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안에서 출판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오랜만에 소설 한 편을 읽게 되었다. 라는 조선시대 여왕의 이야기인데, 착하고 곱게 자란 공주가 왕위를 물려받은 후 희대의 폭군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이 소설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악(惡)의 평범성’이었다. 폭군이나 독재자는 본래 성품이 포악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 사람들에게 참으로 묘한 말버릇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 이외의 지역은 모두 ‘지방’이라 통칭하는 버릇이다. 부산에 출장을 가면서 ‘지방 출장 간다’ 하고, 창원에 와서 현지 사람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전화가 걸려오면 ‘응, 지금 지방에 와 있어’라고 대답한다.서울도 수많은 지역
지난 2007년 내가 편집국 자치행정부장을 하고 있을 때였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우리 신문에 이런 제안을 해왔다. 500만 원을 취재협찬금으로 줄 테니 자신들의 주문대로 특집기획기사를 신문에 실어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다른 신문들에도 그렇게 하여 기사가 실렸으니 ○○일보 몇 일자 몇 면을 참고하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황당했다. 이건 국
지난 8월11일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이하: 정비방안)을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의결했다. 지자체가 시행중인 자체 사회보장사업 5891개 사업 가운데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중복성이 있는 사업을 정비하겠다는 내용이다.언뜻 보면 나쁘지 않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의를 통해 대상자와 보장수준에 대한 협의및 조정을 한다면
“변화와 창조는 중심부가 아닌 변방에서 이루어진다. 중심부는 기존의 가치를 지키는 보루일 뿐 창조 공간이 못 된다.”요즘 내가 종종 인용하는 신영복 선생의 말이다. 그런데 과연 대한민국에서도 변방이 창조 공간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에 머물고 있는 ‘2할 자치’에선 가능성조차 없다.
감히 소리 내어 민주주의를 외치기도 어렵던 때가 있었습니다. 서슬 퍼렇던 독재정권 시절 ‘말 많으면 빨갱이’라는 농담 같은 진담이 있었고, ‘보도지침’이라는 언론통제는 말 할 것도 없었지요. 모든 정치적 의사표현의 수단을 박탈당한 시민들이 ‘거리의 정치’에 나선 때 가장 처음 마주한 것이 바로
지난 9월3일,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실과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등은 이른바 ‘불효자식 방지법’을 발의하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의 제목은 “세대 간 연대를 위한, ‘불효자식방지법’ 발의 기자회견 -더 많이 ‘효도’ 하면, ‘노인 빈곤’이
인터넷신문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별로 좋지 않다. 워낙 많기도 하지만(2014년 말 기준 5950개), 그로 인한 민폐·관폐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 지방자치단체의 홍보실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하루 방문자 100~200명밖에 안 되는 인터넷신문들도 광고 달라고 찾아와서 아주 미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10
그저 살아내기에도 가혹하게 고단한 세상, 힘없는 이들에게는 억울한 일 넘치는 시절이다. 어렴풋이 희망을 기대하며 마음 눅여 버텨내다가 더 이상 견뎌낼 수 없으면, 그 때는 맞서 싸운다. 아니 싸울 수밖에 없다.하지만 있는 힘을 다해 대항 해본들 시작부터 가진 힘이 서로 다른데 쉬이 바라는 결과를 얻어낼 리 만무하다. 그 마지막에 바지가랑이 붙잡고 매달리는
최근 각 초중고등학교의 교문에는 ‘더 많은 분들에게 교육급여를 지원해드립니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주민 센터 인근과 골목에는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하라는 포스터가 붙고, 새로운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다는 뉴스는 오랫동안 전파를 탔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생소한 이들도 새 제도가 시행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외주민주주의 시대, 여론조사 및 데이터 분석보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 필자는 본지 4월 25일자로 칼럼을 통해 “정치적 조정과 제도적 절차를 통해 풀어야 할 의사결정이 민의를 수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여론조사에 대체되는 상황”을 “외주민주주의”로 정의한 바 있다(외주 민주주의의 한계… 민
