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7차례 점프중 단 한차례의 실수도 나와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바람과 기대속에 김연아는 신들린듯한 몸짓으로 때로는 우아하게 때로는 날렵하게 빙판을 미끄러지듯 헤쳐나갔다. 엄청난 압박감과 긴장감 속에서 연기를 마치자 비로소 자신도 만족한 듯 복받히는 눈물을 흘렸다.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역대 최고점(228.56점)으로 금메달을 획득하자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긴급기사를 송고하며 김연아의 완벽한 연기에 최상의 찬사를 쏟아냈다.
“피겨 스케이팅 사상 가장 위대한 연기 중 하나로 기록될 것”(AP통신)
“한국에서 온, 살아 숨쉬는 예술품” “다른 선수들과는 리그가 다르다”(캐나다 밴쿠버 선)
경기전부터 1면톱으로 두차례나 특집으로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26일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김연아의 사진을 크게 게재하며 피겨 퀸의 금메달 소식을 전했다. 이 신문은 “김연아는 자신의 오랜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가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세계기록을 확 뛰어 넘어 버려, 자신을 범접할 수 없는(untouchable) 위치에 올려 놓았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김연아의 연기는 에지 사용, 점프와 스핀 등 스케이팅 기술부터 예술적인 표현력까지 완벽 그 자체”라 평하며 “그녀는 풀스피드로 점프했지만 착지 할 때는 마치 푹신한 베개로 된 바다에 닿는 것처럼 부드러웠다”고 썼다. AFP통신은 “‘무결점’ 김연아가 그녀의 이름값을 지키며 금메달을 따냈다”면서 “세계챔피언은 연기가 끝나고 눈물을 훔쳤다”고 썼다.
AP, AFP 같은 초국적 통신사들은 세계의 정보와 뉴스를 지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양적으로만 비판을 받아온 것이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서구의 우월주의, 서구의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SBS | ||
미국의 고급지 뉴욕타임즈나 워싱턴 포스트 같은 신문이 한국에 대해 이처럼 파격적으로 우호적 기사를 내보낸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김연아의 명품 연기, 무결점 연기덕을 톡톡히 본 것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신드롬’ 혹은 ‘국민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김연아의 경제효과를 금메달을 따기 전에도 수조원으로 잡았다. 2000년대 초반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 우승 경제효과가 6000억엔(약 7조5000억원)이라고 봤을 때 김연아 금메달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에 대해 부정적 기사로 국가의 이미지는 물론 국격을 폄하했던 외신들이 이처럼 김연아와 대한민국을 함께 찬사한 적이 있었던가. 김연아로 인해 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가, 멋진 나라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외신이 이처럼 김연아를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높여주는 것은 곧 한국의 국격,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를 경제학자들은 어떤 식으로 계량화해서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 지는 숙제로 남겨야 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김연아는 무수한 역경과 좌절을 딛고 세계속의 위대한 피겨선수로 탄생했고 세계의 미디어는 그를 찬양했다. 이것은 한국과 한국민에게 김연아가 외신을 통해 금메달을 달아준 것이나 다름없다. 김연아의 금메달은 그래서 더욱 값지고 귀한 것이다. 우리 모두는 김연아에게 행복한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