송 노동 현장 같이 일반적인 제조업과는 거리가 멀지만, 지속적으로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노동 영역에 대한 조사를 시행했던 곳이기도 하다.그
흔히들 설날을 비롯한 명절에는 최대한 가족이나 친척, 아니면 이웃끼리 덕담을 나누라는 말이 있다. 고단한 생활 속에서 설날 같은 명절만이라도 우울하거나 힘든 이야기를 말하는 대신, 화목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자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그러기는 참 쉽지 않다. 명절 때마다 친척끼리 모인 자리에서 사소한 말다툼이 크게 번지는 일이 적지 않은 것처럼, 365일 중에 단 하루라도 좋은 것만 말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한국 문화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러 작품들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다시 어떤 작품은 해외에서 상까지 받아오는 일이 계
※작품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지난 4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이 심상치가 않다. 개봉 이전 10년 넘는 공백 끝에 개봉한 제임스 카메란의 신작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 : 물의 길’과 동명의 유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윤제균의 JK필름과 CJ ENM이 합작한 ‘영웅’이 다투던 극장가에 또 다른 거센 물결이 일어났다. 계속 1위를 ‘아바타 : 물의 길’이 차지하는 가운데 ‘영웅’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거센 대결을 벌이고 있는 국면이 벌어지고 있다. 1월 11일 현재로서는 ‘영
한 해의 끝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지난 12월 30일, 쇼미더머니 시리즈의 최신 시즌인 ‘쇼미더머니 11’이 결승전을 방영하며 마무리되었다. 시즌 11의 우승을 차지한 래퍼 ‘이영지’는 역대 쇼미더머니 시리즈 중 사상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여성 래퍼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2019년 엠넷의 고등학생 연령대의 래퍼를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 시즌 3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영지는 다시 3년 만에 엠넷에서 기획한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엠넷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의 메인을 차지하는 프로그램에서 우승의 영광을 누리게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이지만, 한동안 한국 관광을 독려하는 캠페인 문구로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가 사용된 적이 있었다. 10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빠르게 개발과 발전, 성장을 일구어낸 한국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었으리라. 그러나 ‘다이나믹’하다는 것은, 다시 말해 ‘역동적’인 상황은 결코 긍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로는 분명한 기준과 원칙을 확립하거나 다질 시간을 만들지 못하고,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 따라가기 바쁠 수도 있음을 넌지시 드러내는 모습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에서 가까스로 회복하기 시작한 2022년 연말, 두 개의 대중음악 시상식이 각각 개최되었다. 하나는 지난 11월 29일부터 30일까지 CJ ENM 차원에서 개최한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이하 MAMA), 다른 하나는 12월13일 스타뉴스에서 주최한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이하 AAA)이다. 특히 MAMA에 대한 주목이 컸다. 영화, 방송은 물론 음악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CJ ENM 차원에서 개최하는 시상식이자, 골든디스크나 서울가요대상과 같이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한국을 일컫는 수식 중에 ‘IT 강국’이라는 호칭이 존재한다. 본래 ‘IT 강국’이라는 표현이 처음 붙기 시작한 것은 빠른 속도로 보급된 ‘초고속 인터넷망’ 덕분이었다. 대다수의 국가들이 전화용 회선과 병행으로 사용하던 모뎀 기반의 PC통신을 개량하는 ISDN 규격으로 이행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ISDN 규격을 거의 뛰어넘다 시피하며 빠르게 ASDL-VDSL 규격을 거쳐 흔히 ‘광랜’이라고도 부르는 FTTx 규격의 인터넷 서비스를 상당히 이른 시기에 실시하게 되었다.자연스럽게 인터넷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