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양대 공영방송의 바닥없는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정권 편향 방송이 계속되면서 시청자들의 외면 속에 존재감조차 사라지고 있다. 

4‧13 국회의원 선거가 5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남북의 군사 충돌 가능성 등 정부‧여당에 유리한 안보 이슈를 부각시키면서 정작 총선 쟁점은 외면하고 있다. 

잇따른 징계→자기 검열 확대 및 노조 무력화→보도 통제로 이어지는 내부 통제 구조가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더욱 공고화하고 있는 것이다. KBS와 MBC에서는 선거 보도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자체적으로 총선 방송을 어떻게 해나갈지 노사가 협약을 맺어 왔다. 선거방송과 관련한 보도 협약이다. 이를 통해 보도의 객관성을 담보해왔다.” 

▲ 고대영 KBS 사장(왼쪽)과 안광한 MBC 사장. (사진=KBS, MBC)
언론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2016 총선보도감시연대의 대변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와 같은 보도 감시 기구에서 자체적으로 보도를 평가하고 지적하는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과거에는 상당 부분 자체 교정을 기대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이 중점적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KBS와 MBC의 메인뉴스는 ‘안보 이슈’를 다룬 보도로 채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틀치(21~22일) 보도만 봐도 이슈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KBS는 지난 21일 톱뉴스로 “한미 해병대 ‘북 내륙진격’ 집중 훈련”을 띄웠다. 이어지는 리포트 “‘북 도발 불용’… 한미 ‘공세 전략’ 전환”, “‘평양 사수’… 김정은, 군 훈련 지휘” 등도 남북의 군사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였다. 

22일 MBC 뉴스데스크도 “테러범 돈줄 막고 입국 원천 차단”, “박 대통령 ‘북 다양한 테러 철저히 대비해야’”, “북 공격 징후 보이면 ‘선제타격’ 훈련” 등 순이었다.

▲ KBS 메인뉴스 ‘뉴스9’의 21일자 톱뉴스. (사진=KBS화면)
이용마 기자는 “공영방송은 총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환기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두 공영방송은 선거가 없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대신 북풍몰이에 여념이 없는데 남북한 사이에 전쟁만 남은 것처럼 위기와 충돌을 조장하고 있다. 이 역시 보이지 않는 공영방송의 편파적 선거운동”이라고 했다. 

MBC의 한 기자는 “편향 보도를 견제하려고 민실위가 보고서를 내고 있지만, 회사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 같다”고도 했다.

KBS는 지난 24일 보도 감시 활동을 벌인 기자 2명에게 감봉6개월 등 징계를 내려 내부 반발을 사고 있다.

정홍규 전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 보도인 “교통마비에 논술 수험생 발 ‘동동’” 리포트와 관련해 사회2부 기자, 부서장과 통화하며 보도 경위를 묻거나 문제점을 전했다.

김준범 KBS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의 경우 지난달 20일 방송된 KBS ‘뉴스9’의 중계차 연결 코너 “청년 대한민국 현장을 가다, 대륙 전역 배송” 담당 기자에게 보도 배경 등을 물었다.  

이날 방송에 소개된 중소기업은 박근혜 정부 인수위 청년특별위원이었던 이종식 대표의 판다코리아닷컴이었다. 업체 선정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내부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사측은 이런 행위가 품위유지 등을 규정한 취업규칙을 위반했다며 정 전 간사와 김 국장에게 각각 감봉6개월, 견책을 내렸다. KBS 내부에서는 사측의 이와 같은 ‘과민반응’이 4‧13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한다. 

KBS본부는 성명을 통해 “사측의 징계 도발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사내 노동조합과 협회 등 공정한 비판 세력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KBS의 한 기자도 이번 사측의 징계가 “‘겁주기 효과’(chilling effect)를 노린 것”이라며 “징계로 인해 KBS 기자‧PD들이 위축되면 보다 수월하게 보도 통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사측의 징계위 회부에 납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불공정 방송 감시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언론노조는 지난 22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당장 청문회를 실시해, MBC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한편,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의 취재에 응하지 말고 전화 통화 내용까지 모두 보고하라고 지시한 최기화 보도국장에 대해 노조 운영에 지배·개입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지난 16일 내린 바 있다. 

MBC는 지노위의 부당노동행위 결정에 대한 입장이나 후속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 국장은 되레 해당 사안을 취재하기 위해 전화한 미디어오늘과 한겨레 등 기자들에게 욕설을 퍼부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MBC의 한 기자는 현 상황에 대해 무력감을 호소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은 웅크린 상태라고도 표현할 수 없는 것 같다”며 “회사에 의해 발가벗겨져 납작 엎드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종문 녹취록’과 같은 대형 사건이 터지면 예전에는 발화점까지 활활 타올랐을 거다. 지금은 거기까지 (투쟁 동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 단체들도 사측의 막무가내식 징계와 보도 통제에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단장은 “지금이라도 언론정상화를 위한 야권 벨트를 꾸려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여권에 의해) 국회에서의 활동이 무산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야권은 공동기구를 설립해 MBC 녹취록 진상규명 등 언론정상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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