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이 지나치게 보수 편향이라는 내용의 MBC ‘스트레이트’ 보도에 결함이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MBC가 지난 20일 홈페이지에 올린 3월 시청자위원회 의견서 및 회의록에 따르면 최항섭 MBC 시청자위원(국민대 사회학과 교수)은 ‘스트레이트’ 보도 문제를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포털 플랫폼을 견제하는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분명히 해야 할 역할”이라면서도 “의도는 훌륭했지만, 내용의 정당성에 있어 방법론적으로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MBC ‘스트레이트’는 네이버 뉴스 모바일 알고리즘을 추적하는 보도를 통해 네이버가 보수언론에 편중됐다고 보도했다.

최항섭 위원은 언론사 분류의 객관성을 지적하며 “특정 신문사가 보수인가 진보인가를 분류하는 것에 따라 조사 결과는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분류의 객관성, 정당성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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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는 ‘복수의 언론학자로부터 자문을 받아 분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최항섭 위원은 “학자들의 수가 충분하지 않을 때 심각한 분류 기준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몇 명의 언론학자인지 밝혀야 했다”며 “어떻게 선정했는지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국민들이 이미 인식하고 있는 것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인식도 함께 조사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항섭 위원은 ‘스트레이트’의 언론 분류 기준이 사회조사 응답 분류의 ‘평등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는 언론을 ‘보수언론’ ‘한겨레·경향 등 진보언론’, ‘지상파 등 중도언론’ ‘뉴스통신 3사’ 4가지로 분류해 ‘통신사’를 성향 분석에서 제외했다. 최항섭 위원은 “‘뉴스통신 3사’도 ‘보수, 진보, 중도언론 중 하나에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 

최항섭 위원은 ‘스트레이트’가 ‘보수 언론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노출 비중이 48% vs 3.6%라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힌 내용도 지적했다. 

최항섭 위원은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의 시장 비중 자체를 비교하고, MBC 조사와 비교해 시청자에게 보여줬어야 했다”며 “하지만 그 자체의 자료가 없어 네이버나 다른 언론에서 충분히 문제를 제기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최항섭 위원이 자체 분류한 결과 네이버 콘텐츠 제휴 언론사 가운데 보수언론은 44.4%, 진보언론은 16.7%로 나타났다. 최항섭 위원은 “보수 뿐만 아니라 중도성향의 언론도 더 노출돼 진보 성향 언론의 노출이 적어진 게 아니냐는 것이 제 주관적인 분류에 의한 평가”라고 전했다.

프로그램 구성과 관련 최항섭 위원은 “초반부를 보면 ‘네이버는 의도적으로 진보 성향 언론 뉴스를 잘 드러나지 않게 하는 의심이 든다’는 생각을 시청자로 하여금 들게 하는데, 후반부를 보면 네이버의 인공지능은 아직 제대로 된 인공지능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들게 해 논점이 모호해진다“며 “특히 후반부의 기술적 문제가 핵심이라고 생각했다면, 김승주 교수 외에도 처음부터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어야 한다”고 밝혔다.

▲ MBC '스트레이트' 갈무리
▲ MBC '스트레이트' 갈무리

반면 최항섭 위원은 포털 다음 분석 보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트레이트’는 다음이 속보를 중시하는 점을 악용해 뉴스1등 언론이 10분 간격으로 제목만 다르게 해 기사를 업데이트하는 점을 다뤘다. 최항섭 위원은 “단독, 속보 경쟁에 매몰된 언론의 모습을 알고리즘의 허점을 발견해 적나라하게 보여준 부분들이 흥미로웠다”며 “2개 언론(뉴스1과 뉴시스)이 다음에서 2, 3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상을 자세히 파고 드는 것도 저널리즘 시각에서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지적에 최장원 MBC 통합뉴스룸 국장은 “의견 주신 부분은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부터 내부적으로 많은 논쟁과 토론을 거친 내용”이라며 “지적하신 많은 부분에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최장원 국장에 따르면 MBC는 언론사 성향 분석을 위해 언론수용자조사연구의 경험이 있는 언론학자 3명의 자문을 받았다. 이 가운데 1명은 지난해 1차 보도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학자다.

최장원 국장은 “‘국민 인식조사가 선행되면 좋았겠다’는 지적은 제작진도 공감하고 있다”며 “포털 뉴스의 편중 현상을 지적하는데 그친 제작진의 한계를 인식하고 더 좋은 보도가 되도록 위원님 의견을 토대로 향후 제작에서 보다 엄격하고 높은 기준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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