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들이 국회 소통관에 모여있는 모습. ⓒ정철운 기자
▲지역신문들이 국회 소통관에 모여있는 모습. ⓒ정철운 기자

총선을 앞두고 지역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일부 정책도 개발 관련 내용 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이 차별받는 문제도 있지만 지역 내에서도 차별이 일어나고 이는 지역언론 보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녹색평론이 2024년 봄호(185호)에서 진행한 <정치개혁은 주민자치로부터> 좌담에서 지역언론 문제가 나왔다.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역의 이중소외 현상’을 말했는데 “의제든 정책이든 수도권 중심이고 지방은 소외되고 있다고 한탄하는데 지역만 놓고 보면 다시 그 안에서 차별이 일어난다”며 “전라북도라면 전주·군산·익산 같은 핵심지역 외 지역에 관한 이야기는 잘 보도되지 않는데 특히 지역방송사는 규모가 작고 취재인력도 신문사보다 적어 이중소외 현상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도 “이중 소외 현상, 차별의 구조가 서울과 지방사이에, 다시 지역 내에서 재현된다는 것은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본인이 사는) 충남도 최근에는 대전과 충남이 다르다는 인식이 정착돼 가지만 언론사는 여전히 다 대전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전KBS, 대전MBC가 충남까지 담당하는데 충남이 굉장히 넓어서 농촌지역 뉴스는 지상파 방송을 통해 보도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을 보고 있다”며 “대도시 중심 사고방식이 비수도권 안에서도 재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처장은 전북 지역에서 진보정당이 지역에 밀착하지 못한 문제도 연관해 설명했다. 손 처장은 “전북의 경우 정당 간 경쟁보다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간 경쟁이 심각해 이낙연이냐 이재명이냐 이런 식으로 갈라지고 줄서기를 한다”며 “민주당 다음으로 정의당이 세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약화돼 있고 국민의힘이 위세를 회복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된 큰 이유는 진보정당들이 지역에 밀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손 처장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전주MBC에서 고창군과 순창군 관련 소식은 3개월간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부안 1건, 임실 1건이었고, 내용면에서 개발과 행정 외에 농민·노동·여성·청년·장애인·이주민 등의 주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손 처장은 “이런 이슈를 화두로 삼는 정치인도 시민사회단체도 없고 건강한 지역언론이 자리매김하지 못하면서 중요한 현안들이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며 “지역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야 양당정치를 깰 수 있다는 말에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지역의 조건들, 지역언론과 시민사회단체 현실을 고려할 때 회의가 든다”고 했다.

그럼에도 전북민언련은 지자체 홍보예산에 의지하지 않는 매체들을 찾아 연대하고 있다. 그는 “김제시민의신문, 부안독립신문, 진안신문 등을 찾아내 ‘전북풀뿌리언론운동연대’를 만들어 전북 14개 시군 중 10개 지역을 포괄하고 있다”며 “선거 때 되면 소외된 지역의 다양한 의제를 정리해 도지사, 시장 후보에게 공통 질문지를 보내고 답을 받는 등 지역현실에 천착한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하 노력해왔다”고 했다. 그 결과 “지역방송사들에서 시군 보도 비중이 조금씩 늘었고 KBS 전주총국에선 이들 독립 신문사들과 협업해 시군 현안을 방송하는 ‘풀뿌리K’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 전북KBS '풀뿌리 K' 보도화면 갈무리
▲ 전북KBS '풀뿌리 K' 보도화면 갈무리

주민자치를 위해 지역정당 필요한 이유

좌담 참가자들은 지역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현식 노동·정치·사람 정책위원장은 “전국정당 조직은 지역에서 활동하더라도 결정적 순간에 중앙과 지역 입장이 배치되면 중앙 입장을 채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중앙정치의 이해관계와 분리, 독립된 정치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역정당은 다른 지역이나 전국적 관점을 배척하고 지역의 이해관계에만 몰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법에선 지역정당을 금지하고 있다. 정당법 제3조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도당으로 구성한다”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문제없음(합헌)’ 결정을 내렸다. 합헌 의견은 4명인 반면 위헌 의견이 5명으로 과반이었지만 정족수 6명에는 부족했다. 내용적으로 보면 지역정당이 필요하지만 법에선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윤현식 위원장은 “지역정당이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데 그중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 정치에서 소외된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 보수 양당이 쇄신한다며 정치 신인 발굴해 충원하는 것을 보면 여성이나 청년이 몇이나 되며 이 사람들이 의미있는 활동을 펼칠 수 있냐, 대부분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람, 고학력, 결국 중년 남자들로 구성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지역정당에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손주화 처장은 “전북에선 이번에 잼버리하면서 공항, 항만, 도로, 철도 등 새만금의 각종 SOC 예산이 삭감됐는데 새만금 공항은 여전히 논란거리”라며 “환경적으로 문제가 크고 경제성도 없는 사업인데 전북도민에게 이것은 논리로 설득이 안 되는 정서적 문제, 한 맺힌 숙원이자 도로 항만 등이 지역 토호들 이권과 연결된 사업”이라고 설명한 뒤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지역정당이라고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 윤현식 위원장이 활동하는 서울 은평구 지역정당인 은평민들레당
▲ 윤현식 위원장이 활동하는 서울 은평구 지역정당인 은평민들레당

지역정치, 지방자치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공감을 얻었다. 황종규 동양대 교수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거대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꾸 어떤 큰 해결책을 찾는데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역 자치가 복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복잡한 문제들을 건드리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체제의 논리에 동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정당의 경우에도 작은 생활권 정치를 복원하는 역할에 주력하고 주민자치가 공식적으로 자리잡아 자치제도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하승수 대표도 “현재 한계가 많지만 읍면 단위 주민자치회나 주민자치위원회 논의를 보면 개발사업하자거나 대기업 유치하자는 얘기는 안 나온다”며 “쓰레기 문제, 축사 악취 어떻게 할 거냐, 우리 지역 학교를 어떻게 살릴 거냐, 대체로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어르신 돌봄이나 의료·교통 문제를 우선적 과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현식 위원장은 “국가든 기관이 개입하는 건 주체들이 할 만큼 했는데 안 되는 나머지를 해결해준다는 것인데 우리는 자치의 주체가 주민이 아닌 단체니까 지방자치단체 역량이 부족하면 중앙정부가 개입한다는 수준에 논의가 머무는 것”이라며 “지역주민들이 지방정부를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게 보장해주도록 지방자치법의 한계도 해소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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