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방송인 김태진씨의 ‘연중 라이브’ 하차를 요구하는 시청자 청원에 “당사자의 하차로까지 이어질 사안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한번 더 기회를 준 제작진과 시청자에게 김태진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방송을 통해 존재 가치를 증명해 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태진씨는 지난달 18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SBS 웹예능 ‘문명특급’ PD 겸 MC인 재재(본명 이은재)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다. ‘백상예술대상’ 주제로 이야기하다 “요즘 나한테 달리는 댓글 중에 ‘재재 만큼만 인터뷰 하라’는데, 나는 인터뷰를 준비할 때 네이버 열 페이지를 다 보고 그 사람 필모(그래피)를 다 외운다”이라며 “난 걔보다 한참 선배”라고 말한 것이다. 그는 “‘문명특급’처럼 나한테 한시간짜리 (인터뷰 프로그램) 통으로 주면 진짜로 잘 한다”면서 “맨날 방송에서 이상한 것만 편집돼서 나가니까 내가 XX 같이 보이는 것”이라면서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백상예술대상에 예능상 후보로 참석한 재재가 엄지·집게손가락으로 초콜릿을 집어 먹었다가 소위 ‘메갈 손가락’이라 지목된 걸 두고는 “먹을 거면 한줌으로 먹어야지. ‘이 손가락’이 얼마나 민감한지, 트렌드의 선봉장이라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김씨를 향한 비판이 일었고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서 그의 하차와 관련한 찬반 청원이 잇따랐다. KBS는 그중 답변 요건(한달간 1000명 이상 동의)을 충족한 청원 5건(하차 요구 4건, 하차 반대 1건)에 15일 답했다. △김태진 아나운서를 XX으로 만든 게 KBS? (2만9289명 동의) △김태진아나운서 (1726명 동의) △연예가중계 김태진 하차 요구합니다 1487명 동의) △김태진 MC의 연중 라이브와 라디오쇼 하차를 요구합니다 (1295명 동의) △여성들의 단체행동으로부터 KBS는 김태진 리포터를 지켜주세요 (1538명 동의) 등이다.

▲5월21일 KBS '연중 라이브'에서 본인의 유튜브 방송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김태진 리포터. 사진=KBS '연중라이브' 갈무리
▲5월21일 KBS '연중 라이브'에 출연해 본인의 유튜브 방송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김태진 리포터. 사진=KBS '연중라이브' 갈무리

답변을 맡은 김상미 KBS예능센터 예능5CP는 “저희 제작진이 논란이 된 해당 프로그램 전체를 면밀히 살펴본 바 김태진의 멘트 전후 맥락을 모두 고려할 때, 인터넷 방송의 특성 상 다소 과장되고 거친 발언이긴 하나 고의로 특정인을 깎아내리거나 조롱할 악의적 의도는 아니었다고 판단된다”며 “무엇보다 부적절하고 거친 언행에 대해 본인 스스로 깊이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시청자 청원에서) 본 사안을 젠더이슈화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음을 고려하여, 제작진은 이 논란이 당사자의 하차로까지 이어질 사안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태도로 방송에 임할 수 있도록 ‘연중 라이브’ 제작진도 최선을 다해 출연진의 관리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서 김씨 본인은 지난달 21일 ‘연중라이브’ 방송에서 공개 사과했다. 당시 그는 “제 고향과도 같은 KBS, 이 자리에 계신 많은 분들에게 결례를 범한 것 같아서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 오해 소지가 다분한 이야기를 한 것 또한 저의 실수고, 실수가 아니고 엄연한 저의 잘못”이라며 “재재 님에게도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리고 싶다. 직접 전화드려서 사과하긴 했지만 언짢으셨을 거라 생각이 들고 마음 속 제 옹졸함의 못난 표현이 아니었나 사과를 드리고 싶다. 특히나 재재씨 팬분들에게 큰 사과를 꼭 드리고 싶다”고 약 2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김씨 소속사(HJ필름)도 그보다 사흘 전 입장문을 통해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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