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출신이자 ‘아스팔트 보수 유튜버’로 활동하는 이영풍 전 기자가 11일 부산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기자는 이날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부산광역시 서·동구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이 전 기자는 “많은 분이 아시는 것처럼 나는 공영방송 KBS를 사실상 장악했던 민노총 세력의 불공정 편파 방송에 맞서 싸우다 해임됐다”며 “민노총 출신의 전임 사장은 나를 해임했다가 많은 국민의 심판으로 쫓겨났다. 이제 국가 운영 정상화를 위해 투쟁의 활동 무대를 여의도 KBS 앞 아스팔트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옮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가 운영 정상화 △OECD 수준의 미디어 시장 창출 △해양·재정 분권화 입법 통한 부산의 해양수도화 △부산 원도심 대개조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 KBS 출신이자 ‘아스팔트 보수 유튜버’로 활동하는 이영풍 전 기자가 11일 부산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유튜브 이영풍TV 화면 갈무리.
▲ KBS 출신이자 ‘아스팔트 보수 유튜버’로 활동하는 이영풍 전 기자가 11일 부산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유튜브 이영풍TV 화면 갈무리.

유튜브 채널 ‘이영풍TV’를 운영하는 이 전 기자는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KBS 보도본부 사무실에서 “KBS가 민노총 해방구입니까”라며 당시 김의철 KBS 사장과 보도본부 책임자 사퇴를 촉구하며 이른바 ‘농성’에 돌입한 보수 인사다. 보수 유튜버들이 KBS로 집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축 사망 KBS, 축 사망 민노총”, “김의철 내 수신료 내놔 찰거머리 민노총 간첩방송 KBS” 등 올 여름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주변에 즐비했던 아스팔트 보수 지지자들의 근조화환 중 “이영풍 기자를 지키자”라는 메시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KBS 기자 다수는 “KBS를 이념 전장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그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KBS 직원들은 막무가내 고성과 업무방해, 물리력 행사 등 보수 유튜버들의 난동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KBS 전임 경영진은 지난 7월 업무 지시 불이행, 사내 질서 문란, 업무 복귀 명령 불이행, 외부인 불법 행위 유발 등 사유로 이 전 기자를 해고했다.

▲ 지난 6월 서울 KBS 여의도 사옥을 삥 둘러싼 근조화환. 당시 김의철 KBS 사장 퇴진을 요구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지난 6월 서울 KBS 여의도 사옥을 삥 둘러싼 근조화환. 당시 김의철 KBS 사장 퇴진을 요구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 거리의 모습. 보수단체들이 김의철 KBS 사장과 보도 책임자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 거리의 모습. 보수단체들이 김의철 KBS 사장과 보도 책임자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그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총선 출마를 선언한 만큼 이른바 ‘KBS 정상화 투쟁’도 자기 정치를 위한 정파적 행보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KBS의 한 기자는 “예견된 일 아니었느냐”며 “정치하려고 그 난리를 쳤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KBS 기자는 “출마 선언을 했는지도 몰랐다. 그가 무엇을 하든 관심이 없다”고 했다.

이 전 기자는 11일 통화에서 ‘KBS 전임 경영진을 상대로 한 집회 시위나 투쟁이 결국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치하려고 KBS에서 투쟁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하다 보니까 인생이 이렇게 풀리고 있다”며 “특정 정당 가입 원서를 내는 순간 나는 언론인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마음 아프고 쓰렸다. 만약 내가 제도권 정치에 입성한다면, 좌파 언론이든 우파 언론이든 언론 자유를 누리면서 취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이뤄내는 게 내 할 일”이라고 했다.

현 부산 서구동구 의원은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다. 안 의원도 부산일보 기자와 사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이 전 기자는 “언론계 선배인 안 의원은 초선으로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해오신 분이다. 파이팅 있게 경선에 임해주길 바랄 뿐”이라면서도 “안 선배는 진주고를 나오셨고, 나는 초중고를 이 동네에서 나왔다. 지역을 알아도 내가 (안 의원보다) 더 잘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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