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일 ‘한국논단’이 주최한 ‘대통령 후보 사상 검증 토론회’가 방송3사 채널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것에 대해 “극우세력이 방송전파를 7시간 동안 점령했다”라고 표현했다.

특히 이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발행인 이도형씨는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에 대해선 집중적으로 용공의혹을 제기한 반면 이회창 신한국당, 조순 민주당 총재에 대해선 노골적 지지를 보냈다.

이씨는 “황장엽씨를 직접 만나보니 ‘김정일이 김총재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하던 데 나를 설득해 보라”라고 말했다.

또 “북의 독재체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남북한의 상호군축이 아닌 북한만의 군축을 촉구할 수 있느냐”며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씨는 또 “한국논단에 게재된 ‘거짓말쟁이, 친공대통령은 안된다’는 기사를 반박할 수 있느냐”고 몰아부쳤다.

이씨와 패널리스트들은 또 손충무씨의 ‘김대중 X-파일’,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의 조문 파동, 오익제씨 방북 사건을 들며 김총재 흠집내기에 열을 올렸다. 이씨는 토론을 마친 뒤에도 “오늘 토론으로 사상 검증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다시 못을 박았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 대해서도 패널리스트로 나선 박근 전 유엔대사는 ‘DJP 연합’과 관련, “김총재에 대해선 의심이 없지만 만일 김대중 총재가 되면 북한에 대한 개방·협력정책을 믿고 따라가겠느냐”며 ‘DJ죽이기’에 나섰다.

이인제 전 경기지사에 대해선 작고한 부친의 한국전 부역 사실을 추궁하며, 이승만 전대통령을 미화할 것을 강요했다.

이씨는 또 자유총연맹 등 관변단체 지원을 강조하며 시민·사회단체에 대해선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은 친북세력”이며 “폭력세력, 기업의 약점을 잡아 받은 검은 돈으로 활동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에 대해선 “연설을 들어보니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후보”라고 노골적으로 지지의사를 표하고 두 아들의 병역 문제와 관련해선 “장남의 소록도 행으로 병역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말했다.

또 조순 민주당 총재에 대해서도 “점수를 밝히면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같아 밝히진 않겠지만 사상 문제가 제일 없는 것같다”고 부추겼다.

이렇게 ‘사상이 의심스러운 사상 검증 토론회’를 주최한 ‘한국논단’은 89년 창간된 이후 극우주의를 표방하며 진보세력 및 민주화에 대해 갖가지 ‘폭언’을 일삼아 왔다.

한국논단은 특히 지난 1월 노동법 투쟁 당시 2월호를 통해 경실련과 민변,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를 “북한 노동당의 이익을 위한 ‘노동당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매도했다.

3월호에선 조선일보 사설에 대한 KBS노조의 항의시위에 대해 “언노련의 지령에 따른 행동”이었다는 주장을 펴는 한편, 5월호에선 “TV망국의 주범은 권력만 추종하는 경영주와 노조”라는 억지를 부렸다. 이로 인해 한국논단은 관련단체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상태다.

한국논단은 창간 이후부터 벽산, 삼양사등 7개 기업의 자금지원을 받고 있으며 양호민, 김진현씨 등 우익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발행인 이도형씨는 건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50년부터 1964년까지 14년동안 미308 방첩대(CIC), 육군통역 중위 등으로 군생활을 마친 뒤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조선일보에서는 주월특파원, 외신부 부장대우를 거쳐 논설위원 겸 통한문제연구소장을 역임하다 91년 퇴사했다.

한국논단엔 89년 편집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이후 92년 발행인이 됐다. 이씨는 현재 ‘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국가안보포럼’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이씨는 한국통신 노조에 친북세력이 개입했다고 매도하다 소송 끝에 7천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박홍 총장을 후원하는 모임을 주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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