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석방심사위)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했다.

그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87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리고 207일 만에 풀려나게 됐다. 가석방 대상자들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출소한다.

10일 아침에 발행하는 전국 단위 주요 종합 일간지는 모두 이 소식을 1면에 다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재용 가석방에 크게 비판하는 논조를 보였다. 정부와 진보 진영간 관계가 분수령을 맞았다고 쓰기도 하고 한겨레는 “촛불을 들었던 손이 부끄러워진다”는 사설을 썼다.

그 외 신문들은 이재용의 경제 역할론을 강조했다. 미국이 반도체 생산 체제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지각변동이 시작됐고, 대규모 투자나 M&A 등 결정권을 행사할 일 등을 이재용 부회장이 적극 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조선일보의 경우 경제 역할론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재용 부회장이 문재인 정부 때문에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됐다며 “억울함 입증하길”이라는 사설을 썼다.

▲8월10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모음.
▲8월10일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모음.

다음은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다룬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이재용 가석방 허가…‘맞춤형 특혜’ 논란”
국민일보 “구속 207일 만에… 이재용, 13일 가석방”
동아일보 “이재용 13일 가석방… 법무부 ‘코로나 경제상황 고려’”
서울신문 “이재용 ‘광복절 가석방’… 박범계 ‘경제 상황 등 고려’”
세계일보 “이재용 광복절 가석방”
조선일보 “이재용 가석방”
중앙일보 “이재용 광복절 가석방, 13일 풀려난다”
한겨레 “이재용 결국 ‘변칙’ 가석방…이게 공정인가”
한국일보 “이재용, 재수감 207일 만에 가석방”

1면 제목을 통해 이재용 가석방을 비판한 어조를 보인 것은 경향신문과 한겨레였다.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은 코로나 경제상황을 고려했다는 법무부의 가석방 이유를 붙인 제목을 사용했다. 그 외 신문들은 건조한 1면 제목을 사용했다.

▲10일 경향신문 1면.
▲10일 경향신문 1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9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며 “사회의 감정, 수용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이 부회장의 ‘5년 취업제한’ 규정은 가석방이 돼도 유지된다.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을 하려면 법무부 장관의 별도 승인이 필요하다.

▲10일 한겨레 1면.
▲10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이게 공정인가”라고 물었다. 많이 지적됐던 것이 앞서 법무부가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상황 등을 고려해 지난 4월, 형기의 80%를 채웠을 때 심사가 가능했던 가석방 요건을 60%로 완화한 것이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이 사건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진보진영 간 관계가 분수령을 맞았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이날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재벌 특혜’라며 강력 반발하고 성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10일 서울신문 1면.
▲10일 서울신문 1면.

서울신문, 국민일보는 1면 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대통령 특별사면이 아님을 짚었다. 서울신문은 “애초 삼성을 비롯한 재계는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제약이 없도록 법무부 가석방이 아닌 ‘대통령 특별사면’을 희망하는 분위기였다”며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특사 제한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적은 법무부 장관 권한의 가석방을 대안으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썼다. 국민일보는 “이 부회장이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 만큼 취업으로 볼 수 없다는 해석도 있다”고 썼다.

▲10일 동아일보 1면.
▲10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소식을 1면에서는 건조하게 스트레이트 형식으로 다뤘다.

대다수 신문들 이재용 경제 역할론 강조
조선일보 “억울함 입증하길”, 한겨레 “촛불 들었던 손 부끄러워져”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한 대다수 신문들이 1면 기사를 매우 건조하게 처리한 가운데, 각 신문의 논조를 잘 알 수 있는 사설을 살펴봤다. 다음은 이재용 가석방에 대한 각 신문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법 앞의 평등’ 원칙 뒤흔든 이재용 가석방”
국민일보 “이재용 가석방, 국민과 국가에 보답하는 길 찾아야 한다”
동아일보 “이재용 가석방… 초일류 경영으로 국민 기대에 답해야”
서울신문 이재용 가석방 사설없음
세계일보 이재용 가석방 사설없음
조선일보 “5년 공백끝 복귀 李부회장, 경영 성과로 ‘억울함’ 입증하길”
중앙일보 “이재용 ‘반도체 코리아’ 위기 탈출에 전력 투구해야”
한겨레 “이재용 가석방, ‘촛불’을 들었던 손이 부끄러워진다”
한국일보 “가석방 결정된 이재용, 경제 활성화 기여해야”

▲10일 동아일보 사설.
▲10일 동아일보 사설.

