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1면에 ‘연출 사진’을 실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해당 사진은 타 언론사에서 찍어서 넘겨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일보는 7일자 아침신문에 사진 기자들이 식사하고 있는 모습을 ‘직장인이 식사하고 있는 모습’으로 둔갑시켜 출고시켰다.

촬영도 국민일보가 직접 하지 않았다

해당 사진 바이라인에는 서영희 국민일보 기자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서 기자가 촬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사진은 서 기자가 아닌 박범준 파이낸셜뉴스 기자가 촬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 기자는 당시 자리에 없었고 박 기자가 촬영한 뒤 국민일보 측에 촬영본을 넘겨준 것이다.

한국사진기자협회 윤리규정 7항에 따르면, “우리는 각자 취재한 사진과 파생 결과물을 명확한 이유 없이 다른 소속사 회원들과 주고받거나 공유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당시 자리에는 최종학 국민일보 기자를 비롯해 매일경제, 부산일보, 헤럴드경제 소속 다른 매체 동료 사진 기자들도 있었다.

▲7일 자 국민일보 아침신문 1면에 실린 사진. 해당 사진 속 사람들은 일반 직장인이 아닌 국민일보 소속 사진 기자와 타 매체 소속 동료 기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국민일보 갈무리
▲7일 자 국민일보 아침신문 1면에 실린 사진. 해당 사진 속 사람들은 일반 직장인이 아닌 국민일보 소속 사진 기자와 타 매체 소속 동료 기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국민일보 갈무리

박 기자가 촬영한 사진은 7일자 파이낸셜뉴스 아침신문에도 실렸다. 국민일보와 마찬가지로 자리를 함께한 사진 기자들을 직장인이라고 표현했다.

국민일보와 파이낸셜뉴스 사진은 같은 장소에 같은 인원들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촬영 기자를 알리는 바이라인만 다른 상태다.

통상적으로 ‘풀단’을 꾸리게 되면 한 명의 사진 기자가 촬영하고 해당 사진이 다른 기자들에게도 배포된다. 이러한 풀단 방식은 공식 행사에서 취재 공간이 협소해 사진 기자가 전부 들어가지 못할 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이 같은 방식이 자주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박 기자가 촬영해 배포한 사진은 공적 행사가 아닌 사적 공간에서 이뤄진 행위다. 아울러 사진 기자들을 일반 시민으로 둔갑시킨 연출 사진이다.

파이낸셜뉴스도 기자들 직장인이라 언급

전날 미디어오늘 보도 이후 국민일보는 온라인에서 관련 사진 기사를 삭제한 상태다. 사진 속에 있었던 최 기자는 “문제가 없다”며 “우리도 직장인”이라고 해명했지만 매체 차원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련 기사 : 국민일보 1면 사진 ‘직장인들’은 사진 기자들이었다]

반면 미디어오늘 첫 보도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파이낸셜뉴스의 경우 현재까지도 온라인상에 사진 기사가 남아 있다.

박 기자는 “사진을 촬영한 뒤 국민일보에 넘겨준 것인가”라는 질문에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현장에서 풀 개념으로 찍지 않나. 그런 개념으로 이해해달라”라며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방법론적 측면에서 문제 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한다”며 “전날 국민일보 관련 보도 이후 생각도 많이 해보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7일 자 파이낸셜뉴스 아침신문 1면에 실린 사진. 해당 사진 속 사람들은 일반 직장인이 아닌 국민일보 소속 사진 기자와 동료 기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파이낸셜뉴스 갈무리
▲7일 자 파이낸셜뉴스 아침신문 1면에 실린 사진. 해당 사진 속 사람들은 일반 직장인이 아닌 국민일보 소속 사진 기자와 타 매체 소속 동료 기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파이낸셜뉴스 갈무리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촬영한 사진 자체에는 거짓이 없다고 해명했다. 박 기자는 “다만 방역수칙 관련 식사를 하러 간 것 아닌가”라며 “국회 출입하는 기자들이 같이 점심 먹으러 간 거고 우리가 기사로 알려주고 싶은 내용에는 거짓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연출 논란과 관련해선 “세트업을 어디까지 보느냐의 문제”라며 “이 기사 내용이 나갔을 때 이게 팩트냐 아니냐 문제다. 전달하는 메시지를 거짓으로 내면 안 되지만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한 내용이 사진에 담겨 있다면 약간의 세트업도 허용되는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파이낸셜뉴스로부터 사진을 전달받고 바이라인을 바꿔서 올린 경위를 알려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국민일보 서영희 기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일선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공개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현직 사진 기자는 “세계 보도사진 역사상 사진기자들이 일반인인 것처럼 등장하는 이런 연출 사진은 교과서에 실려 손가락질받을 만한 사진이라고 본다”며 “같은 사진 기자로서 너무나도 부끄럽다. 이건 조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출 사진을 타사에서 얻어서 자사의 1면에 보도한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라며 “모든 사진 기자의 명예를 실추한 것과 관련해 사진기자협회 차원에서 진상조사와 징계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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