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신문 윤전기. 사진=서울신문 누리집
▲ 서울신문 윤전기. 사진=서울신문 누리집

서울신문이 창간 120주년을 맞아 대쇄(인쇄 대행)를 맡기겠다고 밝혀 내부 구성원들이 “일방적 인력 감축에 반대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윤전기를 없애면 윤전·발송 노동자들을 감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은 중앙일보로 대쇄를 맡기고 오는 7월 창간일을 맞아 윤전기를 없애고 인쇄 노동자(윤전·발송 등)들은 일부 중앙일보 쪽으로 고용승계하고 나머지 인력은 타 직종으로 옮기거나 감축하는 방안으로 이해하고 있다. 갑자기 대쇄를 맡기기로 한 이유를 두고서도 ‘프레스센터 재개발’, ‘스포츠서울 인수’ 등 온갖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호정 서울신문 프레스센터본부장(상무)은 지난 11일 “창간 120주년을 맞아 재창간 수준의 신문 판형 변경과 지면 쇄신에 들어간다”며 “부득이하게 외주 인쇄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대쇄처 모색, 고용승계와 재배치, 직원 교육, 광고주 설득, 서체 및 편집 디자인 프로그램 도입 등 조직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구성하는 실무적 도구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사내에 공지했다. 

서울신문 측이 대쇄를 추진하는 이유는 온라인과 디지털로 전환, 주 수익원인 전략지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 등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소식을 전하면서 계도지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다가 최근 서울 강북구가 계도지에서 서울신문을 구독 중단하는 등 일부 지자체에서 구독 부수가 줄고 있다. 

이 본부장은 “영국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선진 언론사들이 스마트한 판형 축소와 가독성 높은 편집을 시행하고 있고 국내도 중앙일보와 국민일보 등이 기존 대판크기 3분의2인 축소된 베를리너판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형 변경과 동시에 지면 쇄신을 위한 제작 과정의 선택과 집중으로 콘텐츠 생산과 유통 과정의 다양한 변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지면 구성 쇄신의 중점은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행정 및 자치단체 뉴스의 차별화된 서비스에 있다”며 “자치와 행정이라는 마켓 타깃을 분명히” 하려고 “지면배치와 기사 스타일 변화에 따른 취재관행 혁신, 조직과 인력 운용 방식의 전면 재검토”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쇄 결정에 고용불안 느끼는 인쇄노동자들    

현재 서울신문 윤전·발송 등 인쇄노동자들은 40여명으로 이들의 고용이 불안정해진 상황이다. 인쇄노동자들과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측은 대쇄를 맡길 중앙일보 쪽에 일부 인원을 고용승계하고 일부 인원은 타 부서로 전직배치, 일부 인원은 명예퇴직을 받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신문 창간일이 7월18일로 올해 창간 120주년을 맞아 이러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신문 한 인쇄노동자는 지난 15일 미디어오늘에 “세계 흐름에 맞춘다고 하고 베를리너판형을 말하는데 진짜 좋으면 다른 회사들도 다 따라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한 뒤 “창간 120주년 등 변화를 줘야 한다며 대쇄를 이야기하는데 우리 윤전·발송 쪽에서는 명퇴나 전직배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전체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 노조는 성명을 내고 대쇄 중단을 요구했다.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는 지난 12일 <회사는 대쇄 관련 사항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에서 “현재 서울신문 윤전기는 지난번 화재 후 30억 정도를 들여 수리해 잘 돌아가고 있고 지난해 손익부분 결산에서 회사에 이익이 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는데 왜 또 다시 대쇄를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직원 고용 문제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대쇄를 결정하고 진행하는 일방적 행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신문지부에 따르면 회사는 프레스센터 재개발 전에는 대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때문에 대쇄 논의가 나오면서 프레스센터 재개발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프레스센터 건물은 1~11층 서울신문 소유, 12~20층은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소유인데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현 코바코 사장 임기가 오는 10월에 끝나면서 새 사장이 올 예정이다. 코바코 사장이 바뀌면 프레스센터 재건축 논의에 불씨를 살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스포츠서울 매각설과 관련해 서울신문이 인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윤전기를 멈춰 비용을 절감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 서울신문.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서울신문.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서울신문 측 “인위적 구조조정 아냐”

서울신문 측은 신문 발행부수 감소와 윤전기 수명 문제 등을 이유로 대쇄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쇄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전직배치, 대쇄처로 고용승계, 보상·지원책을 최대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호정 본부장은 18일 미디어오늘에 “대쇄를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기감인데 신문 발행부수 감소와 윤전기 수명 때문”이라며 “지난해에만 일부 신문사들의 인쇄기 일부가 가동을 멈춰 작업장을 떠난 인쇄근로자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또 이 본부장은 “한국경제의 경우 아예 최신 윤전기를 도입하며 인쇄업을 주요사업으로 대쇄시장에 뛰어들었는데 곧 자본과 생산설비 경쟁력에 따른 (시장) 재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10만부 전후를 인쇄하고 고령화된 윤전기를 보유한 신문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2013년부터 10년 넘게 인쇄직 직원 채용을 중단했다. 이 본부장은 “아마 상당수 신문사들이 비슷할 것”이라며 “기계는 사용 연한을 넘어 부품 조달조차 불가능한 상태가 됐고 생산 인력은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는데 윤전기가 멈춰 설 때까지 사원 채용을 하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운영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한 뒤 “결단의 시점”이라고 했다. 현재 제작국(윤전·발송) 인력은 42명이고 하반기에는 38명이 된다. 

인쇄노동자들이 느끼는 고용 불안에 대해 이 본부장은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기존 직원에 대한 고용안정 문제, 사내 업무가 가능한 영역으로 전직배치와 대쇄처로 고용승계로 이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다”며 “고용승계를 비롯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회사 재정상태를 고려한 최대한의 보상과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 본부장은 또 “대쇄와 사옥 재개발 재건축과 직접 연관은 없다”고 했으며 “스포츠서울 인수는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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