우리나라 교과서는 한국전쟁 전후 국군과 경찰의 민간인학살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나 나치의 유태인학살이나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는 가르친다. 적어도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그랬다.기자가 된 후 우리나라에도 그런 세계적인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에 버금가는 국가범죄가 있었다는 사실을 취재하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그런 엄청난 사
벌써 1년이 지났다. 765kv 초고압송전탑을 두고 10년을 지속해 온 밀양의 싸움은 작년 이맘때 강행된 폭력적인 행정대집행으로 결론이 났다. 그리고 지금 밀양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이미 진 싸움 아니냐고, 지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고 되묻는다.과연 싸움은 끝났고, 밀양은 패배한 것일까?밀양 할매들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 오늘도 싸움을 살아내고
메르스의 공포가 한국사회를 휩쓸고 지나갔다. 아직 ‘지나갔다’고 할 수 없으나 공포의 수준은 6월 초반에 비해 상당히 완화되었다. 메르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던 시기 나는 두 번의 꿈을 꾸었는데, 한 번은 쪽방지역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지역 전체가 격리된 채 펜스가 쳐지는 꿈이었고 또 다른 한번은 노숙 지역에 하얀 방
임기 반환점 돈 정부의 통일정책 평가통일대박론 모멘텀 약화, 대박론지지 줄고, 통일신중론 여전박근혜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아 후반전을 시작하고 있다. 전반기 국정운영을 내실 있게 평가하고 후반기 국정구상을 본격적으로 펼쳐 나가야할 때다. 국회개혁안을 둘러싼 당청 갈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로 인해 후반기 국정비전과 전략에 대한 점검과 정비가 간과되는 것은 아
김영인 아시아투데이 전 논설위원이 쓴 (지식공방)라는 책을 봤다. 제목 그대로 기자들이 받아먹거나 뜯어먹는 추악한 촌지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이다. 지방 출장과 해외 취재를 빙자한 호화 술판과 성매매에 이르기까지 인간이길 포기한 기자(棄者)의 적나라한 맨살을 드러낸다.기자의 이런 고백이나 고발은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김 전 위원이 일선에서
안그래도 팍팍한 일상에 뜨거운 전염병 메르스까지 덮쳐 사람들의 뼛속까지 공포와 무기력이 녹아내린다. 누구랄 것 없이 고단한 시절이지만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 대인관계·내집마련까지 포기한 5포세대, 급기야 ‘꿈과 희망’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7포세대 청년들은 누구보다 새로운 사회가 간절
얼마 전 갓난아이를 살해하고 택배로 가족에게 보낸 여성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그냥 엽기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했으나 후속 보도를 보니 착잡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은 만삭까지 식당 일을 했지만 고시텔 월세 25만원을 내지 못할 만큼 어려웠다고 한다. 혼자 고시텔 안에서 아이를 낳고 6일간 아이와 함께 지내던 이 여성은 우는 아이의 입을 막다 목을 졸라 살
한일수교 50주년, 양국 국민감정 최악 지난 주 필자는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 비영리단체 언론NPO가 공동으로 3년 째 조사한 한일 양국국민의 상호인식조사를 발표하는 내외신 기자회견 방문차 도쿄를 방문했다. 민간기관의 발표임에도 불구하고 한일수교 50주년이라는 상징성과 악화된 양국관계를 반영하듯 50여명이 넘는 내외신 취재진이 깊은 관심과 취재열기를 보여주었
지역에서 출판사업을 해보니 대충 알겠다.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60~70%가 서울·경기 등 이른바 수도권에 있다. 나머지 30~40%의 다른 지역 소비자 중에서도 상당수가 예스24나 알라딘, 인터파크,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 책을 구입한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 서점은 갈수록 살아남기가 어렵다. 2003년 228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