대다수 신문의 사설은 가석방된 이재용이 이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국민일보 사설은 “실제로 기술패권을 놓고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대규모 인수합병(M&A) 결정 등에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았다”며 “코로나19 이후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국내 최대 기업 총수인 이 부회장이 복귀해 공헌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고 썼다.

동아일보 역시 “가석방 사유에 언급된 것처럼 글로벌 경제의 격변기에 처해 있는 한국은 지금 이 부회장의 역할을 필요로 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압도적 위상을 갖고 있는 삼성의 참여가 없으면 ‘속 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썼다.

동아일보가 말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은 “삼성전자는 5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해 놓고도 아직 구체적인 입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에는 이렇다 할 M&A 실적도 없다” 등 공장 증설과 M&A 부분이다.

▲10일 중앙일보 사설.
▲10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이재용 역할론’을 중심으로 사설을 썼다.

중앙일보는 “대규모 장치산업이나 다름없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수십조원의 투자 결정을 내리려면 기업의 전략을 결정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있어야 하기 때문”, “네덜란드 ASML을 비롯해 반도체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는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면 교섭에 제대로 응해 주지도 않는다. 수조원의 계약금이 오가는 일인 만큼 확고한 의사결정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한국일보 역시 “실제 코로나19가 엄중해지는 상황에서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이 적극적 투자에 나서는 동안 삼성은 이 부회장의 부재로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10일 한국일보 사설.
▲10일 한국일보 사설.
▲10일 조선일보 사설.
▲10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옥살이가 억울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재용 가석방에 찬성하는 어조를 보인 대다수 신문들이 이처럼 경제적 역할을 강조해 사설을 썼는데 조선일보는 사설 제목을 “5년 공백끝 복귀 李부회장, 경영 성과로 ‘억울함’ 입증하길”이라고 뽑았다.

조선일보는 “이 부회장 사건은 박 전 대통령 사건의 종속변수”라며 “문 정권이 이 부회장을 감옥에 보내려 작심했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썼다. 다른 신문들보다 조선일보는 이재용 부회장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는 어조였다.

▲10일 경향신문 사설.
▲10일 경향신문 사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재용 가석방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원칙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부회장이 혐의를 제대로 인정한 적도 없고 사과한 적이 없는데 가석방 적격여부에 이를 따져봤는지 △이 부회장 가석방 심사를 앞두고 형집행률 기준이 완화된 점 △가석방이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비판했다.

한겨레의 사설 제목은 “이재용 가석방, ‘촛불’을 들었던 손이 부끄러워진다”였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국정농단을 심판한 ‘촛불 민심’이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가 국정농단의 주요 가담자에게 가석방의 특혜를 베푼 것”이라며 “‘촛불 정부’라는 이름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남게 됐다”고 썼다. 한겨레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돈도 실력이야’라고 말했는데, 이 부회장의 석방은 그것이 현실임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촛불을 들었던 손이 부끄러워진다”고 비판했다.

▲10일 한겨레 사설.
▲10일 한겨레 사설.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에 신문들 비판, 우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또 차질이 생겨 신문들이 우려를 보였다. 모더나는 당초 이달 안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 850만회분의 절반 이하만 공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다음달까지 모더나·화이자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계열 백신의 접종 간격이 6주로 벌어지게됐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8월 중 850만회분이 제때 공급되도록 (모더나와) 협의가 마무리됐다”고 한 말이 바뀌게되면서 불신이 높아지게됐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오는 11월까지 ‘3600만명 접종 완료’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쓰고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늘어난 접종 간격만큼 감염 위험이 커지고, 백신 효과마저 반감될까봐 걱정”이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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